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이야기> 환율 표기법: 원달러 환율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 계시나요?

in #kr6 years ago (edited)

@mishana

안녕하세요. @mishana입니다.

오늘 이야기해 볼 주제는 환율입니다. 환율은 쉽지만 헷갈리는 주제입니다.

환율을 간단하게 정의해본다면 어떤 통화의 가치를 다른 통화의 가치로 표시한 교환비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외화를 접할 기회가 많은 요즘 같은 환경에서는 환율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서 환율은 그 자체가 국제 경제 환경을 나타내는 개념이자 지표이기 때문에, 해외 투자나 외환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환율에 대한 이해는 투자자의 기본 소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의 정확한 의미나 어떤 통화의 강세나 약세, 평가절상, 평가절하와 같은 용어들을 들으면 정신이 혼미해지곤 합니다. 분명 개념은 어렵지 않은데, 모든 게 헷갈리는 경험을 하게 되죠. 😱

오늘 이야기는 환율의 미로에 빠진 구출하기 분들을 위해 준비해보았습니다.

혼돈의 원달러 환율

우리의 기준에서는 외화에 해당하는 달러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달러의 가치를 계산할 때는 1달러가 원화로 얼마인지를 생각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사람들마다 기준점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보통 1,000원에서 1,200원 정도 사이를 생각할 것입니다. 이런 상식에 기반해서 책을 읽다가 달러로 표기된 큰 금액을 마주치면 대충 1,000을 곱해 원화로 이 정도 가치가 있구나 하고 대충 이해하고 넘어갑니다.

그렇다면 1달러를 원화로 표기하는 이 환율의 정확한 이름은 무엇일까요? 퀴즈로 풀어보시기 바랍니다. (복수 정답 허용)

  1. 원달러 환율(원/달러 환율)
  2. 달러원 환율(달러/원 환율)
  3. KRW/USD
  4. USD/KRW

정답을 정확하게 알고 계시다면 이 글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정답은 1번과 4번입니다. 다시 한 번 보기를 째려봅니다. 1번은 원달러 환율이고, 4번은 USD/KRW입니다. 한글로 표기할 때와 영어로 표기할 때 순서가 정 반대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혼돈은 사실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혹시 제가 잘못 아는 것은 아닐까요? 기사를 한 번 찾아봅니다.

원/달러 환율 표기법
올해 원/달러 환율 1,070원 턱걸이 마감…2년8개월만에 최저에서 인용.

연합뉴스의 기사에서는 분명히 원/달러 환율이라고 표기하고 있습니다. 그럼 야후 파이낸스에서도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USD/KRW 환율 표기법

값을 보면 이해하시겠지만 “원/달러 환율”도 “USD/KRW”도 똑같이 1달러에 대한 원화의 가격을 나타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더 재미있는 광경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구글에서 “원달러 (환율)”을 검색해보면 구글에서는 1원에 대한 달러의 가격을 보여줍니다.

구글에서 보여주는 원달러 환율

지금까지 이런들 사이에서 용어 때문에 혼란을 느껴오셨던 거라면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이는 이해하는 사람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건 마치 '미세요'라고 써있고 당겨서 여는 문과 같습니다.

환율 표기법 이해하기

국제적인 표기법부터 이야기해보겠습니다. A통화와 B통화에 대한 환율을 A/B라고 표기하며 이러한 표현법을 Currency pair라고 합니다. 이 표현법은 해석에 있어 일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A/B의 의미는 A라는 통화 1 단위에 대한 가격을 B 통화로 표시했다는 의미입니다. 즉 A통화가 환율을 표기하는 기준이 되며 이를 기준 통화(base currency)라고도 합니다. 이 의미만 알고 있다면 충분합니다. USD/KRW은 USD $1를 KRW로 표기한 가격입니다. USD/JYP(1달러의 엔화 가격), USD/CAD(1달러에 대한 캐나다 달러), USD/CHF(1달러에 대한 스위스 프랑)과 같이 사용합니다.

기준 통화 / 상대통화

USD가 앞에 오는 것을 관습적으로 해설하기도 합니다. USD를 기축통화로 본다면, 이보다는 덜 보편적인 통화들이 뒤에 온다는 설명입니다. 관습적으로 EUR(유로)는 EUR/USD처럼 USD보다 앞에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석은 앞에 이야기했던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1유로에 대한 달러로 표기한 가격이라고 해석하면 됩니다.

관습적인 표현은 어디까지나 관습적인 표현일 뿐이고, KRW/USD와 같은 환율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KRW/USD는 원화 1원을 달러로 표기한 가격이 됩니다. 이러한 환율도 당연히 계산할 수 있지만, 거의 사용되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이해한다면 앞에서 구글에서 원달러 환율을 검색한 결과에 “1원 =0.00093 달러”라는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구글은 원달러를 국제 표기법인 KRW/USD로 이해하고 1원에 대한 달러의 가격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구글에서 보여주는 원달러 환율

앞서 퀴즈에서 확인했지만, 한국에서 1달러에 대한 원화의 가치를 표현할 때 사용하는 용어는 국제 표기법과는 정반대입니다. USD/KRW을 그대로 번역하면 달러/원 환율이 되야할 것 같지만, 한국에서는 USD/KRW과 정확히 같은 의미로 원달러(혹은 원/달러) 환율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저는 가능하면 이 용어를 잊어버리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원달러 환율 대신 달러 환율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USD/KRW로 자동 치환해서 이해하시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원달러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도 불분명합니다. 아시아 경제의 어떤 기사에서는 달러원 환율이 아닌, 원달러 환율이라는 표기법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해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우리나라 원화의 경우에는 국제외환시장과 조금 다른데요.

