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의 불평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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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자씩 한 글자씩
떨어져라
이리도
많은 너를
어찌 다 받느냐

_날것

비가 오는 날이면 문장에도 표면장력이 생기는 것 같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의 습도만큼 건조한 운율에도 습도가 올라가고,
때 아닌 나무들의 뒤틀림만큼 문장도 리듬체조를 한다.
투명한 점들은 한 방울만큼의 우스꽝스러운 세계를 확대하고,
우산 위에 자리 잡은 물 방울들은
찰나의 호흡에 우주를 형성하듯
지나치게 요란하고 이상하리만큼 잔잔하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가는 친구와의 거리도 우산만큼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진다.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병실에도 비를 피하러 들어간 버스 정류장에도
일기예보를 듣지 못한 아버지의 퇴근길에도 기필코 그 발 끝에 찾아간다.
우산으로는 다 가려지지 않는 실수와 실패, 쏟아내는 어리석음, 얘기치 않게 미끄러지는 삶.
한 글자씩 떨어졌더라면 또박또박 이야기 해줬을 그대의 질문,
이리도 처참히 무너져내리게 만드는 그대의 심장박동 소리가 유독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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