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과 지조

in #kr8 years ago

조동탁의 지조론을 읽었으나 나도 나이가 많은 편이다. 요즘 친구들은 조지훈이 누군지하는 경우도 있다. 조지훈은 일제를 거쳐 서슬퍼런 군사독재시대에 살면서도 꼿꼿했던 선비였다. 아마도 우리 시대 마지막 선비가 아니었을까? 간혹 TV에 나오는 엉터리 지식장사꾼들을 보며 동탁을 그리워하는 것은 내가 아마도 늙은 세대이기 때문이리라.

조지훈은 지조를 선비의 도라고 말했다. 여성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정조를 지키고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지조를 받치는 법이다. 선비에게 지조가 없다면 더 이상 선비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요즘에 선비같은 지식인이 없는 것같아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든다. 세상이 혼탁할 때 일갈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 5공때는 김준엽 선생이 있었다. 나의 광복군시절이라는 책은 그 제목만으로 권위를 자랑했다.

권위는 계급과 직위가 아니라 그 사람의 행적에 의해 드러나고 힘을 갖는다는 것을 느낀 것은 순전히 조동탁의 지조론과김준엽의 나의 광복군 시절 때문이었다.

갑자기 조지훈과 김준엽을 떠올리게된 것은 다름아닌 한사람의 군인 때문이었다. 그 이름하여 김장수 장군이다. 그 사람은 참여정부시절 국방부 장관으로 북한을 방문했을때 김정일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고 꽂꽂했다고 해서 꽂꽂 장수로 유명해졌다. 적장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은 것으로 이름을 날린 것은 그 당시 우리의 각료들이 얼마나 제정신이 아니었는가하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아마 그들은 김정일을 노무현보다 더 높은 사람으로 생각했는지 모른다.

김장수를 더 주목하게 된것은 그가 노무현이 대통령을 마치고 낙향할때 그를 배웅한 거의 유일한 각료였기 때문이다. 난 무릎을 탁쳤다. 야 우리 나라도 군인같은 군인이 있구나. 그러면서 난 조지훈의 지조론을 떠올렸다. 그리고 우리 나라라 제대로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며칠가지 않았다. 얼마 후에 김장수는 한나라 당으로 입당하고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었다. 민주당에서는 김장수를 잃지 않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김장수는 민주당이 아니라 한나라당을 택했다. 당시 신문에서는 이명박이 김장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한나라당으로 오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참여정부의 실정으로 인해 권력은 한나라당으로 넘어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상황이었다.

난 김장수의 한나라당 선택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 난 성향으로 보자면 살짝 중도 우파에 가깝다고 스스로 판단한다. 그런데 김장수는 어떤일이 있더라도 민주당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의리이기 때문이다. 정치에 앞서 인간적으로 김장수는 한나라당을 선택하면 안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당시 우리나라 언론 어디서도 김장수의 의리와 지조를 질타하는 것을 볼 수 없었다. 세상에는 당파적 이익을 넘어서는 가치도 있는 법이다. 김장수는 이익을 위해 가치를 버렸다.

김장수를 보면서 한번 더 놀란것은 그가 박근혜의 심복으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난 절대로 김장수 같은 사람은 신뢰하지 않는다. 한번 사용하면 그것으로 마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이 김장수에 대한 나의 평가이다. 그런데 김장수는 박근혜에 붙어서 국가안보실장을 하고 중국대사까지 하고 있다. 그는 이익이 된다면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늘 반복하는 기회주의자이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그런 김장수를 신뢰한다는 것이다. 지금 최순실이니 머니 해서 온통 시끄러운 것은 대통령이 사람을 잘못쓰기 때문이다.

김장수같은 사람을 발탁하면 우리나라의 군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아마도 군인들은 누구든지 이익이 되는 사람에게 붙어 먹으려고 할 것이다. 이익에 눈이먼 군인들은 국가를 위해 생명을 바치려 하지 않는다. 군인들은 가치를 위해 목숨을 바치도록 훈련되어야 한다. 그런데 국가통수권자가 기회주의자인 군인출신을 중용하는 것은 모든 군인들에게 기회주의자가 되라고 하는 것이나 똑 같다. 어떤 군인도 대통령을 위해 목숨을 바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이익을 따질 것이다.

어떤 사회나 국가이든 진정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군인들에게는 정말 지조가 중요하다. 최근 문재인의 북한인권선언 찬반문제로 김장수의 이름이 잠시 오르내렸다. 그가 어떤 말을 할까 궁금했다. 그런데 별이야기 없이 지나갔다. 아마 김장수는 가슴을 쓰려내렸을 것이다. 다행이라고. 그런데 김장수는 간과하는 것이 있다. 세상사람들은 모두 다 평가한다. 그리고 역사에 기록된다. 아마 김장수는 간신이라고 기록될 것이다. 간신의 후예라는 낙인이 얼마나 무서운지 아는가? 후손들이 그런 멍에를 짊어지고 살아야 한다. 그래서 인생 똑바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지조를 잃어버린 군인은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보다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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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납비리 방산비리보다 김제동이 군의 명예를 실추시켯다는데 감동입니다
대한민국 화이팅입니다

뭐가 코메디인지...ㅉ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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