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의 기원과 역사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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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의 기원은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 남아메리카에서 시작된다. 그동안 식물학자들의 수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아직 정확한 지역을 특정해내지는 못하고 있다. 일반적인 견해는 볼리비아와 브라질 접경 산악 지대에서 최초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수천 년이 지난 후, 고추는 중앙아메리카 및 남아메리카 전역으로 전파되었다. 아마 새들의해서나, 지역 원주민들의 도움이 컸을 것이다. 원래 작고 둥근 붉은색 열매였던 야생 고추는 새들에게나 좋은 먹잇감이었지, 사람들의 관심은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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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고고학자들의 연구 분석 결과, 인류가 고추를 먹기 시작한 것은 약 8,000년 전 선사시대였다고 한다. 이후 약 6,000년 전부터 고추를 경작하기 시작했으며, 경작이 확대되면서 맛과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야생 고추보다 더 큰 고추를 수확할 수 있게 되었다.

기원전 7,500년경부터 이미 남아메리카에서는 고추가 식용 열매였다. 하지만 다른 지역으로 전파된 시기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두 번째 아메리카 여행에서 돌아왔던 1496년이었다. 여행에 동반했던 세비야 출신 의사 ‘디에고 알바레스 찬카’는 원주민들이 유럽에선 보지 못했던 무언가를 음식에 넣어 먹는 모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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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콜럼버스와 찬카가 발견한 ‘이 무언가’가 이후 세상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향신료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스페인 왕국은 이 새로운 향신료를 시장에 공급하면 큰 돈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어긋났다. 유럽 대륙 어디에서나 너무 잘자랐고, 곧 누구나 재배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1492년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돌아온 콜럼버스는 감사의 기도를 드리기 위해 스페인 에스투레마두라에 있는 ‘산타 마리아 데 과달루페’ 수도원을 찾았다. 전하는 바에 따르며, 그때 콜럼버스가 수도원에 고추 씨앗을 건냈고, 처음으로 유럽인들에게 고추의 매운맛이 소개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이후부터 고추는 유럽인의 부엌에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수도원에서 처음 재배가 시작된 고추는 유럽을 여행하던 수사들에 의해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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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왕국이 세력을 넓혀 사이프러스와 발칸 반도의 오스만 제국 그리고 지중해 동부를 아루르던 1498년 5월 20일, 포르투갈 탐험가 바스코 다 가마는 희망봉을 돌아 인도로 가는 최단거리 항로를 개척했다. 이로써 포르투갈은 더 이상 아랍 상인, 페르시아, 터키 및 베네치아와 거래할 필요가 없었다. 이후 포르투갈은 고아에 최초로 식민지를 건설하고 인도와 직접 무역을 시작했다.

이후 식민지 무역을 통해 고추가 아시아로 전해졌다. 1542년 포르투갈 선교사들이 고추를 일본에 전했고, 다시 한국에도 들어왔다. 1570년 터키인들이 인도에서 페르시아를 거쳐 헝가리에 고추를 소개했다. 처음 고추는 귀족의 정원에서 귀하게 자랐지만, 곧 부엌에서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재료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후 헝가리에서는 수많은 교잡을 통해 맵지 않은 고추를 만들어냈다. 1972년 이 맵지 않은 고추는 파프리카란 이름으로 유럽에 전해졌다. 이렇게 오늘날, 고추는 전 세계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식문화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었다.

콜럼버스 이전 시대의 고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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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발견은 가히 혁명이었고, 당시 세계의 모든 상식을 뒤집어 엎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콜럼버스 이전 시대 아메리카의 문명과 문화는 아주 달랐다. 유럽인들이 들어올 당시 여러 문명이 이미 사라진 뒤였지만, 다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아즈텍, 톨텍, 마야, 치브차 및 잉카가 가장 크고 가장 발전한 문명이었다. 이들 고대 문명은 신에게 인간의 피를 바치는 것처럼 야만적이기도 했지만, 천문, 세공, 건축 분야에는 아주 뛰어난 기술을 지니고 있었고, 특히 농업이 크게 발달해 있었다. 이런 발달한 문명으로 인해, 콜럼버스는 여러 가축과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식물을 유럽에 가져갈 수 있었다.

