스위프트 체재와 경쟁자들 - 미국 달러의 문제 2부

in #kr6 years ago

이전 1부에서는 준비 통화의 특징에 대해 알아보고, 준비 통화가 된다는 것의 이점과 비용에 대해 논의해 봤습니다. 이번 2부에서는 스위프트 체재를 간단히 알아보고, 준비 통화로서 잠재적 경쟁자들은 무엇이 있으며, 이들이 국제 무역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잠재적 시장 파급 효과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003.gif

스위프트 체제

국제 은행간 통신 협회(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
SWIFT. 이하 스위프트)는 각국 은행 간의 국제 지급 결제에 관한 메시지를 좀 더 안전하고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1973년 텔렉스를 대체하기 위해 조직되었으며, 현재 210개국에서 10,000곳 이상의 금융 기관을 연결해주고 있다. 본부는 벨기에 있으며, 전 세계 주요 금융 센터에 23곳에 지사를 두고 있다. G10이 감독하고 있다.

흔히들 스위프트를 송금 서비스라고 말하지만,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메시징 서비스라고 해야 맞다. 금융 기관들 간의 계좌 및 거래 정보를 안전하게 전송하는 것이 목적이다. 일단 한 은행이 스위프트를 통해 송금 지시를 받으면, 상대 은행으로 안전하게 송금이 가능하게 된다.

스위프트가 없으면, 지시 사항이 합법적인지 확인하는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이란 금융 기관들을 스위프트로부터 격리시키게 되면, 이란으로 또는 밖으로 안전하게 자금을 이동시키기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미국은 2012년에도 이란을 이 시스템에서 배제시켰지만, 2015년 다시 복귀시킨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11월까지 이란을 스위프트에서 배제시키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스위프트를 통제하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민간 법인이다. 이 법인의 이사회가 이란을 네트워크에서 배제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스위프트는 가능한 한 광범위하게 네트워크를 확장해 수익을 얻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미국이 제재를 통해 일부 국가와 거래를 하지 못하게 하는 데 대해 사용들의 우려가 계속된다면, 다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메시징 플랫폼의 매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스위프트는 미국과 대립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만일 이란이 플랫폼에서 배제되지 않게 된다면, 미국은 스위프트 운영 법인에 제재를 가할 수도 있고, 이론상으로는, 네트워크 자체에 제재를 가할 수도 있다.

경쟁자들

역사적으로 패권국가는 준비 통화를 제공하면서 헤게모니를 장악해 왔다. 아래에서 논의하겠지만, 미국 달러의 준비 통화 지위를 위협하는 다른 통화가 떠오르고 있다. 다음에서는 잠룡을 여겨지는 통화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유로: 이론적으로 유로는 미국 달러를 대체할 강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 유로존이 하나의 국가였다면, 세계 3위 경제에 해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EU 위원회 위원장 '장 클로드 융커'가 최근 유로가 달러를 대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 유로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경상 수지 흑자 선호: 준비 통화국은 경상 수지 적자를 운영해 세계에 통화를 공급해야 한다. 유로존은 독일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독일인들이 지속적인 경상 수지 적자를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독일과 유로존의 경상 수지 비교)


000.gif

유로존 창설 이래로, 독일은 경상 수지 흑자를 운영해 왔다. 독일은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및 스페인)" 위기에 대한 대응해 이들 국가에 긴축 정책을 요구했고, 잉여 저축을 세계에 수출했다. 간단히 말해, 독일은 세계를 잉여 저축 떠넘길 수 있는 장소로 보고 있으며, 그런 정책 기조가 바뀌기 전까지 유로존은 세계 시장에 유로를 공급을 기꺼워하지 않을 것이다.

통합된 금융 시스템의 부족: 준비 통화국은 강한 금융 시스템을 보유해야 하며, 안전 자산으로 국채 상품을 충분히 발행함으로써, 각국이 자국 자산을 "믿고 맡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은 세계의 재무부를 역할을 한다. 모든 신용평가 기관이 미 국채에 AAA 등급을 부여하지는 않지만, 실제로는 미 국채만큼 안전 자산으로 간주되는 것도 없다.

유로존에는 모든 회원국의 전폭적인 신뢰와 신용을 뒷받침할 만한 국채가 없다. 그런 국채 발행을 막은 것은 독일이었다. 강력한 국채가 제공하는 저금리를 활용해 회원국들이 돈을 마구 빌려 쓰는 상황이 발생할까 봐 두려워서였다.

