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지 않는 것은 좋은 것일까?

in #kr8 years ago (edited)

대문을 만들어주신 onproof님 감사합니다!DQmd4nEhYDGngZ2WrBic5bAq9v73M2UDPR1R8e8tQsewJZD_1680x8400.jpg

어머니는 섭섭한 일을 겪어도 기억해두지 않는다.
그리고 싸우는 것을 싫어하신다.
만약 상대방이 당신에게 불만이 있어 화를 내면 그저 당하기만 한다.
마치 등신불처럼 눈을 감으시고
어떤 말이든 담지 않고 흘려 보내신다.

어쩌면 이런 성격 덕분에 인기도 많고 가정을 지켰는지 모르겠다.
아버지가 아무리 심한 말씀을 하셔도 반박하지 않고 당하기만 하니까
욕하던 사람도 결국 제 풀에 꺾여 포기해버린다.

나는 내성적이지만 의외로 호전적인 성향이 있다.
불만이 있으면 표정에 전부 드러나고 조곤조곤 허점을 찌르는 타입이라
미움을 받을 때가 많다.
고민이 생겨 엄마랑 대화하면 늘 신경 쓰지 말라는 말씀만 하신다.
내가 예민한 것이 문제일까?

얼마 전 아버지랑 동생이 싸운 적이 있었다.
동생이 하교하기 전에 아버지와 나 둘이서만 중국 요리를 시켰는데
배달을 시키자마자 동생이 집에 들어온 것이다.
자기 것은 왜 안 시켰냐며 나한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나는 내 것을 먹으라 했지만 동생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않았다.
괴성을 지르다가 아버지가 말리셨고

"썅 내가 지금 화가 안 나게 생겼어요?"

라고 동생이 짖었다.

아버지는 이렇게 대드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셨다.
쩌렁쩌렁하게 호통치셨고
그 이후로 둘은 3주간 서로 대화를 안 했다.

배달을 시키기 전에 동생한테 연락을 할 수도 있지만
아버지는 당뇨가 있어서 식사를 조금만 미루셔도 현기증과 피로를 느낀다.
동생 것도 같이 시키면 되겠지만
본인이 배가 부르면 음식이 썩든 말든 내버려두는 타입인데다
어차피 나는 배가 불러서 나눠주면 될 문제였다.
굳이 전화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너무 배가 불러서 내 몫을 주면 되니까.

아무튼 절대 동생은 용서를 빌지 않았고
아버지가 3주 뒤 직접 동생에게 전화했을 때
술 먹고 전화하는 버릇 좀 고치라고 말했다가 뺨을 맞았다.

어머니는 싸우는 것을 나쁘게 여기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를 미워하기만 하고 헐뜯는 것은 협의의 싸움이다.
하지만 화해가 전제되어 있고 종국적으로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좋은 의미의 광의의 싸움이 되지 않을까?
나는 직접 다툼의 당사자가 되거나 중재를 할 때면 후자로 끝내도록 한다.

싸우더라도 입장 차이를 확인하고 서로의 가치관을 존중할 수 있다면
잠깐의 아픔 뒤에 더 튼튼한 유대가 생길지도 모른다.
위의 사례에서도 동생은 소외감을 느꼈을 것이다.
반대로 부모에게 큰 소리치고 훈계하는 것은
나는 명백한 자식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동생이 먼저 사과를 청하고 아버지가 용서하는 것이 제일 바람직한 것 아닐까?

하지만 동생은 절대 먼저 사과하지 않기에 화해는 성립되지 않는다.
(자식이 부모에게 쌍소리를 했으면 먼저 하는 것이 맞고 그렇지 않더라도
아버지는 몇 번이나 화해를 청했지만 답이 없었다.)
본인은 모르겠지만 나는 그가 또 뺨을 맞을 것을 안다.
3주 전에도 난 동생이 지금의 태도를 유지하면 뺨을 맞을 것이라 예상했고
결국 맞았다.

그런 줄 아니까 엄마랑 상담을 했다.
지금 둘 사이에 골이 깊어지도록 내버려두면 그 골이 더욱 풍화해 갈라질 것이라고.
(이것은 괜한 오지랖이 아니라 아버지가 나에게 중재를 부탁한 것도 있다.)
어머니께서는 듣지 않으신다.
화해도 싸움도 중재도 아닌 침묵을 하신다.
그냥 덮어두고 잊어버리도록 달래면 괜찮을거라고.

침묵은 더 심한 갈등을 방지하지만 역으로 불통과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던가?
하지만 어머니 생각도 일리가 있을지 몰라 글만 남기고 상황을 지켜본다.

PS. 요즘 조선 천문학과 애니 하나에 꽂혀서 공부하고 있는데 이해가 안 가는 것이 많네요. 다른 주제도 같이 깔짝하는데 문어발로 한꺼번에 글을 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장도 어수선하니 생존 신고할 겸 사색을 가끔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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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호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오. ^^

대문 멋있어요!!
싸우고 먼저 용기내는 사람이 멋있는 사람이죠
침묵은 진짜 더 답답해서 갈등을 더욱 크게 만들어요 ㅠㅠ

헤헤 이벤트하길레 참여해서 받아봤어요!
오해는 푸는 것이 좋은데 진짜 불통은 너무 답답한 것 같아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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