코코아, 옥수수, 감자, 토마토, 호박 등은 아메리카 대륙은 유럽에 안겨준 다종다양한 식물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 중에 잉카 말로 "우추(Uchu)"라고 불린 고추도 있었다. 스페인에서는 '인도의 고추'라는 뜻의 "피미엔타 데 라스 인디아스(pimienta de las Indias)"라고 불렀고, 이후 서인도제도인들은 "아지(Aji)"라고 부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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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버스의 문서와 보고서 중 상당 부분이 항해 중에 사라졌기 때문에 현재 남아 있는 고추의 용도는 콜롬버스 이전 시대를 연구하는 고고학자들, 16세기와 17세기의 스페인 및 포르투갈 탐험가들 그리고 선교사들로부터 전해진 것이다. 고추의 진화는 수천 년 전 시작되었다.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자연사 박물관의 식물 고고학자 린다 페리가 이끄는 국제 연구진은 모든 종류의 고추는 적혈구와 비슷한 모양의 미세 전분 과립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전분 분석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아메리카 대륙의 고고학 유적지에 남아있는 고추의 흔적을 조사했다.

그 결과 멕시코, 파나마, 바하마,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및 페루 남부에 이르기까지, 유럽인이 도착하기 6,000년 전 7개의 고고학 유적지에서 출토된 맷돌, 도기 조각 및 퇴적물에서 그 전분 과립이 발견되었다. 과립이 발견된 가장 오랜 유적지는 에콰도르의 남서부에 있는 6,100년 전 선사시대 마을 로마 알타와 리얼 알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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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가 선사시대 부엌에서 일상적인 양념으로 사용되었다는 의미다. 유적지에 남아있는 유적 분석과 전분 과립 연구 결과, 인류가 고추를 먹기 시작한 것은 약 8,000년 전 선사시대였다고 한다. 이후 약 6,000년 전부터 고추를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재배한 고추는 야생 고추보다 더 큰 지금의 고추와 비슷했고, 브라질 남부와 볼리비아, 그리고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 이 두 지역에서 재배되었다고 여겨진다.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는 캐시컴 아늄(Capsicum annuum)과 캐시컴 프루테센스(Capsicum frutescens)의 원산지이며, 남아메리카는 캐시컴 치넨세(Capsicum chinense), 캐시컴 박타툼(Capsicum baccatum), 캐시컴 푸베센스(Capsicum pubescens)의 원산지로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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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영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추의 재배도 확산되었다. 밀 전분 협회에서는 이 지역에 신열대 식물 음식이 널리 퍼지면서 옥수수와 고추 또한 함께 진화했다고 한다.

체계적인 재배와 보관 방법이 만들어지면서, 고추는 콜럼버스 이전 문명의 생활속 일부가 되었다. 신을 숭배했던 잉카에서는 콜럼버스를 신화 속의 네 형제 중 하나인 '아야르-우추(Ayar-Uchu: 고추 형제)'라고 생각했고, 1대 잉카 국왕의 형제라고 여겼다. 페루의 역사가 가르실라소 데 라 베가(Garcilaso de la Vega)에 따르면, 초기 잉카인들에게 고추는 가르침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잉카인들은 고추를 신성시했고, 금식 기간에는 고추를 절대 먹지 못하게 했다. 역사가 L.E. 발카셀(L.E. Valcarcel)에 따르면, 잉카 사회에서 고추가 아주 귀했기 때문에 화폐 역할도 했을 것이라고 한다. 동전이나 지폐 같은 것이 없는 사회에서는 고추 같은 특정 물품이 기본적인 화폐 시스템의 일부였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20세기 중반까지만해도, 쿠스코 광장에서는 '란티(Rantii)'라고 해서 고추 한 주먹으로 물품을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콜럼버스 이전 문명에서 요리에 기름을 사용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으며, 모든 음식은 소스로 요리하거나, 끓이거나, 구워먹었다. 대부분의 요리에 고추와 채소가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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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에게 생선과 고기는 사치였다. 또한, 선교사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잉카인들의 아침은 전날 밤 남은 음식과 발효된 옥수수로 만든 약간 알코올 음료인 치차(Chicha) 한 잔이었다고 한다. 당시의 음식은 주로 고추를 넣고 끓인 옥수수, 모테(Mote)라는 감자와 허브로 만든 스튜였다. 스프와 스튜에는 육포, 말린 감자 및 고추가 들어갔다. 감자도 거의 주식이었다.

라틴 아메리카의 또 다른 고대 문명이 서기 500년경 멕시코 남부와 유카탄 반도에서 전성기를 보냈던 마야였다. 마야 문명은 특히 농업이 발달했고, 가장 중요한 작물은 옥수수였다. 그 다음으로 콩, 단호박, 30여종의 고추, 코코아, 면화, 파파야, 바닐라 콩, 카사바 및 용설란이 많이 재배되었다.

