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Story] episode13. SM, 그녀와의 만남 그리고 이별

in #kr6 years ago (edited)

SM Story episode13. 시작합니다.


나는 SM이다.

이제 더 이상 제목의 SM이라는 단어 옆에 괄호 표시를 하고 SM이 무엇인지 부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SM이 많이 알려졌다.

나도 이젠 적어도 인터넷 공간에서는 상당한 유명인사가 된 것이다.

이 글을 정독한 분은 ‘연석’이라는 인물이 episode4에 잠시 언급된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그녀의 이름은 ‘연석’이 아닌 ‘연X’이다. 그러나 내 스마트폰에 그녀의 이름은 ‘연석’으로 저장되어 있다. ‘연석’은 와이프의 스마트폰 검열에 대비하여 내 나름대로 정한 그녀의 가명이다.

이렇게 여기에 그녀와의 사연을 밝히는 이유는 그녀가 이 글을 읽고 나의 진심을 조금이라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서이다. 그녀가 이 글을 읽고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손 치더라도 나는 그녀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이 글을 쓰며 잠시나마 행복에 빠져 있을 것이다.

Episode13. SM, 그녀와의 만남 그리고 이별

내가 연석이를 만난 것은 3년전쯤이다.

어느 추운 겨울 송년회 2차 장소에서 우리는 처음 만났다.

우리는 부적절한 장소에서 만났고, 그렇게 우리의 부적절한 만남은 시작되었다.

대화가 통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녀와 나는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와의 대화 도중 그녀가 우리 아파트 인근에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가 이혼을 한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녀와의 첫 만남은 그날 밤 12시가 넘어서 끝났다. 그녀는 그녀의 차로 귀가를 준비했고 나는 택시를 잡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이대로 헤어진다면 영원히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러나 우리를 묶고 있던 운명의 끈은 우리가 그 끈을 풀어헤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연말 송년회 시즌에 빈 택시가 있을 리 없었고, 추운 겨울 길바닥에서 추위에 떨며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나를 측은하게 여긴 그녀가 그녀의 차로 나를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처음 만나 그녀의 외모에 반하고,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녀의 순수함에 반하고, 마지막 순간에 그녀의 따뜻한 마음에 반해 버렸다.

집에 가는 그녀의 차 안에서 나는 그녀에게 그녀에 대한 나의 감정을 고백했다. 그 순간이 지나면 영영 남이 될 수 밖에 없었기에 나의 고백은 어쩔 수 없는 부득이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나 또한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그녀와의 첫번째 데이트를 했다. 우리는 집 근처 번화가에서 만나 저녁을 먹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나는 그녀의 매력에 빠져 들었고 나는 마치 끝이 없는 거대한 늪에 빠진 한 마리 들개처럼 허우적대며 울부짖었다.

나는 그녀에게 수시로 선물을 했고 금전과 각종 편의를 제공했다. 그녀와의 관계는 깊어져만 갔다.

어느 따뜻한 봄날 우리는 대학로에서 만났다. 함께 연극을 보고 차를 마셨다. 대학로에서 우리는 서로 손을 꼭 잡고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그렇게 거리를 걸었다. 우리를 시샘하는 거리의 꽃과 나무 그리고 많은 사람의 시선을 느끼며 우리가 도착한 곳은 광장시장이었다.

광장시장에서 순희네 빈대떡과 막걸리로 배를 채우고 밤 늦도록 우리는 거리에서 카페에서 그리고 또 다른 장소에서 서로의 사랑을 키워나갔다.

그러던 그 어느날 그녀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그녀가, 그녀가, 나에게 헤어지자고 한 것이다.

죄책감이 든다고 했다. 나의 선물, 금품제공 및 각종 호의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매달렸다. 그녀도 울고 나도 울고 하늘도 땅도 모두 흐느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그녀를 보냈다.

보고 싶다. 그립다.

작가님에게 시 한 수 지어달라고 부탁했다. 작가님이 애절한 시 한 수를 지어 주셨다.


그 리 움

스쳐가는 찬바람이 귓가를 때리면

뒹구는 낙엽이 발끝을 스쳐간다.

마음 속 깊은 곳 숨어있던 그리움이

낙엽과 함께 내 발을 간지른다.

잊은 듯 잊혀진 듯 숨겨 놓은 그리움은

이 가을 무거운 짐이 되어 나를 짓누른다.

그리움의 무게야 견딜 수 있겠지만

아련히 잊혀 가는 추억은 가슴에 사무친다.


그녀에게 위 시를 보냈다.

답장이 왔다.

그녀도 내가 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만날 수 없다고 했다.

아주 먼 훗날 다시 만나자고 한다.

이제 그녀에 대한 감정은 아스라히 기억 속에 묻혀졌지만 사랑의 흉터는 아직 가슴 속 깊은 곳에 큼지막하게 남아 있다.

오늘도 가슴 속 상처를 어루만지며 그녀를 생각한다.

커피를 좋아했던 그녀를 그리며 커피를 마시고, 그녀와 함께 거닐었던 거리를 미친 듯 홀로 거닌다.

이 글을 그녀가 읽는다면 언젠가 우리는 함께 했던 추억 속 그 장소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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