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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제목이 없어요

in #kr6 years ago (edited)

글 잘 읽었습니다.

어느 여류 작사가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조금 각색해서 소개드릴게요.
그녀는 신춘문예에 몇번을 등단하려고 노력했다가 떨어지고 지금은 작사가로 이름이 남아있는데, 몇년동안 계속 한 해 신문에 투고할 수 있는 덴 다 투고 했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아무데서도 반응이 없었죠. 그렇게 몇년을 살면서 아주 이를 갈았더랩니다.
'내가 지금은 계속 쓴맛만 보고있지만 등단만 해봐라, 거창하게 등단 소감 발표해주마' 이러구요.
하지만 생계도 무시못하고 결혼도 했는데, 하필 가난한 기타리스트 남편을 만나서.... 입에 풀칠은 해야겠기에 남편이 곡 쓰면 가사써주는 '알바'를 했었구요. 예전 시대라 작사가도 그리 고급진 직업은 아니었습니다. 무튼 그렇게 풀칠하려고 쓴 노래 가사가운데, 그녀가 그렇게 이를 갈며 준비했던 등단 소감문도 소재로 쓰였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작사가 양인자이고 그렇게 나온 노래가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되겠습니다.
먹이를 찾아서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같은 삶을 살기보단 헤밍웨이의 말년 작품 <킬리만자로의 눈>에 나오는 산정 높은 곳에서 이유도 모르게 얼어죽어있던 표범 한마리처럼 살련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죠.(표범은 보통 따뜻한 곳에서만 서식해서 그런 데 올라갈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모종의 어떤 목표를 가지고 올라간 것이리라 생각하고 거기에 감정이입을 한거죠)
뭐 결과적으로 그 노래로 인해 작사가로서 이름을 떨치고 부와 명성도 얻었지만 여전히 등단의 꿈은 간직하고 있더군요.

@outis410 님에도 댓글을 썼고 잘 아시리라 생각하지만 전업 글쟁이의 길은 그 자체가 비루하고 고난의 연속입니다. 글쟁이 뿐 아니라 예인들의 삶이 다 그러하죠. 우스갯소리로 배불러야 예술을 할 수 있는거라고 하죠.
실제로 생존 자체가 불투명했던 세계 1, 2차 대전 기간중에 전쟁 해당국가들은 문학사조가 상당히 퇴보했었고 전후의 문학사조가 암울하고 비관적이었던 것만 봐도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예술이란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 수 있습니다.
카프카는 지금은 대문호로 불리지만 살아생전 어디 출판사에 제대로 원고 한번 내밀어본적도 없고 그저 글 쓰는 게 좋아서 하루 3~4시간만 자며 글 쓰는 생활을 이어가다 결국은 요절했었죠. 썼던 원고도 사실은 죽기전에 없애버리라고 유언을 남긴걸 유족들이 발표한 것이네요.

그런 것 같습니다. 예술은 평생 생활의 고통을 짊어지고 가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특권 같은 거라고요. '신경끄기의 기술'이란 책에는 작가들의 삶을 소개하며 그런 삶에서 배울 수있는게 뭔가를 역설하드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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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저도 어쩌면 이를 갈고 있었는지도요. 욕심 때문에 이를 갈게 됐지만 욕심을 버릴 자신도 없고... ^^
카프카의 삶을 보면 글쟁이들의 삶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나는 왜 수많은 꿈 중에 왜 하필 글쟁이의 꿈을 꾼 것인지 한스럽기도 하고요.
숫자에 신경 끄는 법을 연습해야 겠어요. ^^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좋은 댓글 잘보고 갑니다.
이를 갈다가 재풀에 지쳐 결국 현실과 타협할지 아니면
패인이 되는 한이 있어도 꿈을 기어코 이루기 위해서 해 나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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