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유가 전쟁, 엎친 데 덮친 정유 회사들

in #kr4 years ago

원유 시장이 지금처럼 악화되는 상황이 오면, 가치 사슬 내의 모두가 그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한다.

지난 3개월 동안, 유가가 과거 수십 년 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원유 및 천연가스 회사들의 가치도 거의 절반으로 떨어졌고, 관련 펀드인 XLE(Energy Select Sector Fund)도 -49.5% 하락해 있다.

충격파가 정유 회사들을 강타하는 것은 시간문제였고, 이제 이 부문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면서, 휘발유와 항공유 마진은 10년 내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고, 강력한 약세장과 완벽한 한 몸이 되고 있다.

최근월 뉴욕 RBOB 휘발유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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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랙 스프레드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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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크랙 스프레드(crack spreads)는 이미 지난 6주 동안 자유낙하 상태였으며, 사우디와 러시아가 유가 전쟁에 돌입한 후 더 가속화되었다.

4월 인도분 RBOB(Reformulated Gasoline Blendstock for Oxygen Blending) 휘발유 크랙 스프레드 선물은 2월 19일 배럴당 20.73달러에서 3월 24일 -3.21달러까지 하락했다.

최근월 NYMEX RBOB vs. 최근월 NYMEX 크랙 스프레드 역시 배럴당 -6.06달러까지 하락해 수년 내 저점을 기록 중이다.

한편, 아시아의 항공유 정제 마진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는데, 코로나19 확산이 극에 달함에 따라 이 지역의 국내 및 국제 항공사들이 운항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점에서 놀라운 일은 아니다.

로이터 통신의 보도와 같이, JBC 에너지 아시아의 리처드 고리 이사는 전 세계 항공 교통량은 40~45% 감소했으며, 향후 몇 주 동안 운항 횟수 감소와 운항 제재 증가로 인해 더 악화될 전망이다. 고리는 항공 여행이 최저 수준으로 감소함에 따라 전 세계 항공유 수요가 전분기 대비 무려 70% 감소(고작 일간 250만 배럴) 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수요 지표로서 크랙 스프레드

크랙 스프레드(crack spreads)는 원유 제품 수요의 실시간 지표 역할을 한다.

크랙 스프레드는 원유 1배럴 가격과 그로부터 정제된 전반적인 석유 제품 가격의 차이를 말한다.

"크랙"은 원유를 다양한 성분으로 분해하는 과정을 가리키는 산업 용어로, 여기에는 프로판, 난방유, 휘발유 같은 제품, 휘발유 같은 경질 증류물, 그리스 같은 중질 증류물 및 경유 같은 중간 증류물 등이 포함된다.

원유로부터 정제된 다양한 제품의 가격과 유가가 항상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공급, 날씨 변동, 그리고 다양한 증류물에 대한 공급과 수요 같은 많은 다양한 요인들이 가격 변화를 초래하고, 이는 정유 회사의 마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크랙 스프레드는 본질적으로 원유 1배럴을 다양한 증류물로 정제할 때 나오는 채산성을 의미하므로, 다양한 증류물의 수요를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할 수 있다.

크랙 스프레드가 높아지면, 일반적으로 원유 제품의 수요가 증가하거나 유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신호이며, 정유 회사들의 정제 마진이 높아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크랙 스프레드가 하락하면, 원유 제품의 수요가 약화되거나 유가가 상승하는 경우이므로, 정유 회사들의 정제 마진이 악화된다.

휘발유 크랙 스프레드는 계절성이 강해 겨울철에 하락하는 경우가 많으며, 봄과 여름철이 다가올수록 휘발유 수요가 증가하고 그에 따라 상승하게 된다. 현재의 하락은 주로 휘발유 수요의 계절적 감소와 그로 인한 수요의 감소의 영향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과 유가 전쟁이 발생하면서 엄청난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크랙 스프레드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정유 회사들이 적자를 보면서 운영하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정유 회사들이 휘발유와 항공유 생산을 줄이기 시작할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다.

일부 정유 회사들은 이미 대응을 시작했다.

필립스 66은 뉴저지에 위치한 베이웨이 공장의 정제율을 20%까지 낮췄고, 펜실베이니아에 위치한 트레이너에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낮췄다.

원유 수요의 증발

미국 정부의 2조 달러 상당의 경기 부양책이 만장일치로 상원을 통과한 이후 지난 며칠 동안 크랙 스프레드도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반등은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미국 에너지부가 요청한 전략비축유로서 30억 달러 상당의 원유 매입이 경기 부양책에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초 제안 요청서에는 원유 생산 업체들에 대한 일시적 구제책으로 미국산 원유 총 7,700만 배럴 중 일단 3,000만 배럴을 매입하는 계획이 명시되어 있었다. 그에 따라 원유 시장의 반등은 잠시에 그치고 말았다.

아주 끔찍한 원유 수요 전망도 현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IEA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전 세계적인 폐쇄로 인해 세계 원유 수요가 일간 2천만 배럴까지 급감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거대 산유국들 유가 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유 회사들의 상황은 나아질 기미기 보이지 않는다.

자료 출처: Oilprice.com, "Refiners Are Having To Pay To Produce Gaso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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