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와 관료의 차이, 막스 베버 가라사대

in #kr8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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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정치라는 논문에서 막스베버는 정치가와 관료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관리는 '분노도 편견도 없이' 자기이 직무를 처리해야 한다. 그는 정치가나 지도자나 그 추종자들이 항상 하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편당 투쟁 정열 - 분노와 열 - 은 정치가의 요소이며, 특히 정치지도자의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의 행동은 관리의 행동과는 판이하고 반대되는 책임의 원리하에 있다

관리의 명예는 - 그들의 생각에 반하여 - 상급관청이 자신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명령을 고집할 때에도 마치 그 명령이 자기의 신념과 확신에 일치하는 것 처럼, 그 명령을 양심적으로면밀하게 수행하기 위한 능력을 소유하는데 있다. 이 최고의 도덕적 규율과 자기희생이 없으면 전체의 기구는 붕괴할 것이다"

막스베버는 정치가과 관료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보았다. 영역이 다른 것이다. 정치가에게는 정열과 투쟁이 그리고 관료에게는 행정적인 직무 수행이 미덕이라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관료가 스스로 판단하는 것을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언론을 통해서 가끔 관료가 아무 생각없이 시키는 것만 하는 것을 가지고 문제를 삼기도 하는 것을 문제삼기도 하는 것을 보기도 한다. 그런데 막스베버는 스스로 판단해서 상급자의 지시를 어기는 것이 전체기구의 붕괴를 초래할지도 모른다고 보았던 것이다. 관료는 관료일 뿐이라는 것이다. 막스베버는 그러면서도 관료가 정치적 역할을 수행하는 관료정치는 매우 배격하고 있다. 물론 정치가가 행정관료가 되는 것도 말이 안된다고 설파하고 있다. 각각 각자의 역할과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그 영역이 무너지면 균형이 깨어진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균형은 항상 깨어진다. 그리고 깨어진 균형은 다시 돌아온다. 우리는 그런 경험을 많이 겪었다. 물론 그런 균형의 추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한국이나 일본 그리고 독일과 같은 나라는 관료쪽으로 기울어있다. 반면 미국은 정치쪽으로 기울어 있다. 미국은 정치의 나라다. 조그만 시골도 선거로 수장을 뽑는다. 검사도 선거로 뽑는다. 보안관도 선거로 뽑는다. 선출직이 임명직을 통제하는 구조이다. 반면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나라는 관료가 우선시된다. 아마도 과거라는 제도를 통해 관리를 등용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시험을 통해 관리가 된 사람들이 나라일에 주도권을 지게되는 것이다. 정치보다는 행정이 우선시 되는 경우가 많다.

역사적 과정이 있기 때문인지 우리나라의 정치가들도 관료출신들이 많다. 행정고시나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관료생활을 하다가 정계에 입문하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정치지도자 즉 대통령은 모두 정치인 출신이었다. 군인들이 구데타해서 대통령된 경우가 세번이나 있었다. 그러나 군인들을 관료라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상급관청의 명령에 충실하게 복종하는 관료와 달리 군인들은 스스로 결심하고 판단해야 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책임도 스스로 져야 한다.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군인들이 구데타를 하는 것은 스스로 결심하고 판단하는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일 것이다. 만일 군인들에게 스스로판단하고 행동하는 기능을 부여하지 않는다면 국가를 지킨다는 기본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게 된다. 군인들에게 어느 정도까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기능을 부여할 것인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군대와 국가에서 사무엘 헌팅턴이 전문직업군인을 주창한 것은 바로 이런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기능적으로는 매우 우수하지만 정치과정에 개입하지 않는 것을 전문직업군인제도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군인을 제외한 대통령이 모두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은 매우 특기할 만하다. 물론 이명박 대통령같이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 있었지만 오랫동안 기업가로 주어진 틀속에서 살아온 사람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관료와는 차이가 멀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관료출신이 대통령의 꿈을 꾼 사람이 있었다. 이회창이 그렇고 고건이 그랬다. 최근에는 반기문이 그랬다. 지금은 황교안이 그렇다.

관료출신으로 남은 사람은 황교안이다. 황교안이 관료의 기본 속성에서 벗어나서 정치가로서 거듭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막스베버가 관료와 정치가의 차이중 하나로 정치가들은 책임을 부정할 수 없고 다른데 전가할 수도 없다는 것을 들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관료들은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모두 포기하곤 했다. 이회창은 끝까지 갔지만 관료적 경직성 때문에 실패했다. 정치가들은 이회창과 같이 경직되어 있지 않다. 그러면서도 끈질겼다. 매우 순박했던 안철수도 지금과같은 정치가로서의 면모를 갖추는데 수년이 소요되었다. 황교안의 지지도가 올라간다고 한다. 지지도가 올라간다고 정치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지금 황교안은 총리가 아니라 대선후보처럼 움직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원래 총리의 기능이 문제가 되고 있다. 조류독감도 그렇고 구제역도 그렇고 내치가 엉망이다. 황교안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고 하지만 총리로서의 기본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료가 성공적인 정치인으로 변모하기는 어렵다. 정치인이 관료가 되는 것도 어렵다. 황교안이 정치인이 되려면 평생을 살아온 관료적 속성을 버려야 한다. 그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왜 관료를 정치인으로 등용하지 않을까 무척 궁금하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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