그로 인한 지속적인 채무 상환 문제는 결국 독일이 부담하게 될 것이란 생각이 깔려있었다. 간단히 말해, 독일은 자국의 담보로 국채를 발행해, 돈은 이탈리아가 쓰는 꼴을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유로를 준비 통화 목적으로 사용하고 싶은 국가가 있다면, 특정 유로존 회원국의 국채를 택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준비 통화로서 유로의 매력을 제한하는 점이다.

군사력 부족: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준비 통화를 제공해 온 근대의 패권국가들 모두가 상당한 군사력을 보유했었다. 미국같이 위기 시 자국을 보호할 수 있을 정도의 군사력이 있어야만 신뢰성을 더할 수 있다. 유럽은 본질적으로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정학적 위기에서, 자신을 지킬 수 없는 지역 또는 국가의 금융 자산을 준비 통화로서 보유하고 싶어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중국 위안: 중국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이며, 구매력 지수로는 1위 국가일 수도 있다. 또한 군사력도 상당하다. 하지만 문제는 다음과 같다.

명백한 경상 수지 흑자 선호: 독일만큼은 아닐지라도, 중국이 경상 수지 흑자 운영을 선호한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다.

(중국의 경상 수지)


001.gif

중국은 수출과 투자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서 벗어나 소비 쪽으로 경제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시진핑 주석이 권력을 공고히 했기 때문에, 이를 수행하는 데 충분한 정치적 자산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경제 성장이 기존보다 약해지는 기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공산주의가 발전해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마르크스의 믿음은 대부분 신화로 남겨졌다. 중국 공산당은 그 대신 강력한 경제 성장을 정당화시켰다. 성장을 다른 무언가로 대체하지 않는 한, 당분간 실질적인 경제 전환은 이루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경상 수지 적자 운영으로 경제 성장이 방해되는 상황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강한 금융 시장 부족: 중국의 자본 시장은 완전히 개방되지 않았다. 정부가 환율을 관리하고, 자본 통제를 하고 있다. 중국이 다른 국가에 중국 자산을 준비 통화로 보유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알아야 할 것은 그 자산이 중국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엔: 일본의 경제 규모는 크긴 하지만, 다른 조항은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경상 수지 흑자 선호: 독일과 마찬가지로, 일본 또한 무역 흑자를 통해 2차 세계대전에서 회복했다. 대체로 계속해서 저축이 과잉되고, 무역 흑자를 바탕으로 한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본의 경상 수지)


002.gif

단기적인 소폭의 적자는 주로 엔화 강세 때문이었다. 아베노믹스를 통해 엔화가 약세로 돌아섰고, 경상 수지 흑자로 돌아섰다. 이런 정책적 선호도를 바꾸려면 일본 경제를 대대적으로 재구성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군사력 부족: 일본 자위대는 상당한 수준이긴 하지만, 일단 군대가 아니며, 헌법상 해외 파병이 불가능하다. 헌법 개정을 통해 제한은 철폐할 수는 있겠지만, 아마 현 세대에서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타 통화: 영국 파운드. 한때 준비 통화였지만, 더 이상 후보도 아니다. 브렉시트 이후 세계적 영향력은 더 줄어들었을 것이다. 금이나 금본위제, 또는 암호화폐가 준비 통화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도 있지만, 다음 두 가지 이유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채택 받지 못할 것이다.

첫째, 주권을 포기하고 싶은 국가는 없으며, 둘째, 오늘날 민주주의 국가들은 "페그제'를 통해 강제 긴축을 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적 증거를 볼 때, 금본위제는 참정권이 제한되어 있던 시절에 가장 큰 지지를 받았다. 참정권이 확대되면, 정부가 제한된 통화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약화된다.

IMF나 G20 같은 국제기구가 관리하는 공동 준비 통화가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특별 인출권(Special Drawing Rights; SDR)이 그중 하나다. 하지만 그러한 "바스켓" 통화로 발행된 국채에 대한 완전한 신뢰와 신용을 보장할 만한 국제기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바스켓에 참여한 국가들 중 어느 국가가 글로벌 통화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경상 수지 적자를 운영할 지도 확실하지 않다.

