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사탕>에 나타나는 미장센

in #kr3 years ago

영화를 보면, 주인공 영호는 두 번에 걸쳐 화장실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봅니다.
광주에서 타의에 의해 원죄를 저지른 영호는 자신의 원죄의식을 무의식 저편으로 봉인하였지만, 형사가 되어 의식적으로 악한 사회구조 속으로 편입되어 자신의 손에 고문 당한 이의더러운 피와 똥이 묻은 ‘더러운 손’을 씻다가 바라본 거울. 그 거울에 비친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은 점차 폭력에 길들여져서 폭력의 가해자로 변모해가는 자신의 타락을 의식하는 순간이지요.
그때 광주에서 처음으로 생긴 원죄의식의 상처가 무의식 속에서 고개를 들고 거울 안에서 거울 밖의 자신을 쳐다봅니다.
역시 고문형사로서 일상적 폭력으로 행하고서 질펀하게 유흥을 즐기러 간 룸싸롱에서도 일상과 고문과 불륜과 욕망이 ‘짬뽕’처럼 버무려진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다시금 의식과 무의식은 거울의 안팎에서 조우하게 되고, 순수함의 상실이라는 상처를 끄집어내어 거울 밖의 현실에 보여주는 무의식에 대해 거울 밖 현실의 영호는 ‘엿 먹어’ 한방을 날립니다.
그리하여 타락한실존과 순수한 본질이 거울의 안팎에서 의식과 무의식으로 만나는 것은 자아의 분열상을 극명하게 표출하는 미장센이 되지요.
또한 <박하사탕>은 영호의 소외된 실존의식이 순임이라는 원초/순수와 다시 만날 때 왜소하고 비뚤어진 자신에 대한 자각과 느낌을 공간적으로 ‘계단’과 계단 오른쪽에 붙은 채 축 쳐진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공간적으로 시각화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불안하고 위축된 실존은 곧 자살을 감행하게 되지요.
그러나 영호는 사회구조의 폭력에 길들여져 가면서도 때때로 시세(時勢)에 어긋나는, 그리하여, 역사에서 비껴나는행동을 하곤 합니다.
열심히 권력의 하수인으로 일상적 폭력을 휘두르는 고문형사 노릇을 하다가 술집 작부를 통해순임의 순수를 상기해 내는 바람에 다리를 절면서 폭력의 현장에서 한걸음 비껴나 있는 장면을 영화는 좌우/대소의 대비에 의한 차이, 물리적/원근법적 거리감에 의한 심리적 거리 설정 등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리봉동 사람들의 야유회에서 모두들 역사의 굴레에 순응하여 뽕짝을 부르면서 질펀하게 어울려 놀고 있는데 혼자만 철길 위에 올라간 영호는 역사와 어울리지 못한 채 벗어난 소외된 실존이 되고 영화는 그것을 어울려 있는 사람들과 멀리 떨어진 채 철길 위에서 거의 보일 듯 말 듯할 정도로 작은 영호와 대비시키고 있습니다.
이것은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장면, 곧 소풍나온 사람들이 자그맣게 보일 정도로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영호가 돌아보는장면과 대비됩니다. 양자의 크기가 뒤집히고 있지요. 쳐다보는 시선의 주체도 바뀌고 있습니다.
영화의 초두에서자살을 감행하는 영호는 역사 안에 있는 이들의 시선에 의해 자그마한 아웃사이더로 축소, 배제된 채 포착되고 있지만, 영화의 말미에서는 시간역행의 플래시백을 거쳐 영화 내적인 논리상 순수함을 회복한 것으로 보이는 영호가아직 순수함이 남아 있지만 앞으로 타락을 향해 달려갈 역사 안의 사람들을 되돌아보고 있는 셈이지요.
영화는 이렇듯 영화속 인물들의 공간적 분리와 크기를 고려한 배치 및 시선의 교체라는 공간적 구도와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의미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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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percy68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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