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죽은 시인의 사회
1990, 로빈 윌리엄스(주연)
토드(에단 호크)는 개신교계 사립학교인 윌튼 아카데미에 얼마 전 전학을 왔다. 자신의 형이 윌튼의 우수한 졸업생이기도 했고 부모님의 권유와 강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학교를 옮긴 것이다. 새로운 공간에서 만나게 된 첫 친구는 기숙사 룸메이트인 닐인데 매우 활발하고 사교성이 좋은 그는 토드를 자신의 친구들에게 소개해 주고 그들은 학교의 딱딱한 권위와 규칙에 반항하는 무리를 이루게 된다.
윌튼 아카데미는 아이비리그로 졸업생을 많이 진학시키는 이른바 명문 사립학교이다. 그들의 표어는 '전통, 명예, 훈육, 최고'라는 단어들이고 윌튼에 자식을 입학시키는 부모들 또한 이 학교에서 아이들이 윌튼의 이름에 어울리는 모범적인 청년이 되기를 희망한다. 토드는 우등생인 형에 치여 말못할 컴플렉스와 강압에 끌려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닐은 연극배우가 되고 싶어하지만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아버지의 강요에 모든 취미활동을 금지당한다.
그런 그들에게 새로 전근해 온 영문학 선생님 키팅(로빈 윌리엄스)이 문을 두드린다. 키팅은 윌튼이 자랑하는 전통과 엄격함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람이다. 본인 자신이 윌튼에서 공부하고 졸업했지만, 그들에게 비평의 기준과 표준을 제시하는 문학 교과서를 찢어버리게 만드는 선생님이기도 하다. 딱딱한 의자를 박차고 나와 현재를 즐기라고 외치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 언젠가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감정과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 그의 메시지에 이끌린 토드와 닐 등은 오래전 윌튼 아카데미에서 사라져 버린 모임 '죽은 시인의 사회'를 부활시킨다.
비밀의 모임 '죽은 시인의 사회'는 저항을 표상한다. 학교의 권위와 부모의 욕심, 제도의 억압과 권력에 대한 복종. 이 모든 것을 깨부수고 진짜 나를 위한 어떤 것을 희망하는 것. 키팅은 소년들에게 이 의미를 알려준 것이고 그들은 작은 모임 속에서 자신들에게 씌워진 틀을 벗어나고자 고민한다. 그러나 저항이 클수록 그것을 억압하는 권력 또한 더 강력하게 실체화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출연한 닐은 무대 앞에서 그를 바라보는 아버지를 향해 최선의 연기를 펼치지만 극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끌려가 군사학교로 전학갈 것임을 통보받는다. 닐은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날 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닐의 죽음을 계기로 '죽은 시인의 사회'는 분열하고 다시 사라져 버린다. 학교는 책임자를 원한다. 모임에 속한 아이와 부모를 개별적으로 불러서 그들에게 굴종을 강요한다. 키팅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사라지면 상황이 원상복귀될 것이다. 그들의 회유책이다. 오직 찰리만이 동의를 거부하고 퇴학당한다. 현실의 거대한 벽 앞에 소년들은 그들의 결정을 따를 수 밖에 없고 키팅은 결국 이 학교를 떠나야 한다. 교장이 잠시 임시로 수업을 하는 영문학 시간, 키팅이 남은 짐을 가지러 교실에 잠시 들른다. 키팅의 희생에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지만 그의 가르침이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소년들 몇이 책상 위로 올라가 휘트먼의 문구를 인용해 그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한다.
미국의 사립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지만 이 나라에서 울림이 컸던 이유는 영화가 그리는 학교의 현실이 우리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학생들의 성적과 진학이 아니라 스스로의 꿈과 행복을 격려했던 키팅이라는 존재가 던지는 의미 또한 마찬가지이다. 키팅이 보여주는 멘토의 모습은 역할을 맡은 배우 로빈 윌리엄스를 대표하는 인상적인 특징이 되었는데, 이후 '굿윌헌팅'에서 윌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연신 다독이는 숀의 모습과도 연결된다.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아줌마, 알라딘에서 지니의 목소리, 후크에서 늙어버린 피터팬 등 평생 다른 이들을 웃고 울리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왔던 그이지만 따뜻하면서도 어딘가 슬퍼보이는 그의 눈빛은 다른 누구와도 대체될 수 없는 것이었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라 배우로 대성공한 로빈 윌리엄스의 인생이 그의 성공한 필모그라피만으로 정리될 수는 없을 것이다. 젊은 시절 약물복용과 두번의 이혼 경험, 조금씩 저물어가는 배우로서의 황금기. 그 따뜻한 미소 뒤에 스스로만이 견뎌야 했던 아픔을 결국 이겨내지 못하고 그는 정말로 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