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에서 가장 좋아하는곳 '로스코 체플'

in #kr6 years ago (edited)

'Rothko Chapel'


휴스턴에 지인이 오면 처음 안내하는 곳이 'Rothko Chapel' 입니다.
처음 채플이라는 말을 듣고는 오래된 교회인가 하며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이곳에 푹빠졌습니다.
채플을 예배당이라고 합니다.
제법 오래된 떡갈나무 가로수가 있는 주택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런곳에 뭐가 있지 하며 찾아간 곳엔 삼각 꼭짓점을 맞대어 세워놓은 중심 잘 잡힌 철탑이 서 있었습니다. 와~ 하며 가까이 다가가니 얕은 물 속엔 고운 자갈이 깔려있었고 그위에 탑이 비쳤습니다. 둘레는 대나무가 곧게 자라 울타리를 만들어 운치를 더했습니다.

이것은 1971년 마틴 루터 킹 박사가 암살당하자 그를 추념하기 위해 만든 '부러진 오벨리스크'라고 합니다. 오벨리스크 정상을 거꾸로 세운것 같은 꼭지점 균형감에 가만히 앉아서 보고 있으면 편안합니다. 물에 비친 모습과 파란 하늘에 비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커피한잔 들고 대나무를 뒤로하고 의자에 앉아 바라보며 멍때리기 좋습니다. 바람에 안넘어가나 하는...
2016



작년 이맘때 처음 다녀왔습니다.
휴스턴 겨울은 시애틀도 아닌데 일주일에 하루 해보기 힘들정도로 구름이 하늘을 덮고 차갑게 춥습니다. 영하로 잘 내려가진 않지만 피부로 느끼는 추위는 심하게 춥네요. 추위보다 힘든 건 이 넓은 대지를 덮은 흐릿한 구름이 머리위를 억누르는 것이었습니다. 차라리 노란색 초록색 구름이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이주만에 맞이한 아주 맑은 하늘이라 마지막인듯 한 번 더 보러 갔습니다. 해외스팀머에 휴스턴 소개글 하나는 올리고 떠나야겠다는 작은 마음입니다.ㅎ 제게 가장 특별한 미술관 '로스코 체플'

미국에서 많은 미술관을 다녔지만 로스코 체플 만큼 특별한 느낌을 주는 곳은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걸어다니며 이야기하고 지나가는 곳이 아닌, 바닥에 명상할 수 있는 좌복이 놓여 있고 관람객들이 그곳에 앉아 명상하고 갑니다.
간결하고 투박한 두꺼운 나무의자는 갈때마다 모양을 바꾸며 전시하는데 이곳에 앉아 명상하고 감상을 합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정말 소곤소곤 이야기 합니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이 공간에 들어온 사람은 분위기에 그렇게 됩니다. 말이 필요없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어린 아이들도 이곳에선 떠들지 않고 바닥에 앉아 명상하는 흉내를 내더군요.
팔각의 벽면을 가득채운 마크 로스코의 그림이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것 같습니다. 단순한 것 같은 검은색과 감청색 고동색 색감만으로 육중하고 편안한 선적인 분위기를 냅니다. 마치 천년전 부터 이런 곳이 었을것 같은...
조명은 천장에 뚫린 창으로 햇빛이 들어와 은은하게 비춥니다. 구름이 지나갈 때면 밝기가 순간 변하는게 두렵고 무상한 흐름을 느낍니다.
이 Rothko Chapel 에 있는 8면의 거대한 벽면을 가득채운 그림은 색감만으로 사람을 안정시킵니다.
오늘은 앞쪽 바닥에 있는 좌복에 앉아 꽤 오랫동안 머물렀습니다.
앉아서 탄자니아로 보낸 비싼 택배비 때문에 속상한 생각만 가득했죠. 어느순간 주위에 아무도 없는듯 조용해지고 다들 숨소리도 안 내고 명상을 하였습니다.
천년 고찰의 아늑함에 활기를 더한 느낌이랄까...
이 공간에서 가끔 결혼식도 하고 세미나도 합니다.
한번은 결혼식중이라 못들어 갔습니다.



이런것도 있구요..
한블럭 걸으면 메닐 뮤지엄이 있습니다.

상설전시장과 기획전으로 운영하는데 정말 좋은 작품을 선정하는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휴스턴 파인아트뮤지엄보다 이곳이 좋습니다. 휴스턴 뮤지엄엔 볼게 많습니다.


텀블리에서 바라본 메닐
세번째 가서야 알았던 곳인데 텀블리 미술관입니다.

사진촬영을 못하게해서 책으로. 거대한 화폭에 세살짜리 꼬마가 끄적거리고 다시 덧칠한것 같은 그림을 전시해놨습니다. 처음볼 땐 '젠장' 이었고, 자꾸가서 마주하니 '음', 그리고 또보니까 '괜찮은걸'로 바뀌었습니다. 메닐 뮤지엄에 가시면 절대 놓치지 마세요. 이곳까지 들리시는 분은 10%도 안되는것 같습니다.


하나더, 오늘 처음 방문한 'Dan Flavin Instaation at Richmond Hall' 색깔색깔 형광등을 하루종일 켜놓은 곳입니다.
전에 한번 찾다가 못찾았었는데 오늘은 걸어가봤습니다.
앞에 간판 말고는 문닫은 상점 같아서 혹시나 하고 열어본 곳이 뮤지엄이었습니다.


