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업들의 허와 실

in #kr6 years ago

하루만에 1조원이 하락하는 주가
롤러코스터처럼 불안한 기업가치

지난 3월말 테슬라의 운전자가 사망하는 교통사고가 발생한데다 전만치에 못 미치는 생산 실적이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져 하루만에 주가가 7% 급락했다. 1년간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것 뿐 아니라 비전환사채 가격은 역대 최저수준이다. 시총 1조원이 증발하면서 심판의 날, 즉 파산위기설까지 커져가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데이터 유출 논란에 휩쌓인 페이스북 역시 최고점 대비 20% 이상 주가가 폭락하고 책임자 경질설까지 돌고 있다. 10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최고앱인 스냅챗은 창업 6년만에 상장에 성공했지만 2월부터 주가는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3월에 100명의 직원을 해고하기까지 했다. 유명 모델이자 방송인인 카일리 제너는 지난 2월말에 트위터에 "더 이상 사람들이 스냅챗을 사용하지 않나? 나만 쓰고 있는 건가. 이건 너무 슬픈데"라는 트윗을 올렸고 이에 트위터 사용자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그만큼 스냅챗이 실제 사용자들에게 멀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 시점에 스냅챗의 시가총액은 1조원 넘게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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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이같은 사태는 2000년대 불어닥친 IT 버블, 거품론을 고개 들게 하고 있다. 기존 시장을 와해시키며 디지털 기술 기반으로 혁신하는 IT 기업들은 3가지의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1. 시장 진입 시, 기존 시장의 잣대로는 확신할 수 없는 모호한 BM에 무리한 투자를 하며 사업을 해야 해서 손익 구조가 심각하다.
    2000년 초기 닷컴 거품론의 근거는 인건비와 서버와 네트워크 투자비는 지속적으로 늘어가는데 수익모델은 모호하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러시는 계속되었고 이 파고를 견디지 못한 기업들은 몰락했다. 아이러브스쿨, 프리챌, 골드뱅크, 다이얼패드 그리고 라이코스, 알타비스타 등이 무너졌고 다음, 네이버, 지마켓, 싸이월드 그리고 구글, 아마존이 성장했다. 10년이 지난 후 스마트폰 열풍과 함께 모바일앱 비즈니스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고 SNS, O2O에서 새로운 수익화에 대한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톡, 밴드, 라인, 배달의민족, 마켓컬리, 티맵 그리고 우버, 스냅챗, 위챗, 에버노트와 드랍박스 등이 파고를 넘고 있다.
    그 숱한 파고를 극복한 대표적 기업이 아마존이다. 4월1일 기준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743조원인데 비해 월마트는 279조원으로 약 1/3 수준이다. 반면 2017년 기준으로 아마존의 매출은 1779억달러, 순이익은 31억 달러로 순이익률은 1.7%이며, 월마트는 약 5000억 달러에 이익은 97억 달러로 1.94%이다. 아마존이 월마트에 비해 매출도 순이익도 적지만 높은 기업가치를 받는 이유는 수익모델의 다각화와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한 믿음 덕분이다. 실제 아마존의 매출 성장율은 월마트에 비해 약 10배나 된다.

  2. 비즈니스의 진입장벽이 낮아 늘 치열한 경쟁환경 속에서 사용자의 외면을 받기 쉽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늘 카피캣에 시달린다. 어렵게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어도 경쟁자의 도전으로 방심하는 순간 사용자의 외면을 받는다. 우버의 뒤를 바짝 쫒는 lyft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Grab, 지마켓을 위협하는 11번가와 그 뒤를 바로 쫒는 쿠팡, 숙박 예약 서비스인 직방과 다방,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처럼 이 시장은 기존 비즈니스보다 더 치열하고 속도가 빠르다. 그리고, 사용자가 다른 서비스로 갈아타는데 기회비용이 적기 때문에 금새 사용자의 외면을 받게 된다. 마이스페이스닷컴과 싸이월드의 몰락, 야후와 트위터의 부진이 대표적 사례이다.
    그런 이유로 IT 기업들은 기존 서비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서비스와 사업에 대한 도전과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구글의 유투브, 모토로라, 딥마인드, Nest 인수와 페이스북의 왓츠앱, 인스타그램과 오큘러스 인수 그리고 국내에서의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은 이같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다.

  3. 기존 시장의 규제와 기득권, 시민사회의 감시에 운신의 폭이 좁다.
    인터넷 비지니스는 기존 관행과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밸류체인을 와해시킴으로써 비즈니스 혁신의 기회를 마련한다. 그렇다보니 기존 기득권과 치열한 경쟁의 대척점에 서있다. 전 국민의 교통 서비스가 된 택시와 대리운전 호출 서비스인 카카오T는 전국 택시기사와 대리운전 사업자의 보이콧을 받고 있다. 또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비즈니스를 다르게 해석하기 때문에 시장 규제에 가로막히기 일쑤다. 카카오택시의 우선 호출과 즉시 배차건에 부과하는 건당 2000~5000원의 유료화 추진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유료 우선 호출 서비스의 요금이 건당 1000~2000원을 넘어가면 불법이라는 권고안을 냈다. 출퇴근 카풀 중계 서비스인 풀러스는 서울시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법적 조치를 당해 규제의 벽에 가로 막혔다.

이처럼, 기술 기반의 비즈니스 혁신을 추구하며 빠르게 신시장 개척을 하는 디지털 비즈니스는 겉으로 드러난 잘 나가는 모습 뒤에 허와 실이 드리워져 있다. 기존의 비즈니스보다 역동성이 크고 순식간에 사용자, 소비자의 주목을 받으며 인기를 얻기 때문에 자칫 빈수레가 요란할 수 있다. 주목받던 IT 스타트업이 갑작스레 몰락하는 것은 이같은 IT 비즈니스의 특징 때문이다. 최근에 또 웹과 모바일에 이어 블록체인과 같은 신기술이 등장하면사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비즈니스가 급작스레 주목받는다. 그 와중에 의도적이든, 역량의 한계든 위의 3가지 이유 때문에 빈수레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 뒤에 이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탄탄한 BM과 역량을 갖춘 인재들이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매의 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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