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인간 모세와 유일신교

in #kr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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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r Mann Moses und die monotheistische Religion, 1939년

프로이트는 유일신론의 출현을 <토템과 터부>를 기반으로 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근거로 한 원시 가족의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문명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고 인간관계를 통제하기 위한 집단적인 노력이다. 인간은 자기중심적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이 이루어 낸 문명에 대한 업적과 안정된 사회를 파괴하려 한다.

사회의 지배계층은 이런 인간 본능의 공격적 위험으로부터 기존 질서를 방어하고 지키기 위한 제도 장치를 필요로 하는데, 이것이 금기이다. 이러한 반사회적 충동심을 적절히 억제하기 위한 강력한 규제나 금기 사항은 자연히 본래의 인간적 욕망과 상충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금기와 규범을 지키지 못할 경우 죄책감을 가진다. 여기에서 이런 죄책감과 갈등을 적절히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의식이 필요했으며 이것이 토템이라는 종교적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종교는 문명의 파멸을 막기 위해 인간이 창출해낸 자기 방어기제의 형식이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문명이 문명사회 구성원에게 가하는 과잉억압과 고통의 짐을 심리적으로 위로하고 보상하고자 하는 것이 종교의 기원이라고 한다.

프로이트 말년의 논문인 인간 모세와 유일신교는 정신 분석과 종교에 관한 <토템과 터부>에서 쓴 아래 문장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스도는 스스로 목숨을 제물로 바침으로써 인간을 원죄의 압박으로부터 구제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원죄는 무엇인가? 우리는 인간의 원죄가 살해 행위였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감정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탈리온[동태복수법]에 따르면 살인죄는 다른 생명을 제물로 바칠 때에만 화해할 수 있다. 그러니까 자기 희생의 바탕에는 살인죄가 깔렸었다고 보아야 한다. 만일에 이런 인신공양을 통해 하느님 아버지와의 화해가 가능해진다면, 속죄해야 하는 죄는 아버지 살해죄 일수밖에 없는 것이다.” - 토템과 터부 중

프로이트가 설파하는 인간모세는 유대인이 아니라 처음부터 이집트인이었다. 유대교의 일신론은 이집트의 아케나톤 통치 기간으로부터 비롯됐다. 아케나톤은 열성적인 종교개혁가로서 대중적인 종교를 모두 혁파하려 했다. 아케나톤 시대의 이집트인 모세는 아케나톤의 지지자였고, 이집트에 볼모로 잡혀있던 이스라엘인들을 풀어주고 아케나톤의 일신론적 종교로 그들을 훈련하고자 했다. 이스라엘인들은 고도의 엄격한 영적인 종교를 참지 못하고 봉기하여 이것을 강요하던 '이집트인 모세'를 살해했다. 두세 세대가 흐른 후에 이스라엘인들은 한 명의 지도자를 선출했고 그에게 모세로 명명했고 그가 바로 두 번째 모세라는 것이다. 그는 성경의 기록처럼 이스라엘인들을 야훼로 인도한 선지자라는 것이다.

첫번째 모세의 가르침은 이스라엘인들의 무의식에 잠재적으로 남아 수백 년 후에 일신론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유대교와 기독교에서 원죄 교리의 중요성은 그것이 무의식 안에서 최초의 아버지 살인의 상징화이다. 최초의 아버지를 죽인 이러한 원죄로부터의 구원은 희생적인 죽음을 통하여 발견되며,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가 그의 어깨 위에 모든 죄를 짊어지고 죽음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아버지 옆에서 그 자신 스스로 하나님이 되면서, 기독교는 아들 종교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유대-기독교 전통은 아버지 살해라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부터 비롯된, 이러한 종교는 아버지를 극복하지 못하고, 포기하지도 못하는 신경 증상으로 나타난 어린 시절 갈등의 성인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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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mund Freud (1856-1939)


여기서 우리는 신경증의 전개를 초기의 심적 외상 – 방어 – 잠복 – 신경증의 발병 – 억압과 부분적 회귀의 공식으로 종교와 연관시킬 수 있다. 그러면서 유대교와 기독교에 있어서 모세와 바울의 역할을 프로이트는 연결 시킨다.

유대교의 계승자 바울은 유대교를 파괴한 장본인이기도 했다. 바울이 거둔 성공은 첫째로는, 구원의 이념을 통하여 인류에게 죄의식을 환기시킨 사실에, 두 번째로는 이와 함께 유대인이 신으로부터 선택된 민족이라는 관념과 선민의 징표인 할례를 포기함으로써 이 새로운 종교를 모든 사람을 포괄하는 보편적인 종교로 개혁하는 상황에 그 바탕을 둔다. 바울이 이러한 조처를 취한 것은 자신의 개혁을 반대한 유대인들에 대한 개인적인 복수심이 그 동기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바울은 이러한 조처를 통하여 옛 아텐교의 특징 중 하나를 재생시키며 신경증을 발병시키고 억압과 부분적 회귀의 공식을 만들었다고 프로이트는 설파한다. 이것이 바로 구원의 경제라는 프로이트의 도발적 분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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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책을 본 게 아니라 두 번 읽어도 잘 이해가 안 되지만, 본능과 금기, 억압, 신경증 발생이라는 개인 내 과정을 종교의 탄생이라는 사회문화적 현상을 이해하는 프레임으로 삼는 프로이트의 구도가 독창적이네요. 그만큼 비약의 여지도 많아 보입니다마는.

정신분석이 과학과 인문의 중간 영역이라 비약이 심할 수도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부모살해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종교와 연결시키다 보니 이주제가 반유대주의라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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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4주간 꼬박꼬박 책읽고 서평쓰려니 힘들긴 했지만 보람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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