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피커, 제2의 스마트폰이 될까?

in #kr6 years ago

디바이스 종속성을 벗어나는 음성 AI 플랫폼
웹 검색과 모바일 서비스를 위협할 새로운 기회의 땅

우리 일상 생활 속에 1990년대는 TV, 2000년대 컴퓨터, 2010년대 스마트폰이 깊숙하게 자리를 잡아왔다.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거실에 있던 TV는 외면을 받아왔으며, 컴퓨터로 인해 집 주변의 오락실, 서점, 레코드가게, 만화방이 사라져갔다. 컴퓨터로 게임을 하고, 음악을 들으며, 책을 주문하고, 쇼핑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이 영역의 비즈니스 지형이 크게 바뀌었다. 특히 컴퓨터로 인해 인터넷 플랫폼인 웹이 등장하고, 검색이 중요한 웹 서비스의 하나로 자리 잡으면서 네이버, 구글과 같은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회사들이 크게 성장했다. 마찬가지로 2010년대 스마트폰의 등장은 야식배달을 주문하고, 호텔과 모텔을 예약하고, 택시를 부르는 등 다양한 사업에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티맵 등의 서비스들은 기존의 웹 서비스를 제공하던 기업들을 위협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새로운 기기의 등장은 새로운 ICT 플랫폼을 싹트게 하고, 이로 인해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이 기회를 포착해서 사업을 하면 성장하고, 이같은 시장의 트렌드를 이해하지 못하면 위기에 빠지게 된다.

전 세계 디지털 기기의 트렌드를 한 눈에 읽을 수 있는 CES라는 행사가 매년 1월에 라스베가스에서 열린다. 이 행사에서 3년 전부터 등장한 새로운 기기가 드론, VR, 로봇, 전기차와 함께 AI 스피커이다. AI 스피커는 인터넷에 연결된 스피커로 오디오 기기에 연결해 음악만 재생하던 스피커가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스피커에 말을 하면 인공지능이 이해하고 대화를 하며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처럼 음성 기반으로 마치 대화를 하는 것처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조작 방식은 이미 20년 전 휴대폰에도 있었다. 전화기에 대고 말을 하면 다이얼 버튼을 누르지 않고도 바로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어주는 음성 다이얼 기능이다. 하지만, 음성 인식률이 떨어지고 전화걸기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널리 이용되지는 않았다. 이후, 2011년에 애플은 아이폰 4s에 Siri, 2012년에 구글은 안드로이드 4.1에 구글 나우라는 음성 기반의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를 런칭해서 좀 더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선보였다. 하지만, 이들 서비스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이미 화면을 터치하며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손가락 인터페이스가 있는데 굳이 음성으로 스마트폰을 조작해야할만큼 모바일에 음성 인터페이스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이후 Siri는 애플와치와 아이맥, 맥북 등의 애플 디바이스로 적용 범위가 넓어졌고, 구글 나우는 2016년에 구글 어시스턴트로 진화하면서 안드로이드 폰, 스마트와치 그리고 구글의 크롬북이라는 노트북으로 탑재되고 있다. 음성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가 디바이스의 종속성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기기에 탑재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AI 스피커가 이렇게 주목받게 된 일등공신은 아마존이 2015년에 출시한 에코라는 스피커 덕분이다. 에코는 알렉사라고 불리는 인공지능에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어 있다. ‘알렉사’라고 부르면 스피커는 깨어난다. 알렉사에게 필요로 하는 것, 알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을 대화하듯 물어보면 답을 준다. 굳이 웹에서 검색하던 것처럼 검색어를 생각하고 타이핑을 한 후, 나타난 수 많은 하이퍼링크의 결과물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웹 페이지를 서핑하지 않아도 된다. 즉시 필요로 하는 것을 알려준다. 비서나 집사에게 말하듯 알렉사에게 요구하면 된다.

이 알렉사에 연결된 아마존의 스피커가 3000만대나 팔렸다. 그리고, 이제 알렉사는 아마존의 스피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떤 스피커에든 탑재될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LG전자 냉장고에도, 포드와 BMW 자동차에도, GE의 램프, 삼성전자의 로봇청소기 그리고 샤워헤드와 서지오 등 다양한 기기에 알렉사가 연결되고 있다. 스피커의 형태가 아닌 주변 사물들에 알렉사가 들어가는 것이다. 마치 컴퓨터에 윈도우를 설치하고,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위해 안드로이드가 필요한 것처럼 알렉사가 인터넷에 연결되는 수 많은 디지털 기기에 OS처럼 연결되어 가고 있다. 그렇게 연결된 장치들은 알렉사로 통제, 제어될 뿐 아니라 알렉사를 통해서 집 안에 연결된 냉장고, 세탁기, 로봇청소기의 작동 상태를 스마트폰의 알렉사 앱으로 확인하고 알렉사가 탑재된 자동차, TV에서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알렉사에 연결되지 않은 기기는 마치 윈도우와 안드로이드가 설치되지 않은 컴퓨터, 스마트폰처럼 깡통이 되어 버린다. 그것이 알렉사와 같은 음성 인공지능이 가지게 되는 영향력이다.

이미 알렉사에는 다양한 제조업체들이 만들어내는 기기들이 연결되어 있으며, 알렉사를 이용해 호출하고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무려 2만개를 넘어서고 있다.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듯이, 알렉사에 Skill set이라는 서비스를 설치하면 알렉사를 통해서 이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알렉사를 이용해 영어를 배우고, 운동 구령을 부칠 수 있으며, 간단한 음성 기반의 게임을 할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동요를 들려주고, 명상을 할 수 있는 음악이나 명언들을 들려주기도 한다.

alexa.png 알렉사를 이용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들, Skill set

알렉사는 음성을 이용해 대화하듯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넘어 수 많은 사물 인터넷 기기를 조작할 수 있는 거대한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다. 구글, 네이버 검색에 노출되지 않는 브랜드, 홈페이지는 사람들이 찾아올 수 없고, 외면받을 수 있는 것처럼 알렉사에 연결되지 않은 사물과 서비스는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인공지능 비서가 주는 플랫폼의 위력이다.

그런 음성 인공지능 비서를 둘 이상 사용할리 만무하다. 마치 검색하면 구글, 네이버인 것처럼 사람들이 사용하는 음성비서 역시 한 두개가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장을 아마존, 구글, 애플, 페이스북 그리고 국내에는 SKT, 카카오, 네이버, 삼성전자 등의 인터넷 기업과 제조업체, 통신업체들이 산업의 구분을 가리지 않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컴퓨터-웹, 스마트폰-모바일에 이어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열어줄 사물인터넷-인공지능이라는 ICT 플랫폼의 가능성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무슨 준비를 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 가능성을 기회로 만드느냐, 위기로 만드느냐는 지금 우리의 대응책에 따라 달라진다.

Coin Marketplace

STEEM 0.25
TRX 0.11
JST 0.033
BTC 63282.43
ETH 3083.92
USDT 1.00
SBD 3.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