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vs 개미 (2)

morning (70)in #kr • 5 years ago

물티슈로, 혹은 스폰지 물걸레로 개미떼 위를 스윽 닦아내면 많은 수의 개체를 죽일 수 있고 잠시 이긴 것 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들은 다시 몰려온다. 음식을 내려놓은 곳에, 쓰레기통에, 심지어 음식이 전혀 없고 깨끗한 곳에도 몰려들어 가만히 기다리기도 한다.
바쁜 현대인은 매일 시간을 들여서 개미를 청소할 만큼의 여유가 없다. 결국 지쳐서 청소를 멈추게 되면 결과적으로 개미의 침입을 허용하는 모양새가 된다.

이것은 흡사 맹수와 인간의 대결을 떠오르게 한다.
맹수는 인간이 떼로 덤벼도 쉽게 격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 피지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전문가를 불러와서 사살하거나 마취시키거나 중장비로 맹수의 삶의 터전을 제거하고 덫을 놓고 하는 문명의 힘을 가지고 있다. 결국 맹수를 천천히 잠식하고 말려죽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개미앞에 하나의 스쳐가는 맹수일 뿐인가? 저들에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조직력과 번식능력이 있고 집단을 위해 개체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맹함도 있다.
나에겐 안그래도 신경쓸게 많고 바쁘고 개미따위에 신경쓰기가 싫은 심리가 불리함으로 작용한다.
포기하면 지는 것이다. 내가 포기하면 저들은 목적을 달성하여 마음대로 출입해 전리품으로 음식을 가져간다. 나는 먹고 자는게 불편해지고 침략당해 영토를 빼앗기는 꼴이 된다.

화학전

주변에 물어봐서 얻은 해결책은 바로 가루약이다.
겉면에 개미가 그려져 있는 플라스틱 병을 들고 거꾸로 해서 누르면 뾰족한 입구에서 하얀 가루가 훅 뿜어져 나오는 타입이다. 이걸로 직접 타격을 하기 보다는 달달한 요거트같은 거에 섞어서 개미가 집에 가져가서 먹도록 하라고 한다.
약을 들고 개미행렬앞에 와서 쪼그리고 앉아있자니 불현듯 아마 안 될 것 같다는 예감이 스쳐지나간다.
'이걸 놓는다고 해서 과연 와서 먹을까?'
아니나다를까, 손님이 오지 않는 골목식당의 흔한 주인같은 신세가 되었다.
왜 장사가 안되지? 솔루션이 필요했으나 내가 필요한 타이밍에 바로 나에게 와서 문제를 해결해줄 그런 백선생은 없다.

그래서 약으로 적에게 직접 타격을 시작했다.
전에 봐뒀던 개미 구멍에 약을 분사했다. 근처에 나와있는 개미떼 위에도 쫙쫙 뿌려줬다.

집에 출몰하는 개미의 종류는 여럿이다. 큰개미 작은개미 아주작은 개미 등등.
비슷해 보이는 개미여도 출신 개미집도 여럿이다. 도무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개미집의 위치는 모르지만 자주 지나다니는 길목은 안다.
지나는 코스를 따라서 추적해 나가다가 문지방 구석쯤에 3면이 맞닿는 부분 위주로 해서 듬뿍 머리위로 뿌려주었다.
즉각적인 효과가 있었다. 까만 점처럼 몸이 말린 시체가 가루 주위에 쌓여갔다.
저 가루를 너무 많이 여기저기 뿌려두고 계속 놔둘순 없다. 인간에게 얼마나 해로운지는 모르는거라 곧 치워야 했다.
역시 며칠후 개미들은 다시 나타나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