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담긴 주제와 상징 (해석, 의미) [MOVIE]

in #kr7 years ago (edited)

    히 사람들에게 많이 읽혀지고, 오랫동안 전해지는 이야기에는 고전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적인 주제나 장치들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간단한 예가 우리 나라의 전래 동화에서 빠지지 않았던 '권선징악'이라는 주제라 할 수 있을 것이고, 가장 보편적인 문학적 장치 중의 하나는 어렸을 때 대부분이 한번쯤은 읽어봤을 『미녀와 야수』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녀와 야수』에서 저주를 받아 야수로 변했던 왕자가 미녀의 진심이 담긴 눈물을 맞고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해석한다면, 진정한 사랑을 통해서 속박되었던 자신을 해방하고 자신의 자아를 회복하게 되는 청년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전 소설로 분류되는 책들이나 니체 등의 철학, 심지어 요즘 인기있는 만화책을 들여다봐도 이와 같은 문학적 모티프와 상징들이 담겨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결국 이런 주제와 장치들을 얼마나 이야기에 잘 녹아들게 하고, 자연스럽게 살을 덧붙이느냐에 따라서 작품이 얼마나 사랑을 받을지, 혹은 명작의 반열에 오르게 될지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고전에서 등장하는 상징들이 잘 녹아있는 보기 드문 명작이라고 할 수 있고, 따라서 영상적인 측면은 제외하고 오직 문학적인 상징과 장치적인 측면에서 내용을 되짚어 보려고 합니다.

    우선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상징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고등학교 때 시를 배우면서 시에 쓰인 단어가 불러일으키는 심상이나 상징과 같이, 이야기에서 어떤 내용이 독자 혹은 시청자에게 불러일으키는 느낌과 이미지 혹은 주제와 같은 것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가 혹은 감독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시에서 강이 죽음, 새출발, 재생 등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것처럼, 이야기에서 역시 상징은 사람들에게 어떤 보편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것입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두 남녀의 진정한 사랑을 통한 성장 스토리이며, 어렸을 적의 꿈을 간직하고 성취해내는 영웅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면서도 선과 악, 평화와 사회의 정의에 대한 질문 또한 던지고 있습니다.