미국 달러가 최선의 준비 통화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더 매력적인 대안이 없기 때문에 그 역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탈세계화

미국이 준비 통화국으로서 혜택을 입고 있긴 하지만, 국내 정치 상황으로 인해 (a) 유권자들이 제대로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거나, 아니면 (b) 준비 통화국의 혜택이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어느 정도까지는 두 모두가 조금씩 얽혀 있을 수 있다. 준비 통화국이 얻는 중요한 혜택 중 하나는 미국에 더 많은 물품을 수입하려는 경쟁으로 인플레이션을 낮게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낮은 인플레이션은 너무 장기간 이어져 온 나머지, 미국인 대다수가 1970년대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기억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세계화로 인한 고용 및 임금 압박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만, 저렴한 상품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고 있다.

동시에, 세계화는 재능, 야망 및 형편이 되는 이들이 세계를 무대로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게 해준다. 이를 통해 우위를 갖추지 못한 이들에 비해 노동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여기서 나타난 불평등이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선진국의 핵심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 책임 중 상당 부분이 세계화의 탓으로 돌려지고 있다.

한 가지 가능한 해법은 지역별 블록을 만들어 해당 지역의 준비 통화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소련이 존재했던 냉전 시대가 다소 비슷한 시절이었다. 당시 루블, 인민폐 및 동유럽 통화들은 서구 지역에서는 통용되지 못했다. 소련 측에는 물물 교환과 유사한 무역 거래를 할 수 있는 블록이 형성되어 있었다.

소련은 블록 내 국가들에 원자재를 수출하고, 대금으로는 '경화(hard currency)'를 받았다. 하지만 미국의 관점에서는, 공산주의 국가들을 위한 최후의 수입국을 자처할 어떤 이유도 없었다.

지역의 패권국가가 된다는 것은 준비 통화국으로서 필요한 요구 사항 중 적어도 일부는 지켜야 한다. 그중 하나가 경상 수지 적자 운영이다. 그래야만 지역 국가들의 잉여 저축을 흡수하는 한 편, 이들 국가의 수출을 받아들 일 수 있다.

중국의 "일로일대" 정책이 위안 블록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 부유하지 못한 국가는 효과적으로 블록 내 종속국이 되는 한편, 부유한 국가는 블록의 파트너가 되는 식이다. 이론상으로, 이런 식으로 독일이 유럽을 지배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역사를 보면, 바람직하지 못한 방식임을 알 수 있다. 그렇긴 하지만, 실행 가능할지도 모른다.

세계를 3개의 지역 블록으로 나누면, 패권국가가 관리하기가 훨씬 더 쉬워진다. 미국의 군사 지출은 줄어들겠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늘게 될 것이다. 분명 무역은 지역 내로 집중될 것이고, 다른 지역과는 침체될 것이다. 어느 정도까지는 세계 권력 독점 또는 과점 체제로의 전환될 것이다. 그런 결과가 이상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세계가 미래로 나아가는 하나의 해결책일 수는 있다.

파급 효과

지역별로 패권화된 세계는 부분적으로 탈세계화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공급망은 짧아질 것이고, 효율성은 줄어들 것이다. 세계적 패권국가가 사라지고 나면, 무역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무역의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물가 수준은 높아지겠지만, 일자리 경쟁이 줄어드는 세계가 될 것이며, 정치인들에게는 매력적인 상황이 될 것이다.

엘리트들이 지난 40년 동안 세계화로 혜택을 입었지만, 이후 40년 동안은 상황이 역전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아마 가장 현명한 생각일지 모른다. 시장 충격과 관련하여 단기적 우려는 주로 달러에 관한 것이다. 미국 행정부의 무역 규제와 제재는 달러 공급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달러 강세를 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탈세계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미국 달러의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볼 때, 지역화된 세계는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장기 금리는 상승할 것이고, 원자재 가격이 혜택을 볼 것이며, 주식 시장도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채권 시장이 입게 될 타격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자료 출처: Confluence Investment Management, "The Dollar Problem"

Sort:  

swift 의 본질과 기축통화에 대한 좋은 관점을 알게해주는 글이네요.

Coin Marketplace

STEEM 0.20
TRX 0.16
JST 0.030
BTC 65811.45
ETH 2675.69
USDT 1.00
SBD 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