마야 또한 칠면조, 오리 및 개를 키웠다. 주된 사냥감은 사슴, 새 및 멧돼지였다. 아르마딜로와 해우도 즐겨 먹었던 것 같다. 아침상에는 옥수수 가루를 걸죽하게 물에 타고 고추로 맛을 낸 아똘레(Atole) 또는 포졸(pozol)이라는 밀크쉐이크 같은 음료가 포함되어 있었다. 가장 푸짐하게 먹는 저녁 식사에는 고기와 야채 스튜, 콩 또르띠야, 고추 및 작은 호박이 포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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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는 일주일에 한 번 먹었고, 보통 닭고기나 돼지 고기였다. 아즈텍 유적지에 부엌이 남아있고, 오늘날까지 사실상 변하지 않고 멕시코 요리의 기반이 되고 있다. 실제, 많은 아즈텍 요리에는 말린 고추, 옥수수 또르띠야 및 고추와 토마토로 만든 소스, 자두, 파인애플, 구아바 같은 과일을 채운 말레, 사슴이나 칠면조 같은 야생 동물 고기, 또는 달팽이나 개구리 같은 해산물이 포함된다.

모든 음식은 당시에는 '수칠퀴통고(Suchilquitongo),' 현재는 '몰카제테( Molcajete)'라고 부르는 손절구로 갈아만든 소스와 함께 먹었다. 아즈텍인들은 폴키(Pulque; 발효된 용설란), 앤초 고추 및 허브로 만든 술인 '칠로테(Chilote)'를 즐겨마셨다. 이 술이 오늘날의 데킬라와 메즈칼의 조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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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메리카와 멕시코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고추는 훌륭한 의약품 역할을 했다. 콜럼버스 이전의 파나마 부족들은 고추를 코코아를 담배에 섞어 피워 환각 상태에 빠지곤 했다. 과학자 마리아 헬름스(Maria Helms)에 따르면, 이들이 부족을 대신해 선신과 악령과 협상하기 천국이나 지옥으로 "여행"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한다. 오늘날, 파나마의 쿠나(Cuna) 인디언들은 고추를 태워 나온 연기로 소녀의 사춘기 악령을 몰아 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또한 배 뒷편에 고추 다발을 묶어 놓으면 상어가 공격하지 않는다고 믿기도 했다. 치아파스 고원의 초칠(Tzotzil) 인디언들에게 고추는 삶과 죽음 모두를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혹시 주위에 있을지 모를 악령을 퇴치하기 위해, 태어난 아기의 입술에 고추를 문지르고, 장례식에서 고추를 태운다.

산 카를로스 우하스텍 포토시(San Carlos Huastec Potosi)와 베라 크루즈(Vera Cruz)의 부족들은 살해당한 피해자에 몸에 고추 가루에 담근 달걀을 문지르면, 피해자의 고통이 살인자에게 옮겨간다고 생각한다.

멕시코 남부 고원지대 인디언들은 발효시킨 사탕수수 음료에 코코아와 고추를 넣은 '떼빠체(Tepache)'를 다양한 의식에 사용한다. 아즈텍의 무당과 부자들이 마시던 초콜릿과 고추를 섞어 만든 '치카후아틀(Chicahuatl)'이란 음료와 비슷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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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이후, 콜럼버스 이전 문명들은 기독교 복음화와 엘도라도라는 허망한 신화를 꿈꾼 정복자들에 의해 끊임없는 파괴되기 시작했다.

또한 정복작들은 면역력이 없던 원주민들에게 새로운 질병을 퍼뜨렸다. 이로 인해 100년도 채 안되 남아메리카와 메소아메리카 인구는 70% 가까이 줄어들게 된다. 신세계를 정복했다고 생각한 스페인이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은 실제로 이 신세계가 자기들을 정복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매일 식사 시간에 먹는 음식 재료들은 콜럼버스 이전 문명의 전문적인 농업 기술과 지식 덕분으로 태어난 것들이다.

자료 출처: Chile Planet, “ORIGINS AND HISTORY OF CHILI PEP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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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ing a history buff, I loved going through this. Thank you:)

Amazing article. please upvote me

공부잘하고가 갑니다.

계속 공부거리를 올려 드리겠습니다^^

고추는 매력적인것 같습니다. 특히 지금 일본에서 살고 있는 저는, 고추가 들어간 음식이 잘 없어서 고추를 심었는데 ㅎㅎ 일본을 통해 한국에 고추가 들어왔다는데, 고추가루 고추장 같은건 한국에서 더 발달했다는게 신기하네요. ㅎㅎㅎ 지금은 고추장 고추가루 없으면 못사는데, 위에나오는 사람들께 감사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 ㅋ

그러네요. 먼저 들어온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고추를 엄청더 좋아하고 많이 먹는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네요. 타국에서 몸 건강하게,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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