    그럼 우선 사랑에 초점을 두고 주인공 두 남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여주인공 소피는 부모님의 작은 모자 가게에서 일을 하던 중 하울을 좇던 황무지 마녀에 의해 저주에 걸려 할머니로 변하게 되는 소녀입니다. 할머니는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데, 따뜻함, 친화력, 여성성의 상실, 순수함 등으로 압축할 수 있겠습니다. 소피의 대사 중에 "나는 한 번도 아름다웠던 적이 없어"라고 하는 말이 있는데, 할머니는 이런 소녀의 내면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성성을 갖지 못한 소녀의 내면은 하울과의 사랑이 자라면서 여인이 되어감이 가끔씩 다시 젊어지는 소피의 외면을 통해 드러납니다. 마지막에 소중한 자신의 일부(머리카락)을 내어 줌으로써 사랑은 결실을 맺고, 소피는 저주에 걸리기 이전보다도 한층 더 밝고 자유로운 모습을 갖게 됩니다. 진정한 사랑을 받고 되돌려주는 이러한 사랑의 행위는 또다른 저주에 걸린 이웃 나라의 왕자를 감화시켜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하울은 총망받던 남자 마법사로, 마법사계를 떠난 뒤 거대한 움직이는 집 속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청년입니다. 여기서 거대한 성같은 그의 집은 그의 마음을 상징하며, 그가 쓰는 마법은 그의 재능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능은 있지만 어딘가에 소속되기를 거부하는 그는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는 유명인사지만, 정작 그의 마음은 굳게 닫혀 있어서 문을 열고 들어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오직 할머니의 모습을 한 소피만이 문을 열고 들어가 그의 내면의 아이를 만나고 보듬게 됩니다. 즉, 움직이는 성 속에 같이 사는 그의 조수 마법사는 곧 그의 내면의 아이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청소를 하지 않아 지저분했던 그의 집, 즉 마음은 소피를 통해 맑아지고 따뜻해지며, 소피를 위한 공간이 마련됩니다. 후반에는 자신을 뒤쫒던 마녀마저 같이 머물게 되는데, 이는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내면의 여유가 생겼음을 드러냅니다. 마지막에는 날개가 생긴 새로운 성에서 다함께 하늘을 날아가는 모습을 통해서 사랑의 완성과 그의 내면의 성장, 진정한 자유 등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소피와 하울과 관련해서 또 한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극중에서 둘의 '아버지와 어머니 역할의 부재'였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소피에게는 아버지가, 하울에게는 어머니가 등장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에서 여성에게는 아버지가, 남성에게는 어머니가 애정관이나 이상형, 혹은 성격에 큰 영향을 준다고 보는데, 극중에서의 소피와 하울의 부모님의 부재(물론 등장하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지만)는 이러한 심리학적인 이론과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즉, 소피는 아버지 역할의 부재로 인해 자신의 여성적 아름다움에 대한 확신이 없고, 하울은 어머니 역할의 부재로 인해 소피를 만나기 전까지는 끊임없이 내면의 어머니를 찾아 헤맵니다. 하울을 쫓는 황무지의 마녀는 그로 인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소피를 만나서 사랑을 함으로써 하울은 남자로서의 책임감과 자신감을 회복하게 되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너무 많은 심리학적 배경지식이 동원되어야 할 것 같아, 여기까지만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제 영웅의 이야기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하울은 촉망받는 마법사였는데 어렸을 적에 별똥별을 삼켜 불의 정령과 계약을 맺고, 독자적으로 자신이 믿는 선을 위해 싸우게 됩니다. 그가 믿는 선이란 폭력을 행사하는 '적'에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닌 '폭력' 그 자체에 대한 싸움입니다. 이는 거대 비행선을 보고 소피가 적인지 묻자 '적이든 우리편이든 다 똑같다'라는 그의 대사에서 드러납니다. 즉, 그의 꿈은 '폭력이 사라진 세상'이며 이에 대한 그의 열정은 바로 그가 어렸을 때 품은 별똥별, 불의 정령으로 상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불은 열정, 꿈 등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이상적인 그의 열정에는 제약이 따릅니다. 그의 불가능하고 이상적인 꿈을 놓지 못하고 계속 살아가다가는 마왕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악에 맞서 싸우는데 왜 마왕이 되느냐... 이에 대해서는 니체의 글을 인용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철학자 니체는 '괴물에 맞서 싸우려는 자는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심연 속에서 괴물을 노려볼 때 괴물도 그대를 노려보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하울이 맞서싸우려고 했던 '폭력', '전쟁'이라는 것은 사실 인류 역사상 없어질 수가 없는 괴물 중의 가장 강력한 괴물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에 맞서싸우려는 하울은 그만큼 자신을 잃어버릴 위험도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불가능한 것들은 그저 잊어버리고 다수에 속해서 보편적이고 소소한 가치를 추구하며 사는 것이 가장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일 것입니다. 하지만 하울은 어렸을 적에 품은 그 꿈 때문에 방랑자 생활을 하게 되고 마음은 갈수록 더욱 차가워지지만, 소피를 만남으로써 위험을 극복하고 자신의 꿈에 한발짝 더 다가가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타나 있는 개인과 사회, 그리고 선과 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요즈음에 작품성과 오락성을 동시에 인정받는 드라마를 보면 대부분 뚜렷한 악인도 선인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완전한 악인도, 완전한 선인도 없음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역시 악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마녀로 보였던 황무지의 마녀 역시 힘을 잃고나니 그저 조금 어리석고 사랑에 목말랐던 사람임이 드러나고, 오히려 인자하게만 보였던 황실의 마법사는 국가의 권력으로 개인의 삶을 제어하는 잔인한 면모도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느쪽에도 속하지 않은채 책임을 회피하고 도망만 다니던 기괴한 겁쟁이 하울은 사실은 전선에서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싸우던 청년이었습니다. 사회적으로 보면 문제아이며, 이단아인 사람이 알고보니 괜찮은 사람이었다라는 사회풍자적인 이야기가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영문도 제대로 모른 채 같은 편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적이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이어져온 전쟁이 마지막에 황실의 마법사의 간단한 결정으로 손쉽게 종결되는 것을 보면, 이념의 대립, 선악의 구분과 같은 것이 얼마나 어렵고도 허무한가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만 같습니다.

(본 글은 2011년 9월 23일 네이버 블로그에 직접 게재했던 글을 가져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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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작품 그렇게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하울의 움직이는성도 보지는 못했네요 ㅎ 제일 재밌게 본건 원령공주(모노노케 히메) 였는데 이것도 한번 봐야겠네요 좋은작품소개 감사합니다~ㅎㅎ

항상 작품에서 인간과 자연, 욕심, 전쟁 등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이 인상적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은퇴를 해서 새로운 작품을 보지 못하는 게 아쉽네요.

제브리 스튜디오에서 나온 작품들은 거의 다 봤습니다. 하나 같이 색채가 화사하고 배경이 한편의 수채화 작품 같아서 너무 좋습니다.

네~ 이제 미야자키 감독이 은퇴해서 못 본다는 게 아쉽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greenswell님^^

아 은퇴 하셨군요~~ 몰랐습니다.

네~ 대신 다른 감독들이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제작한다고 들었네요^^

안녕하세요~ 😍 @apink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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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아..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ㅎㅎ;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apink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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