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신세계

in #kr9 years ago

2012, 박훈정(연출)


 - 진짜가 된 가짜, 가짜가 된 진짜  골드문은 몇 개의 범죄조직이 통합되어 만들어진 대규모의 기업형 범죄조직이다. 어느 날, 사고로 인해 골드문의 보스가 사망하면서 후계 구도를 놓고 조직내 세력간의 갈등이 표면화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경찰청의 강과장은 바로 이 분열을 이용해 골드문 후계자 선정에 직접 끼어들고 싶어 한다. 골드문 내에 강과장이 오래 전에 심어놓은 스파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 스파이는 골드문에 잠입한 후 어느새 조직의 2인자 정청(황정민)의 심복이 된 이자성(이정재)이다.


 신입 경찰 시절, 강과장(최민식)의 호출과 지시에 의해 시작된 이중생활. 이자성은 경찰 내 몇명만이 알고 있는 자신의 진짜 신분을 숨기고 경찰과 범죄조직의 경계에 선 채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바로 이자성의 긴장 어린 숨결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자성은 보고를 위해 은밀한 장소에서 강과장을 만날 때마다 호소한다. 이 생활을 끝내겠다고. 하지만 강과장은 그를 놓아주지 않는다. 마지막 작전이다, 이걸로 정리해야 한다, 넌 내말을 들어야 한다라고 회유, 협박하면서. 그리고 이자성에게 불완전한 정보 혹은 거짓말을 흘리면서 그의 불안감을 증폭시킬 뿐이다. 이자성은 생각한다. 자신이 정말 경찰인 것인지. 자신이 경찰이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도 극소수이고 경찰이 정말 자신을 보호할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어쩌면 특정한 임무를 위해 소모되는 도구일 뿐인지도 모른다.


 표면적으로 골드문에서 정청의 심복으로 활동하는 이자성에게 정청은 조금 다른 존재이다. 어쩌면 자신이 현재 속해 있는 범죄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경찰에 입문했지만, 경찰이 된 후 가장 오랜 시간 피와 땀을 함께 나눈 동료가 바로 정청이다. 항상 능청스럽게 유들거리는 정청에게 신경질스러운 말투로 대꾸하는 이자성이지만 그에게 정청은 강과장, 다른 골드문 조직원들과는 다른 관계이다. 또한 정청은 이 영화에서 가장 복합적인 캐럭터이기도 하다. 조직의 2대 보스가 되기 위해 정청과 대립하는 이중구(박성웅),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비열한 행위도 서슴지 않는 강과장 등은 모두 단선적이다. 하나의 목표와 욕망을 위해 자신들을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이자성에게 모두 우악스런 직구를 던지는 사람들이다.


 강과장이 심어놓은 다른 스파이 정체가 탄로되어 정청에게 제거될 때, 이자성은 그 자리에 불려나와 있었다. 정청은 거기서 이자성에게 변화구를 던진다. 이것이 볼인지 스트라익인지 자성은 알지 못한다. 정청은 이자성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가 경찰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나중에 이중구의 습격으로 혼수상태까지 갔지만, 의식을 회복했을 때 자신이 죽어야 이자성이 살아날 수 있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자성에게 진짜란 어느 쪽일까. 그리고 자신은 진짜일까 가짜일까. 가면을 쓰고 모든 것을 속이려 했지만, 골드문에서 이자성의 시간은 진짜와 가짜가 섞여버린 뫼비우스의 띠 같은 그 무엇이었다. 결국 이자성이 답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그 띠를 끊어버리는 것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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