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사 재직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쓴 선생님의 일기

in #kr7 years ago

안녕하세요 첫글에 임용 고시생이라고 썼던 pak455입니다.

사실 임용 고시생이라고 쓴 이유는 지역을 바꾸기 위해서 시험을 다시 준비하기 때문인데요,

가입하고 한시간 정도 여기의 글들을 읽어보니 생각보다 다들 진정성 있게 작성하시는 것 같아

저도 제가 교직에 있을때 겪었던 일들이나 아니면 학부모님들의 고충, 선생님들의 고충에 관해 써보려 합니다.(앞으로)

먼저 2015년도부터 2016년도말까지 약 15개월간 현장에서 보고 배우고 느낀점들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저는 2015년에 5학년 담임이었습니다. 학급의 규모는 25명이었고 한 학년에 2반밖에 없었고,

전체 학생수는 학년별로 상이하지만 전체 300명 근처였습니다.

첫 출근에서부터 느낀 현재 학교의 가장 큰 두가지 문제점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바로 '저출산'문제입니다. 저출산 문제에 대해 글로만 보다 실제 현장에서 저출산 문제를 접하면 정말 소름이 돋습니다.

학년별로 운동장에 모여있는데 6학년은 50~55명(전학생들 때문에 유동적임)정도 되는 반면 1학년은 40명근처밖에

되지 않습니다. 여러분 한국에서 지금 저출산 현상이 큰 문제다 라는 말은 농담이 아닙니다.(정말 정말 정말 심각합니다.)

신규교사로 임용받고 첫날(개학식날) '이게 현실이구나'라며 깨달았습니다.

저출산 현상이 생기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요즘 사회에서 많이 언급되고 있는 청년층들의 불안정한 고용(열정페이, 비정규직 등..)

비싼 집값, 여러 정책에서 고려되지 않는 청년들의 처지가 크게 영향을 끼쳤다고 봅니다.

또, 제가 느낀 두번째 문제점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두번째 문제점은 케어(학부모의 관심, 가정에서의 관심)를 받지 못하는 학생이 매우 많다는 것입니다.

아침에 학교에 등교를 해서 'OO야, 어제 뭐했니?'라고 물어보면 그냥 친구들이랑 놀았어요, 학원에 갔어요, 뭐했어요 등등

여러 답변이 나옵니다. 언뜻 보면 '그래 잘 지내는 구나', 라고 생각 할 수 있습니다.(대게 학부모님들이 그렇게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여러분 정말로 자식이 있는 분들, 조카가 있는분들, 동생이 있는 분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여러분의 가족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한번 제 얘기를 듣고 스스로 답을 내려보시기 바랍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저는 매일 아침 등교해서 반에 있는 모든 학생들에게 항상 '어제 뭐했니, 누구랑 놀았니' 등등 10초정도 대화를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의 생활을 머리속에 그려봅니다. (물론 쉬는 시간에 관찰도 합니다. 누구랑 노는지, 그날의 감정상태라던지 등등)

가령 A라는 친구는 저에게 B랑 C랑 놀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B한테 물어보면 C랑만 놀았다고 합니다.

이 짧은 대화속에서도 아이들의 생각이나, 감정이 들어납니다. 아이들은 그래요. 정말

A라는 친구는 B와 C랑 같이 다니지만 B와C는 A를 은연중에 따돌리려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실제로 행동에서도 드러나고요)

그런데 학부모 상담을 할때 제가 아이가 이런 이런 상황에 놓여있는것 같다. 저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학부모님도 열심히 노력해 주십쇼. 하고 얘기를 하면

에이 자기 아이는 친구들과 잘 지내고 공부만 잘하면 된다 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이런 문제를 파악하는건 제가 교사여서 가능했을까요? 대학교에서 4년 내내 교육학, 교육사, 교과과정에 대해 공부를 해서?

정답은 '아니오'입니다. 여러분. 여러분의 가족에게 관심을 가지는건 생각보다 쉽습니다.

단순히 비싼 장난감을 사주고, 좋은 학원을 보내주고, 갖고 싶은 것을 다 갖게해준다고 관심을 가지는게 아닙니다.

하루에 말한마디라도 더하고 그사람의 생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파악하려

노력하는게 바로 관심을 가지는 것입니다.(아이들에겐 매우 중요해요!)

매일 하루에 한번씩 천천히 대화하려고 노력하신다면 비록 자식에게 딱딱하고 친절하지 못한 아빠일지라도, 잔소리만 하

는 엄마일지라도 자식에게 여러분의 진심을 전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자식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하시면

담임선생님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담임선생님께 요즘 우리 아이가 누구랑 노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생활을 하는지

학부모 상담을 요청하시면 충분히 도와드릴겁니다. 만약 도와주지 않는다면 그분은 선생으로써 자격이 없는 분이겠죠?

오늘은 짧게 가장 크게 느꼈던 두 가지 문제점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혹시라도 궁금하신 점이나.. 상담을 하고 싶으신분은 댓글을 달아주시거나 메시지 보내주시면 제가 아는 한에서

친절히 답변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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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관점에서 아이들을 바라볼수있네요 짧은 대화 속에서도 그런게 가능할 줄은 몰랐습니다 ㅎㅎ..

짧은 대화에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을때가 있죠~~ 감사합니다. ㅎㅎ

좋은 선생님이 되시겠군요.
저도 평생 잊을 수 없는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돈 많이 벌고 지위가 높아서 우병우나 김기춘 같은 인간들이 안되도록 아이들 잘 가르쳐 주세요

저를 만났던 아이들도 이렇게 생각해주면 더할나위없이 기쁠거같네요~~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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