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픽션 연재/영화계 블랙리스트 취재기] 챕터2. 취재 시작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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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투자 단계에서 블랙리스트가 작동하고 있다는 소문은 파다했지만 영화계는 입을 꾹 닫고 있었다. K는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이유로 투자에서 배제된 제작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들은 입을 맞추기라도 한 모양인지 비슷한 대답을 내놓았다. “모태(펀드) 투자를 못 받은 건 맞는데 이유를 어떻게 알아.” “펀딩은 투자사가 하는 일이라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한다.” “블랙리스트? 익히 소문은 들었는데 실체를 어떻게 확인해?” “블랙리스트 때문에 투자를 못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은 했으나 돌아온 대답들이 이리 허무하니 K는 취재를 시작하기도 전에 바람 빠진 풍선인양 힘이 빠졌다.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조직도를 살펴보니 규모가 제법 컸다. 당신들이 블랙리스트를 기준으로 영화를 골라냈다는 얘기가 있던데, 사실인지 누구한테 확인해야 합니까? 이렇게 대놓고 질문하면 대답해줄까 기대는 하나도 안 했지만, K는 무작정 한국벤처투자 대표 번호로 전화를 걸어 물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자신은 담당자가 아니라 그런 소문을 잘 알지 못한다고 다른 부서 직원에게 전화를 돌렸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담당자가 현재 외부에 미팅을 나갔으니 메모를 남기면 내일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메모를 남겼지만 다음날 연락은 오지 않았다. 공무원들은 K 기자를 전화로 뺑뺑이를 돌린 것이다. K는 허탈했다. 피해를 당했다는 영화인도, 블랙리스트를 실행했다는 한국벤처투자도 “잘 모른다”고 하니 이들 말처럼 블랙리스트는 애초에 실체 없는 소문에 불과한 게 아닐까.

‘정권에 밉보이면 투자 못 받아.’ K 기자는 모태펀드를 공부하기 위해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한국일보 기사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기사는 영화 <판도라>가 모태펀드 투자를 받기로 했으나 명확한 이유 없이 투자가 철회됐다는 내용이다. 영화의 소재인 원전 재난이 원전은 안전하다는 정부 입장과 배치되기 때문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K는 기사를 읽으면서 무릎을 딱 쳤다.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했다, 취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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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는.. 투자 뿐 아니라.. 촬영장도.. 매번.. 촬영 허가가 뒤늦게 취소 되기도 하고.. 정말 우여곡절의.. 고생이 많았었지요;;;

아이, 이런 얘기는 만나서 더 자세하게 해주실 수 있습니까? 국정원 취재할 때 요원이 현장에 가기도 했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ㅋㅋㅋ

조만간.. 민주떡볶이. 번개! 해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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