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화(押花) 책갈피

in #kr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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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책이 많이 없다. 책이라면 부모님의 서재에 가득 찬 책들을 떠올리곤 한다. 최근 들어 부쩍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스팀잇의 영향도 크다) 집에 서재가 있는 사람이라면 많은 책들 중 꽂혀있는 책갈피가 하나쯤 있을 법 한데, 내게는 그 책 자체가 별로 없으니까 당연하게도 책갈피가 없었다.
책을 읽을 때 마다 책갈피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책갈피를 살 정도로 내가 책을 자주 읽는 것 같지는 않고 이렇게 필요하게 된 김에 3D 프린터로 한번 뽑아볼까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그래도 책갈피의 ‘역할’을 할 물건은 필요했기에 어떤 책은 A4 용지 반을 접어서, 또 어떤 책은 책상위에 뒹구는 포스트잇을 붙여서 넣어두었다.

한번은 건축에 관심 있어 하는 동료가 건축 관련 저서를 읽다가 거기에 나오는 드로잉을 베껴 그리고 있기에 뭐하냐고 물었더니 책갈피로 쓸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그러곤 A4용지에 다 그린 그림을 코팅지에 양면으로 코팅을 한 후에 책갈피로 완성을 하였는데, 제법 책갈피로서의 때깔이 났다.
내가 여태껏 봐온 책갈피의 느낌은 얇은 플라스틱의 느낌이거나 마찬가지로 얇은 무늬가 있는 그저 책 사이에 끼울 수 있는 무언가 였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는데, 동료의 건축물 드로잉이 들어간 책갈피를 보니 무엇인지 모를 끌림이 나를 당겨 나도 책갈피를 직접 만들어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가까운 밖에 나가서 간단한 꽃잎을 몇 개 주워왔다. 걔 중에는 민들레 씨앗도 있었는데 그것보다는 색깔이 있는 꽃잎 같은 것이 예쁠 것 같아서 철쭉으로 정했다. (사실 진달래와 철쭉을 아직까지 헷갈려 하고 있었는데 스팀잇에 쓰려고 보니 그저 분홍 꽃이라고 쓸 수는 없어서 검색하여 이젠 분명히 알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와 이 꽃잎을 어떻게 처리를 할까 고민하다가, 보통은 책속에 끼워서 말려놨다가 그것을 코팅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성격 급한 나로서는 그것을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당장의 결과물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냥 A4 용지 조각위에 꽃잎을 적당히 펼쳐두고 코팅지로 눌러버렸다. 이렇게 하면 꽃잎에서 수분이 나와도 종이에 흡수되겠지 하는 호기심 반 귀찮음 반인 생각에서 였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꽃잎에서 수분이 죽죽 나오는데 이게 오히려 꽃잎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퍼지는 수채화 느낌을 주는 것 같아서 의도치 않은 효과를 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시간이 지나고 책장과 책장 사이의 압력에 눌리다 보면 오늘의 일도 추억이 되겠지 하는 마음에 오른편 아랫 귀퉁이엔 날짜를 써 놨다. 내가 만든 책갈피가 읽고 있는 책속에 있노라면, 책 위에 꽃잎이 떨어져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켜 잊고 있던 내 감성을 자극하고, 봄을 담은 따스했던 그날의 날씨가 언제든 내 머릿속에 회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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