다른것은 없고 이게 다입니다. 그래도 직접 빛을 보시길...
메닐 컬렉션에 들렸다가 이곳까지 오시는 분은 1%정도 일듯합니다.
관리하는 분이 너무나 심심할것 같은 곳인데 심심하게 걸으시면서 한번쯤 들려볼만한 곳입니다. 주차장도 넓네요. 메닐에서 걸으면 6분.

이 모든 뮤지엄이 다 무료입니다. 사진촬영은 못하게 합니다.

주변에 투박하고 이쁜 커피집도 많습니다.
젊은 사람도 많고 그만큼 활기도 있습니다.

유전 개발회사 상속녀 Domini que de Menil이라는 사람이 만든곳이 메닐 뮤지엄(Menil Collection)입니다.
오일컴퍼니가 주류를 이루는 도시가 휴스턴입니다.
엄청난 정유시설이 바닷가를 따라 철길로 연결된 곳에 있습니다.
이런 공장이 몇군데 지역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한 정유시설은 차로 이십여분을 달려도 그냥 정유시설이 보이는것 같았습니다.
이곳에서 나오는 공장매연이 매일 아침 코를 매캐하게 자극합니다.
오래 사는 분은 냄새를 잘 못 맡기도 합니다만 휴스턴 공기는 좋지 않습니다.

해외스티미언에 가입하고 휴스턴 소개를 한번도 하지 않았기에 제가 좋아하는 뮤지엄을 소개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식사는 메닐 뮤지엄 정문 건너편에 비스트로 음식점이 있습니다. 가볍게 커피와 맥주도 마실수 있습니다. 휴스턴에선 드물게 테이블에 생화를 꽃아놓았습니다. 음식은 깔끔하게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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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정성이 물씬 풍기는 포스팅
아주 잘 ~ 봤습니다.
휴스톤은 한번도 간적이 없는데 마치 영국의 날씨일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사진과 더불어 설명을 주시니 훨씬 공감이 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ㅎ 좋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휴스턴 겨울은 좀 그렇네요. 오기전 생각엔 플로리다인줄 알았는데...ㅠㅠ
복많이 받으실꺼에요..~~^^

부러진 오벨리스크, 항상 삶의 균형을 생각하게 하는군요... 저도 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뮤지움 가는 걸 참 좋아하는데요, 기회가 되면 휴스턴에도 꼭 가봐야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는 처음에 보고 원산폭격을 생각했는데...ㅎ . 아프겠다능..
로코채플은 뭔가 생각을 멈추게 하는 그리고 이야기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플로리다에서는 뮤지엄을 못가봤네요..
감사합니다...^^

보스톤은 아직 안가봤는데 사진으로 보네요 ^^
anigif.gif

여긴 휴스턴인데요...ㅜㅜ
ㅎㅎ 그래도 고맙습니다.

아 이런 실수를 ^^ 둘 다 못 가봤써요. 비슷한 스턴 스톤이라
헛갈렸써요 ^^

잘 보았습니다. 특히 부러진 오벨리스크가 정말 신기하네요.
가운데에 엄청 강한 철심이라도 박아 놓은건지.ㅇㅅㅇ;;;
태풍오면 안부러 질려나.ㅎㅎ

아랫쪽 물 때문에 뭔가 심오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것 같습니다.
대나무가 방어막을 해주죠..ㅎ

사진 구경하다가
보팅 팔로우 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100세 되면 감자먹고 살꺼에요..ㅎ

예술의전당 마크로스코 전때
로스코채플을 재현해 놓은곳에 가본적이 있어요!
그 안에 있을 때 얼마나 안정이 되고 기분이 묘하게 편안하던지...ㅎㅎ
아직도 잊지못해요!

와~경험하셨군요..ㅎ
마크 로스코 정말 멋지죠..
처음엔 이게 뭐야 하다가 이작가 누구야 로 바뀐 작품들...ㅎ

휴스턴에 살면서 이런곳이 있는지 몰랐네요.

한번쯤 가볼만한 곳입니다.ㅎ

좀 더 찾아보니 Museum district 에 있는 많은 명소 중 하나였네요.
어제는 날씨가 좋아서 hermann park 을 산책했는데 오늘은 겨울 날씨네요. 조심하세요

오동댕님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탄자니아로 갈려는데...ㅎ
오늘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뱅기타는게 이제 힘드네요..ㅠ

휴스톤에 가보려고 했는데요. 언제 아프리카로 가십니까?

아쉽습니다. 재미없는듯 볼거리가 있는 곳인데........
탄자니아엔 언제 갈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설은 지나고 갈려는지... 쩝...요즘 같으면 뭐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ㅋㅋ
건강한 몸에서 활기찬 생각이 나오는듯합니다...
세렝게티에서 한번 뵈어요......ㅎ

세렝게티서 제가 뛰노는 모습을 상상하면! 저는 하이에나 인가봐요!

정성어린 포스팅 잘 읽었습니다.
간접적이나마 휴스톤에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네요 :)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 번 꼭 가보고 싶네요. 보팅하고 팔로우하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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