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모든것은 -글.브라이언 멜로니 그림.로버트 잉펜
그림책에서 글과 그림이 합쳐져 새로운 하나의 기호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글과 그림이 합쳐질 때 각각이 가진 의미의 합 이상의 의미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새로운 의미는 글과 그림의 상호작용에서 생겨난다. 대부분의 그림책에서 글과 그림은 사슬처럼 연결되어 상호보완적으로 이야기를 함께 이끌어 간다. 따라서 그림책에서 그림을 가리고 글만을 읽어 보거나 반대로 글을 가리고 그림만을 본다면 그림책에 담긴 이야기를 온전히 파악할 수 없다. 그림책에서 글과 그림은 독립적이면서 서로에게 의존하며 전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절대 그림책이 쉽지가 않음을 인정하고 또 분명 미학적인 가치가 있음을 또 인정한다.
나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책을 브라이언 멜로니라는 작가로 기억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글이 너무나 시적이고 쉽지만 철학적인 것 같은 어떠한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감동에는 로버트 잉펜이라는 그림작가의 그림이 함께 있었다는 것을 이번에 새로 알게 되었다.
그래서 사족이 조금 길었다.
처음 한장한장 넘길 때는 작가 스스로 그냥 삶과 죽음에 대해 독백하는 거구나 싶었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돌아와 보니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생명의 시작과 끝에 대한 이야기'라고 부제목 혹은 주제가 친절하게 기재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럼 다시,
둥지 속에 들어있는 알, 부서진 총알고둥어 껍데기.
그렇다. 우리는 탄생이라는 시작과 죽음이라는 끝, 그 사이에만 산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다 그렇다.
잡아먹히고 남은 나비의 날개.
슬프지만, 마음아프고 안타깝지만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운명은 다 그렇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작가는 살아있는 제각각 생명들의 자연적 수명을 말해준다.
천천히 자라는 대신 오래 사는 나무와 이삼주만에 자라서 일이년쯤 더 사는 토끼와 쥐.
봄부터 가을까지의 채소.
애벌레와 고치로 긴 시간을 보내지만 오직 스무날 동안만 화려하게 사는 나비......
그 고유한 수명을 아주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또 아주 담담하게 그려놓았다.
그럼 사람은?
그림 속에는 4대가 미소짓고 있다.
나이를 먹은 손이 아직 나이를 덜 먹은 아이의 손에 박힌 가시를 빼 준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처럼 앓기도 하고 다치기도 한다.
가시가 박히면 아프다. 그것이 생명이지만 가시로 죽지는 않는다. 그것이 또 생명이다.
그리고 급기야 수명이 다한 물건들이 펼쳐진다.
하지만 나는 어째서 이것들이 생명이 다한 물건들일까 조금은 의구심이 든다.
누군가 의미있게 다시 쓴다면 다시 쓰일 물건들 같은데......
조금 인상적인 그림이 있다면 그것은 마지막장 백지이다.
앞서 말했뜻이 브라이언 멜로니의 좌측의 글과 로버트 잉펜의 우측의 그림이 서로 유기적으로 진행되어 또 하나의 새로운 의미들을 탄생시키게 하였는데 왜 마지막장에 로버트 잉펜은 그림을 채우지 않고 비워놓았을까.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그렇지.
이 세상 어디에서나!
이 세상에서 열심히 생명을 살고 있는 나만의 의미있는 것들을 이곳에 채워 볼 법한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