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데즈카 오사무의 <신보물섬>

in #kr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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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물섬>은 데즈카 오사무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모험 소설인 <보물섬>을 변형한 이야기다. 소년 피트가 강아지 멍멍이와 함께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유품 상자에서 발견한 보물섬 지도를 단서삼아 보물섬을 찾아나서는 모험담이다. 피트가 탄 배가 해적의 습격을 받고 침몰하고, 피트와 선장 그리고 멍멍이가 가까스로 정체불명의 무인도에 불시착한다. 무인도에서 생존하기 위해 피트와 선장은 나무가지를 비벼 불을 피우고, 집을 짓고, 사냥을 하지만 문명이 없는 이곳에서 하루를 무사히 넘기기가 만만치 않다. 마침 해적 무리들이 피트 일행을 뒤쫓아 무인도에 당도했고, 피트 일행은 다시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때 피트를 구해준 사람이 나타났으니 그는 타잔 바론이다. 무인도에서 태어나 동물들의 손에 자란 바론은 무인도의 동물들을 이끄는 정글의 왕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도 전인 1947년 데즈카 오사무가 그린 만화 <신보물섬>은 선배 작가인 사카이 시치마의 스토리를 받아 그린 작품이다. 연재 당시 40만부나 팔려 대히트를 기록했다. 이 작품 덕분에 데즈카 오사무는 일이 몰리는 바쁜 작가가 되었다. <신보물섬>은 데즈카 오사무의 출세작이랄까.
이 만화는 당시 인기가 많았던 일본 만화와 여러모로 달랐다고 한다. 스토리를 놓고 보면 앞에서 언급한 <보물섬> 뿐만 아니라 대니얼 디포 작가의 <로빈슨 크루소>, 애드거 라이스 버로스 작가의 <유인원 타잔> 같은 소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듯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컷 분할방식이 영화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이다. 특히, 피트가 차를 몰고 항구를 떠난 배를 재빨리 쫓아가는 <신보물섬>의 첫 장면은 멀리서 달려오는 피트의 차를 롱테이크 숏으로 담아낸 동시에 중간마다 피트의 급박한 표정을 클로즈업숏으로 그려내 대비시킴으로써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타잔 캐릭터 또한 소설에서 영향을 받았다기보다 당시 할리우드 영화 속 캐릭터인 타잔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장면들을 보면 데즈카 오사무는 미국 영화와 문화를 자기 식으로 재해석한 셈이다.
국내 출간된 <신보물섬> 책에는 그의 단편집 <대부의 아들>과 <제피루스> 두 편도 함께 실렸다. <대부의 아들>은 데즈카 오사무의 고등학교 시절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야쿠자 보스의 아들 아카시가 목이 약하고 자신감이 없는 데즈카 오사무가 수업 시간 몰래 그린 만화를 읽고 데즈카 오사무와 친구가 되기로 한다. 데즈카 오사무는 아카시에게 자신이 왜 만화에 빠졌는지 들려준다. 원래 키도 작고 몸도 약했던 데즈카 오사무는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로부터 무시를 당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워낙 만화를 좋아해서 집에 만화책이 많았던 까닭에 10살 때부터 만화를 읽고, 그리게 된 게 그의 낙이 되었다. 데즈카 오사무는 아카시에게 여자 캐릭터를 만화로 그려주고, 아카시는 데즈카 오마수가 체력장에서 낙오되지 않도록 운동을 열심히 도와준다. 외모도 성격도 사는 환경도 다른 두 친구가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인데, 데즈카 오사무의 자전적인 사연인 것으로 보인다.
<제피루스> 또한 2차 세계대전 당시 학생 데즈카 오사무가 곤충을 수집하면서 겪은 사연을 그린 이야기다. 미군의 공습을 대비하기 위해 수업 대신 방공호를 파고, 군사훈련을 받던 당시, 데즈카 오사무는 곤충 채집이 취미였다.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하게 얘기할 수 없지만 제피루스라는 희귀한 나비를 잡다가 벌어진 일을 그려낸 이야기인데, 전쟁 당시 인간의 이기성과 전쟁이라는 혼란하고 어지러운 상황을 어린 학생의 시선으로 묘사한 게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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