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셰일 원유가 가져온 원유 시장의 새로운 질서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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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셰일 원유가 출현하기 전까지 수십 년 동안, 원유 시장의 균형은 오로지 OPEC의 몫이었다. 원유 시장이 이런 구조가 된 데는 기존 원유 생산의 지역적 특성 때문이었다. 미국 셰일 원유가 생산되기 전까지, OPEC 이외의 원유 생산 지역은 대체로 1) 원유 생산까지 5년 내지 7년이 걸리는 주요 연안 유전(북해, 멕시코만 등지) 및 2) 성숙한 기존 내륙 유전(미국 내륙 유전, 러시아 시베리아 유전 등지) 두 곳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이 두 곳의 기존 유전 지대는 유가 변동에 반응하지 않거나, 반응하더라도 아주 더디다. 그리고 주요 연안 유전들은 유가에 상관없이 원유를 생산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며, 내륙 유전들 또한 감산 여력이 낮기(10% 미만) 때문에, 시추 활동이 둔화된다고 해서 전체 원유 생산량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러한 이유로, 원유의 공급 또는 수요에 급격한 변화가 있을 경우, 생산량을 조정해 시장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은 OPEC가 해왔다. OPEC에게는, 필요가 발생하면, 한 달 또는 두 달 이내에 시장에서 수백만 배럴의 원유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다(예를 들어, 2008년/2009년 금융 위기 이후 OPEC는 시장에서 4백만 배럴의 원유 공급을 줄였다).

​2014년 미국의 셰일 원유 생산이 대규모로 증가하자, OPEC/비-OPEC의 균형추가 뒤집혔다. 또한 중기적 원유 공급 균형 메커니즘이 생겼고, 이는 장기적으로도 원유 시장, 특히 기존 산유국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분석

2014년 유가가 붕괴된 이후, 비 OPEC 산유국의 원유 생산 추세가 중요하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아래 차트에 나타낸 것처럼, 2014년 1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미국(멕시코만 제외 48개 주)의 원유 생산량은 100만 배럴 감소했다.

2014년 12월 미국 원유 생산량 중 70%(523만 배럴)를 셰일 원유가 차지하고 있었다. 이후 셰일 원유 생산량은 2016년 12월 13%(69만 배럴) 감소했다. 2015년 12월까지 1년 동안 497만 배럴(5.2%)로 감소했고, 다음 2016년 12월까지 454만 배럴(8.6%)로 감소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같은 기간 동안 멕시코만의 원유 생산량은 145만 배럴에서 172만 배럴로 18% 증가했는데, 이는 연안 유전의 특성에 기인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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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OPEC 산유국들의 상황도 비슷해, 2014년 1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4,300만 배럴 수준을 유지했다. 2016년 5월 생산량이 4,250만 배럴로 감소한 것은 주로 캐나다의 산불로 생산이 의도치 않게 중단되었기 때문이지, 유가의 영향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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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에 나타난 것처럼, 멕시코만과 비 OPEC 산유국의 원유 생산 모두가 유가 변동에 반응하지 않았다. 이들 지역이 앞으로도 저유가에 반응하지 않을 것이란 말이 아니라, 3년 내지 5년 정도 반응이 지연될 수 있다는 의미다. 늦어도 2020년이 되면 이들 지역에서도 저유가의 영향이 나타날 것이다.

미국 셰일 원유의 역학

​미국의 셰일 원유 생산이 유가 변동에 가장 민감한 것은 분명하다. 미국 셰일 원유가 세계 원유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게 되면서, 그 탄력적 특성이 세계 시장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수치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다.

2014년 12월 미국 셰일 원유 생산량은 523만 배럴로, 월간 레거시 감소율(legacy decline rate)은 30만 배럴이었다. 따라서 원유 생산업체들은 생산량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레거시 감소율 만큼 더 원유를 생산해야 한다. 이 달 미국 셰일 원유는 총 414,000배럴이 추가로 생산되었고, 이 중 72%는 레거시 감소율 벌충에 사용되었으며, 114,000배럴이 공급에 추가되었다.

​현재 미국 셰일 원유 생산량은 803만 배럴로, 월간 레거시 감소율은 53만 배럴이다(4년 만에 크게 증가했다). 2018년 12월 미국 셰일 원유 생산업체들은 총 644,000배럴의 원유를 추가로 생산했고, 이 중 82%가 레거시 감소율 벌충에, 114,000배럴이 공급에 추가되었다.

