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비하인드] 호반의 대우건설 인수, 그리고 뒷말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했습니다. 좀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를 득하였고, 실사와 마지막 협상을 거친 후에 최종 인수를 하게 됩니다. 통상 인수협상대상자의 지위까지 가면 80% 이상은 인수를 했다고 봅니다. (물론 M&A가 막판에 뒤집어지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대우건설은 아주 긴 세월 동안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품 안에 있었습니다. 더 자세히 적자면 산업은행 내부의 사모펀드(PE) 유닛에서 펀드를 구성해 대우건설을 인수했었죠. 그 펀드는 산업은행과 미래에셋대우가 출자한 펀드입니다. 산업은행의 정책 자금이 들어간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만, 언론에서는 '그게 그거'로 보는 듯 합니다.
산업은행 입장에선 대우건설은 꽤나 애물단지였습니다. 사모펀드는 수익률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데 엄청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대우건설은 포트폴리오였습니다. 몇 번 매각하려 했으나 좀처럼 사려는 곳은 없었습니다.
이번 배경을 아는 사람이라면 아래와 같은 기사가 얼마나 어이가 없는지 알 것입니다.
"대우건설 매각, 무책임·헐값·특혜·졸속·불공정”
김성태 “文정권, 호반건설과 무슨 커넥션 있길래…”
한국당 "대우건설 반토막 매각, 특정업체 위한 특혜"
M&A는 절대 밀실협상이 있을 수 없습니다. 특히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시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굉장히 엄격한 기준으로 진행합니다. 몇 차례의 매각 시도와 여러 번의 입찰을 거치게 됩니다. 그리고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곳을 선정하는데에 외부 자문사를 고용해 활용합니다.
호반건설은 입찰 과정에 참여해 가격을 제시했고, 매각자 입장에서의 최선의 선택을 했을뿐입니다. 정부가 힘을 써서 가격을 깎는다던가 혹은 유력한 후보를 밀어낸다던가 하는 일은 M&A 프로세스에서 개입할 여지가 없습니다. 또, M&A 프로세스에는 수 많은 자문사(증권사, 회계법인, 법무법인)이 붙고 수 십 명에서 수 백 명의 관계자가 딜에 참여합니다. 이 모든 인원을 배제한 채 몰래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만약 비리가 있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누설되고 말테니까요.
그리고 호반건설을 3류 회사로 보는 몇몇 댓글과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호반건설은 M&A의 핵심 플레이어 중 하나였습니다. 여러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 빠졌을 때에도 호반건설은 꽤나 많은 현금을 들고 있는 실세였으니까요. 그리고 마침내 대우건설에 그 돈을 쓰게 된 것입니다.
대우건설 입장에서는 공기관인 산업은행보다 사기업인 호반건설이 주인이 되는 게 훨씬 낫습니다. 공기업은 태생적으로 액션이 적기 때문이죠. 경기가 침체되어 있을 때 경영진의 고민과 결단이 빛을 보게 되는데, 대우건설은 몇 년 동안 그렇지 못했습니다. 다만, 위험을 회피하고, 재무적 안정을 꾀했을 뿐이죠.
분명 시너지는 크지 않습니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의 강점인 해외사업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안정적으로 되었다고 봐야 합니다. 호반건설은 지방 주택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수입을 거두고 있고, 대우건설은 고급 아파트 브랜드와 더불어 해외 사업 역량이 있기 때문이죠.
결과적으로 봤을 때 대우건설은 '마침내' 팔리게 된 것이고, 호반건설은 '긴 고민 끝에' 대우건설을 사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산업은행은 '다행이도' 손을 털게 되었습니다.
호반건설의 업계내에서의 급부상이 전체 건설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대가 됩니다.
게다가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건설회사라 더욱 관심이 가네요^
호반은 거대한 변화에 섰습니다. 이 인수가 양사의 미래에 긍정적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