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여행 디자인하기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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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루트 정하기


어찌됐든 자유여행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면 - 여행에 자유가 빠지면 대체 무엇이 남겠는가마는- 어떤 루트로 돌아다닐지를 가장 먼저 정하게 된다. 지리적 위치로 순서를 정할 수도 있고, 관심사의 경중에 따라 루트를 짤 수도 있고, 그 역시 자유롭다.

일단 우리는 북유럽이라 불리는 네 개의 국가 중 노르웨이를 과감히 제꼈다. 가장 큰 이유는 노르웨이의 대자연을 깊숙이 느끼기에 뚜벅이 여행자와 운전자에게 주어지는 퀄리티의 간극이 너무나 크다는 것을 조사를 통해 알아냈기 때문이다. 둘 다 자랑스러운 장롱면허를 가진 우리는 렌트 따위는 꿈꾸지 않기로 했다. 아름 다운 피요르드 해안을 구불구불 운전하다가 찬란하게 추락하고 싶지는 않았으므로. 그리고 노르웨이는 신기하다 싶을 정도로 다른 세 개의 나라에 비해 디자인 관련 볼거리가 없었다. 노르웨이를 뺀 것에 대한 합리화의 일환으로, 우리는 디자이너이니 이왕지사 디자인으로 유명한 나라에 가는 것이 조금 더 좋지 않겠느냐는 엄청나게 합당한 결론을 내렸다.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를 표적으로 삼고 항공권을 알아보다가 어딘가 헛헛하고 섭섭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가까운 나라를 찾던 중,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냅다 집어넣었다. 대륙에서는 그나마 북쪽이기도 했고, 그냥 매력이 느껴지니 가자는 별 것 없는 이유였다. 그 결과 SAS 항공을 이용하게 되었다. (티켓마다 아주 사소한 차이로 최저가 판매하는 사이트가 달라질 수 있다. 이벤트를 각자 하므로 수시로 살필 것)

실은 핀란드로 곧장 가는 훌륭한 노선을 보유하고 있는 핀에어 를 타고 싶었지만, 가격이 조금 더 비싸기도 했고 독특하다면 독특한 여행 루트를 고려해보았을 때 이점이 많지 않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지리적 요건으로 보았을 때 북에서 남으로 향하는 경우 핀란드-스웨덴-덴마크-네덜란드-벨기에 순이 되겠고, 남에서 북인 경우 그 역순이 되어야 순조로워 보이는 것이고, 당연 그런 순서대로 루트가 짜지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는데 찝찝한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유레일패스를 사용하는 것이 우리의 여행 스타일과 맞지 않았고, 지리적으로 순서를 밟아나가는 것도 여러 가지 조건상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다. 결국 저가항공을 알아보다가 스톡홀름-브뤼셀 구간이 8만 원이 안되는 가격에 판매되는 것을 발견! 그래서 우리의 루트는 일면 전혀 논리적이지 않고 변태적 성향을 보이지만 꽤 논리적이며 유니크하기도 한 모양새로 완성이 되었다.

핀란드(헬싱키, 투르쿠) - 스웨덴(스톡홀름) - 벨기에(브뤼셀, 브뤼헤, 앤드워프) - 네덜란드(로테르담, 델프트, 암스테르담) - 덴마크(코펜하겐)

이런 순서로. 벨기에와 네덜란드는 편도 기차권을 끊어서 다녔는데 가격이 비싸지 않았으며 미리 예약해두지 않은 탓에 시간 운영이 자유롭고 마음이 편안해 좋았다. 역시 여행의 계획과 루트에 답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취향에 맞게 끈덕지게 찾아 헤매면 어느 순간 100 퍼센트 적당한 여행의 길을 만나는가보다.

이용 사이트


구글플라이트, 와이페이모어, 투어익스프레스, 투어캐빈, 인터파크항공, 익스피디아, 라이언에어, 이지젯
www.vr.fi - 핀란드철도청
www.belgianrail.be - 벨기에철도청
www.ns.nl - 네덜란드철도청

적당한 숙소 결정하기


우리는 숙소에 딱히 욕심을 내지 않았다.
그럴 만한 경제적인 여유도 없었거니와 신혼여행도 아닌데 굳이 좋은 호텔에서 묵을 필요가 있나 싶어 최대한 가성비가 높은 곳을 택했다. 호스텔에도 묵어보고 호텔 비딩도 해보고 크루즈의 야간운행도 선택해 보았다.
조금 더 나이가 들고 조금 더 돈을 쓸 수 있게 되면, 그 때 다시 좋은 호텔에 묵으면 될 일이다. 그리고 적은 돈을 들여서 훨씬 높은 퀄리티의 호텔에 묵을 수 있는 여건이 동남아에 떡 버티고 있질 않은가! 그렇다고 어릴 때 했던 배낭여행처럼 침낭에 몸을 말고 쭈그러져 자야 하는 상황은 피했다. 그럴 필요까지야 있겠나 싶었고 고난의 여행을 하고 무용담을 늘어놓을 나이는 지났으니까.

