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되어버린 제안

in #kr3 years ago

나는 대학교 익명커뮤니티에 기사에 대한 리뷰를 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해야한다고 글을 쓴 적이 있다. 기사 내용이 추후에 진실이었는지 허구였는지에(팩트체크) 대한 평가항목과 이에 대한 해당분야 전문가, 일반인, 기자 각각의 점수를 부여해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기능을 도입하자고 말이다. 그리고 새빨간 거짓말은 추가의 식별표시를 추가하자고. 정치 기사처럼 찬반이 있는 것들은 제외하고 사후에 정말 누가봐도 명백하게 거짓이었고 피해를 봤던 사건들은 레퍼런스를 달아 비판을 남기는 것이다.

이런 글을 썼던 이유는 인터넷상에 진위불명의 허구성 기사들이 판을 치고 그러한 찌라시를 뿌리는 언론과 기자들을 좀 더 명확하게 특정해서 개인의 주관적인 판별이 아닌 형식적으로 질나쁜 글을 신속하게 거를 수 있기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기능이 도입되면 기자들은 팩트인지 아닌지 추가적인 조사를 하고 글을 쓰게 될 것이다. 악의적으로 글을 쓸 수가 없다. 그렇게 자신이 쓴 글이 계속 거짓으로 판별되면 양치기 소년이 될 것이니까.

그런데 정작 그러한 제안에 대해 조롱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러면 기자들이 얼마나 힘들겠냐, 언론의 자유를 해친다. 선동만 일으킬 뿐이다.를 넘어 인격에 대한 비난까지 등등등... 그런데 우리들이 언제부터 저널리즘을 존중하고 걱정할 처지가 되었는가? 우리는 끊임없이 속았다. 이미 많이 선동당해왔다. 기사를 보면 그 글을 쓴 기자의 정치적 성향이 노골적으로 드러날 때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속는 과정에서 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한다. 결국 중립적인 자세에서 매일마다 쏟아지는 정보를 필터링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최소한 누가 양치기 소년인지는 알아야 그 양치기의 글은 더 신중하게 읽을 것 아닌가

교수들은 왜 논문을 쓸 때 리뷰를 받는가? 공직자들은 왜 청문회에 불려나가는가? 이런 과정을 거쳐도 거짓인 정보는 좋은 의도를 가지든 나쁜 의도를 가지든 어떠한 과정을 통해 생산된다. 그리고 인터넷 기사는 지면의 제한이 없어 어마어마한 정보를 담을 수가 있다. 이러한 기능조차 없다면 도대체 어떻게 양질의 정보를 누적할 수 있겠는가?

결국 거짓정보 속에 지친 사람들은 팩트체크 기능을 제한적으로라도 도입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시대는 정보가 너무 많이 흘러오고 그 안에 거짓도 많이 섞여있다. 언론은 그런 것들을 확대재생산하기 너무 좋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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