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 높이, 술잔 마저 불평등하다.

in #kr6 years ago

술잔은 평등한가?
"누가 대표님 보다 술잔을 높이 들어?!"
'나의 아저씨'에 나오는 대사다. 대표 딸랑이가 회식자리에서 건배를 위해 술잔을 드는 자리에서 과잉충성하는 장면이다.
학창시절의 술잔은 평등하다면 선후배 잔을 부딪치며 높이를 똑같이 맞춘다거나, 술잔을 돌리지 않는 주도는 사회에서는 쓸데 없었다.
상사와 술잔을 부딧칠땐 의례히 잔의 높이를 낮췄고 상사의 술잔이 비면 그 술잔에 술을 따라주는것에 더 나아가 내 술잔을 비워 그잔을 권해야 했다.
제삿상의 조율시위행처럼 술자리도 철저히 수직적이고 위계의 논리가 작동한다. 학창시절 간간히 있던 '야자티임'도 없는 술자리이나 회식은 상하의 장벽을 허무는 자리가 아니라 그것을 공고히하는 자리다.
창의성, 개성, 혁신의 적은 수직적 계급문화다.
위로 올라갈수록 모르는게 없고 못하는게 없고, 안한게 없는(윗선의 실무경력이 아무리 별볼일 없어도) 간부가 되는, 아니 상사를 전지전능하게 만드는(모시는) 딸랑이들이 조직을 장악하는 한국의 경직된 조직문화는 있는 창의성도 죽인다.
나를 따라라!
보스를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여 성공하는 시대는 끝났다.
단일 유전자가 변화에 취약하듯
보스가 일방적으로 내려보내는 지시에 의해 돌아가는 조직은 요즘 추세에 맞지않다.
올드한 보스가 스스로도 시대변화의 하중을 이겨내지 못하는데 하물며 나를 따르라니.
우리는 살기위해서라도 개인별로 각자도생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나는 가끔 우리사회의 진보는 거대담론보다 술잔의 높이를 따지는 미세논리들이 먼저 깨져야 가능하지 않나 생각한다.
진보란 결국 모든 개인이 동등하게 숨쉬고 살만한 사회로 만드는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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