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데즈카 오사무의 <넥스트 월드>

in #kr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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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 소개입니다. 1949년 출간된 만화 <넥스트 월드>는 데즈카 오사무가 SF 영화 <다가올 세상>(1936, 감독 윌리엄 카메론 멘지스, 원제는 ‘Things To Come’)에 영감을 받아 그린 만화입니다. 이 영화는 H.G.웰즈의 과학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원자폭탄으로 인해 세계가 후유증을 겪는 이야기입니다. 데즈카 오사무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이 영화를 일본 신주쿠의 작은 영화관에서 보았다고 하는데, 특히 전반부가 재미없어서 하품을 4, 5번이나 했다고 고백했습니다(얼마나 재미없었으면 하품한 횟수까지 기억할까).
이 만화는 등장인물도 많고, 줄거리가 다소 산만합니다. 야마다노 박사가 말발굽섬에서 인간과 다른 모습의 존재를 발견하고 그것을 원자력 때문에 지구의 생태계가 변하였다고 진단을 내립니다. 자신이 두 눈으로 목격한 풍경을 스타국(미국) 아톰홀(맞다, 그 우주소년 아톰할 때 그 아톰이다)에서 열리는 원자력회의에서 폭로할 거라고 합니다. 기자 초년생 록과 수염 탐정은 그와 관련된 진실을 쫓다가 우란 연방(소비에트 연방)으로까지 가고, 그곳에서 집단 노동 생활을 겪게 됩니다.
만화를 보면서 깜짝 놀란 건, 만화가 그리는 세계가 지금 현실에도 유효하다는 사실입니다. 만화 속 세계는 스타국과 우란 연방이 원자력 폭탄 경쟁 때문에 전쟁 직전까지 갑니다. 아마도 데즈카 오사무는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미국과 소련의 이데올로기 냉전 체제를 지켜보면서 많은 영감을 받은 듯합니다. 록과 수염 탐정이 우란 연방의 지하 공장에 끌려가 집단 노동을 하는 장면들은 아마도 소비에트 연방이 소수민족을 포함한 정치범들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모스크바에서 먼 곳으로 강제로 이주시켜 집단 노동을 하게한 풍경과 겹칩니다. 또, 단편 <제피루스>에도 나와있듯이 원자력 폭탄에 대한 트라우마와 비판이 이 만화 속 세계에도 고스란히 반영됩니다(어쩌면 이러한 생각이 훗날 우주소년 아톰이 탄생하는데 밑거름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원자력 폭탄이 단순히 인명을 살상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구의 생태계를 무너뜨린다는 엄중한 경고를 던집니다. 1949년 나온 만화인데도 북극의 빙하가 녹아 지구가 '다음 세계(넥스트 월드)'를 찾아야 한다는 운명을 예고하는 건 매우 강렬하고 섬뜩했어요.
이 작품은 <로스트 월드>, <메트로폴리스>와 함께 데즈카 오사무의 SF 만화 3부작 중 한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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