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아픈 아이를 보면서 아침부터 마감했다. 어제 서울 올라오는 길에 보았던 <더 블랙>이라는 다큐멘터리의 프리뷰를 쓰다가 아이가 키보드 위에 뭘 건드리는 바람에 썼던 글 전부 날아갔다. 아이에게 큰소리로 항의했지만 아이는 자신이 뭘 했는지 (당연히) 몰라 같이 놀아달라고 보챘다.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겨우 마감하고, <암수살인>에 출연한 배우 김윤석, 주지훈 표지 진행하러 회사로 갔다.
가을에 접어든 이번주 박스오피스는 존 조가 출연한 영화 <서치>가 흥행 바람을 불으키고 있고, 지난주까지 틈새시장에 끼어들어 200만(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이 넘는 관객을 불러모은 <너의 결혼식>이 그 뒤를 따라 붙었다. 개봉 2주차에 접어든 <상류사회>는 개봉 전 악평 공세를 힘겹게 버티며 61만2천만명을 동원하고 있다(손익분기점인 150만명을 넘을지는 이번 주말 성적에 달려있다). 이번주엔 취재 일정이 유독 많았던 까닭에 추석 라인업 중 한편인 <물괴>를 보지 못했고, <더 블랙> 한편만 미리 챙겨보았다.

줄거리

18대 대선을 8일 앞둔 2012년 12월 1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 607호. 당시 야당이던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이곳을 급습했다. 전직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국정원이 정치 관련 커뮤니티와 포털 사이트에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댓글을 달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것이다. 증거 인멸을 우려한 민주통합당은 경찰을 대동해 오피스텔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했지만 오피스텔은 문이 굳게 잠긴 채 묵묵부답이었다. 실제로 그곳에는 국정원 블랙 요원 김하영씨가 있었고, 팽팽한 대치가 시작한지 나흘이 지난 12월12일 김씨는 오피스텔 문을 열고 나왔다. 경찰은 김씨의 PC를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 수사에 돌입했고, 대선은 국정원의 선거 개입 논란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흘러갔다.

100자평

<더 블랙>은 18대 대선을 코앞에 두고 벌어진 국정원의 여론 조작 사건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이마리오 감독의 내레이션은 당시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안내하며 꼼꼼하게 짚어나간다. 경찰이 김씨의 노트북을 디지털 포렌식으로 분석하는 과정에서 주고 받는 말들은 당시 경찰이 이 사건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드러낸다. 배우 김중기가 연기한 전직 검사 X씨는 당시 윤석열 검사팀이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국정원 등 윗선으로부터 어떤 압력을 받았는지 뒷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들려준다. 당시 검찰에서 유명한 모 공안 검사조차도 당시 이 사건을 대선 개입으로 볼 정도였지만 집권 세력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매우 치졸한 방식으로 이 사건을 선거 개입과 엮이는 걸 막았다. 이 사건을 여러 뉴스 클립과 재연, 증언을 통해 친절하게 구성한 건 좋았지만 당시 검찰에서 있었던 상황을 X씨의 말로만 전달하는 건 객관적 측면에서 한계가 있어보인다. 의견이나 팩트가 조금씩 달라도 다양한 취재원의 의견을 덧붙였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무엇보다 영화는 너무 늦게 나온 건 다소 아쉽다. 대법원은 지난 4월 2012년 댓글 공작은 대선 개입이라고 보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4년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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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마리오
프로듀서 이상욱
촬영 최승철, 김진유
출연 박주민, 김창일, 안근영, 이상훈, 문구선, 김중기
제작·배급 아나레스, 이달투
제작연도 2018년
상영시간 68분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 9월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