한 도시에서는 한 장소에 묵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짐을 들고 지친 육신을 옮겨다니는 일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그리고 한 도시에 머무르는 기간이 꽤 길었으므로, 모든 숙소는 미리 예약을 하고 떠났다. 하는 수 없이 호텔을 이용해야 하는 도시가 생겼을 때 가장 많이 이용한 곳은 프라이스라인이었다. 사용자가 적당한 가격을 제시해서 비딩하면 호텔 측에서 낙찰하는 방식인데 4~5성급 호텔을 뜻밖의 저렴한 가격으로 낙찰받는 기쁨을 누려볼 수 있다. 적당한 호텔이나 호스텔이 없는 도시에 머무를 때에는 이 사이트를 이용해서 괜찮은 가격에 수준 높은 호텔에 머물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용사이트


www.omenahotels.com - 북유럽 호텔체인.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되어 가격이 저렴하다.
www.priceline.com - 호텔 비딩 사이트. 이용자가 금액을 제시하면 호텔이 낙찰한다.
www.booking.com - 전 세계의 호텔을 예약할 수 있는 사이트
www.hostels.com - 전 세계의 호스텔을 예약할 수 있는 사이트

관광 명소 결정하기


현지에 도착해서 어떤 곳을 갈지에 대해서도 최대한 공부를 하되 얽매이지는 말자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었다. 몇 번 여행을 해 본 결과, 가장 시간 소모가 심한 것이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이었다는 결론을 내렸고, 길을 가다가 보이는 추천 음식점이 있으면 굳이 피하지는말되 억지로 찾아다닐 필요도 없다는 식이었다. 그 결과 아주 적당한 음식점을 찾아내는 경우도 있었고 대체로 마음 편하게 발걸음 닿는 대로 돌아다닐 수가 있었다. 여유롭게 놀아보자는 취지의 여행에서 아직까지 남아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식당이나 샵들을 찾느라 힘을 빼는 것은 좀 귀찮지 않은가. 100년 전통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레스토랑 정도면 또 모를까.

그 다음이 직업적 특성에서 발현되는 의무감에 대한 것이었다. 둘 다 어떤 의미로든 디자이너이고, 디자인이 훌륭한 나라들에 가게 되었으니 여행의 콘셉트를 그쪽으로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고민을 안 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고민만 하고 놓아버렸다. 여행 가서까지 찝찌름한 의무감과 쓸데없는 자존심을 세우며 ‘그래 우리라면 이것보다는 저것을 보아야 하지 않겠나! 디자이너!’ 하는 것 따위는 하지 않기로 했다. 보아야 하고 가야 하는 것이 대체 뭐란 말인가. 보고 싶고 가고 싶은 곳에 가면 될 일이다. 원체 훌륭하기 그지없는 디자이너여서 거장들의 디자인을 보고 심히 영감을 얻어 ‘그 여행 덕분에 명작을 남길 수 있었지요’ 하고 회고할 가능성도 없고, 훌륭한 디자인들을 보고 가타부타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느니 하면서 따지고 들고 싶지도않았다. 예쁜 건 누구의 눈에도 예쁜 것이고 저질인 건 누구의 눈에도 저질인 것이니까 딱 그 정도로만 느끼기로 했다.
아 뭐 결과적으로 상당히 성실한 스타일인 수세미 양 - 여행 동반자이다 - 덕분에 관련 명소에 많이 들르긴 했지만, 그것 또한 자유라는 말이다. 북유럽에서 꼭 가보아야 할 곳 100선, 죽기 전에 가보아야 할 20개의 명소. 뭐 이런 건 없다는 말이다. 적당한 곳을 멋지게 보고 와서 후회하지 않는 것이 장땡이라 생각한다.

짐 비우기


짐은 웬만하면 끝까지 비워내는 것이 좋지 않나 생각한다. 특히나 여러 나라를 돌아다닐 계획이라면, 무거운 수트케이스를 끌고 다니는 일은 꽤나 큰 스트레스다. 어찌 보면 다 잃어버려도 좋다고 생각되는 정도로 가지고 가는 것이 괜찮지 않나 싶기도 하다. 예전에 호스텔에서 만난 대학생 여자아이들이 엄청나게 큰 수트케이스를 끌고 다니며 매일 패션쇼를 한 후, 장소를 옮길 때 마다 얼마나 큰 고생을 했는지 자랑삼아 말하는 것을 많이 보았는데 그들은 아직 근육량이 많을 때니까 괜찮은 것이지 나는 도저히 그리할 자신이 없다. 동남아 정도 갈 때가 아니라면 기내용 슈트케이스 하나로 끝장을 본다. 노트북이 있는 경우라면 배낭 하나 정도를 추가한다. 그러면 저가항공을 탈 때에도 더해지는 금액이 없어 아주 편리하다. 수세미 양도 그렇게 꼬셔서 우리는 기내용 슈트케이스와 작은 크로스백만 들고 훌쩍 떠났다. 그래도 돌아올 때에는 가방이 더 무거워져 있었고 손에 들린 것도 늘어나 있었다. 가방이 더 컸더라면 그 무게 에 눌려서 여행 내내 끙끙댔을 것이분명하다. 안 그래도 쑤시는 어깨와 팔에게 못할 짓이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쿨하고 여유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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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보고갑니다!

여행은 가기전이 제일 설레이는 듯 해요 여행가고프네요

북유럽이래서 도움주러 왔는데 , 난 스웨덴의 예테보리를 다녀왔었고
유심은 뜨리심을 사용했어, 독일 경유해서 갔고,,, 위치가 겹치지 않아서 물어볼 것도 없겠지만 !! 혹시나 있으면 물어보고,,, 아무튼 잘 다녀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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