​즉, 2014년에는 추가 생산량 중 레거시 감소율 벌충 중 72%가 쓰인 반면, 현재는 82%로 늘었고, 미국의 원유 순 공급에 기여한 비중은 28%에서 18%로 줄었다는 의미다.

2015/2016년 경험에 따르면, 대부분의 시장 관측통들은 WTI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미만일 경우 미국 셰일 원유 생산이 의미 있게 증가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한다. WTI 유가가 평균 50달러 이하였던 경우는 2015년(48달러)과 2016년(43달러) 이었다.

​따라서 현재 WTI 유가가 50달러 미만인 상황에서, 향후 몇 개월 동안 미국 셰일 원유 생산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줄어들어들 것이고, 그에 따라 가격이 더 하락시키지 않을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앞서 지적했듯이, 현재 미국 셰일 원유 생산은 2014년보다 훨씬 더 많아졌고, 레거시 감소율도 더 커졌다. 이 말은 곧 약간만 생산이 감소해도 미국의 전체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이론적인 예를 들어보자.

만일 2019년 1분기 미국 셰일 원유 생산 증가세가 둔화되어, 월간 644,000배럴에서 580,000배럴이 된다면, 연간 생산 증가량은 130만 배럴에서 60만 배럴로 54% 줄어들게 된다. 또한 맥락적으로 볼 때, 미국 셰일 원유 생산 증가세가 50% 둔화된다는 것은 내년 예상되는 비 OPEC 산유국의 생산 증가량 150만 배럴 중 51%를 상쇄시켜 줄 것이다.

​여기서 염두에 둬야 할 점은, 미국 셰일 원유 생산 증가분 중 대부분이 레거시 감소율 벌충에 사용되기 때문에, 유전의 개발 및 완성 상황이 조금만 변해도 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 원유 시장 균형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원유 시장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세계 어느 유전도 미국 셰일 원유만큼 급격한 레거시 감소율을 겪고 있는 곳은 없다.

​장기적인 시사점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미국 셰일 원유는 유가 변화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는 다시 세계 원유 시장의 새로운 균형자 역할을 하고 있다. 유가가 50달러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지지선이 되어줄 뿐만 아니라, 70달러 이상으로 오르지 않게 하는 저항선이 될 것이다.

​일반 통념과는 달리, 셰일 현상의 영향은 기존 산유국에게도 꽤 긍정적이다. 미국 셰일 원유가 유가의 상단 저항선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부정적이지는 않다. 유가 급등은 일반적으로 세계 경제와 원유 수요 증가에 해롭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 자동차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셰일 원유가 유가 하락을 방어해주기 때문에, 경제에도 보호 장치가 되며, 지금까지 원유 시장 균형을 위한 OPEC의 노력을 보충해 줄 것이란 점이다. 만일 OPEC뿐이 없다면, 유가는 앞으로도 극단적인 수준으로 변동할 수 있다. WTI 유가가 26달러까지 하락했던 2016년 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말이다.

​유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힘이 하나 더 생겼다는 것은 기존 산유국들에게도 이익이다. 대다수의 산유국은 50달러 내지 70달러 대의 유가에서 충분한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 미국 셰일 원유가 나타나기 전까지, 원유 시장의 유일한 안전장치는 OPEC뿐이었지만, 이제 미국 셰일 원유라는 또 다른 장치를 가지게 되었다. 이런 주가의 안전장치가 상품 사이클 후반부에도 산유국들에게 현금 흐름을 확보해 줄 것이다.

​상품 사이클 중 가장 위험한 시기에도 산유국들의 현금 흐름이 안정되게 되면, 자본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금까지 원유 시장에서 미국 셰일 원유의 균형자적 역할을 오해한 데서 에너지 부문의 주가 하락을 비롯됐지만,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장기적으로, 미국 셰일 원유의 유가 상단 저항선 역할은 2020년대 초 생산량이 900만 내지 1,000만 배럴이 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셰일 원유가 운송 및 지질학적 제약으로 유가 상단 저항선 역할을 잃게 되더라도, 여전히 계속해서 하단 지지선 역할은 해나갈 것이다. 미국 셰일 원유가 유가를 하나의 가격대에 머물게 하는 역할은 OPEC와 다른 기존 산유국들에게도 훌륭한 선물이다.

​자료 출처: Oilprice.com, "The New Oil Or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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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 오일이 균형자적 역할을 하는 것은 알겠는데, 유가 하락 시에 셰일 오일의 생산 중단이 있으면 opec이 다시 균형자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봐요.

실제로 노무라증권은 2019년에 유가가 20달러를 찍을 거라고 예측했어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전세계적인 원유 수요의 급격한 감소를 예상하고 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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