표기상 직접표시법에 따라서 달러화/원화(USD/KRW)라 기록하는데 부를 때는 앞선 환율의 예처럼 '달러·원환율'이 아니라 '원달러·환율'이라고 부릅니다.

이를테면 '한일관계'라고 말하지 '일한관계'라고 말하지 않고, '한미동맹'이라고 이야기하지 '미한동맹'이라고 표현하지 않는 약간의 한국적인 정서(?) 민족적인 자존심(?) 같은 것인데요.
팝콘경제 - 원·달러 환율인가? 달러·원 환율인가? - 아시아경제

"민족적인 자존심"이라는 표현에 깜짝 놀랐지만, 환율을 이야기할 때는 "USD/KRW"을 기본값으로 이해하시고, 한국에서는 "원달러 환율"이라는 용어도 사용한다 정도로만 기억해두시면 좋을 듯 합니다.

가끔씩 두 방식이 혼용된 표현도 보이곤 합니다. 기사에서조차도 분명히 원달러 환율(USD/KRW)을 의미하는데, 달러원 환율이라고 표기하곤 합니다. 이는 명백히 USD/KRW을 번역한 표현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사실 한글로 된 기사에서는 원달러 환율과 달러원 환율이 거의 동의어로 사용됩니다. (대혼란!)

더욱 가끔씩 KRW/USD라고 쓰고 1달러에 대한 원화의 가격을 표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원달러 환율을 다시 영어로 옮기면서 생긴 문제로 보입니다. 아래는 카카오스톡의 환율 정보를 캡쳐한 화면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KRW/USD는 KRW 1원에 대한 USD의 가치를 나타내기 때문에 아래와 같은 값이 나올 수 없습니다. 이는 명백히 USD/KRW 환율입니다.

카카오스톡의 KRW/USD 환율

"USD/KRW" 어렵지 않죠? 원달러 환율이란 용어의 벽만 넘어서도 큰 고비는 넘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환율 상승과 하락, 그리고 절상과 절하

환율을 이해하는 또 다른 고비는 상승과 하락, 절상과 절하 같은 용어들입니다. 심지어 평가절상, 평가절하와 같은 표현은 환율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겁을 주기 딱 좋은 용어들입니다.

상승과 하락

상승과 하락부터 설명해보겠습니다. 원달러 환율대신 USD/KRW로 환율을 이해하면 상승과 하락을 이해하는 건 아주 간단해집니다. USD/KRW 환율은 1달러에 대한 원화의 가격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1달러는 고정이라는 점입니다.

2017년 12월 28일 USD/KRW 환율은 1070원입니다. 환율이 상승하면 1070원보다 큰 값이 될 것입니다. 이 말은 1달러를 사기 위해서 더 큰 원화를 지불해야한다는 의미입니다. 쉽게 말해 달러의 가격이 오른 것입니다. 환율 상승은 곧 달러의 가치가 상승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환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달러의 가치가 하락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환율의 움직임은 1로 고정된 A 통화의 가치, 즉 USD/KRW에서 앞에 있는 통화의 가치의 움직임을 나타냅니다. 단, 환율이란 상대적인 가치이므로 USD/KRW이 올랐다고 USD 가치가 절대적으로 상승했다는 의미는 아니며 KRW에 비해서 상승했다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A/B에서 환율의 움직임은 A 통화의 가격이 B 통화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상승했거나, 하락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USD/KRW 환율 상승 = USD 가치 상승 = KRW 가치 하락
  • USD/KRW 환율 하락 = USD 가치 하락 = KRW 가치 상승

좀 더 일반화 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A/B 환율 상승 = A 통화 가치 상승 = B 통화 가치 하락
  • A/B 환율 하락 = A 통화 가치 하락 = B 통화 가치 상승

절상과 절하

절상과 절하에서 "상", "하"는 예상하시다시피 "상승"과 "하락"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앞에서 다룬 상승과 하락은 어떤 환율의 상승과 하락을 의미하며, A/B 환율 표기상 A 통화의 가치의 변화와 같이 움직인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반면에 절상과 절하에서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것은 A 통화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대신에 상승하거나 하락한 통화를 명시적으로 앞에 붙여주는 게 일반적입니다. 예를 들어서 원화 절상, 위안화 절상과 같이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표현하더라도 환율이라는 건 언제나 두 통화에 대한 상대적인 가치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USD/KRW을 기준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원화 절상은 KRW의 가치가 상승했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하지만 환율의 기준은 A통화의 1이므로, $1는 고정입니다. 원화의 가치가 상승했다면 더 적은 돈을 내고 1달러를 살 수 있습니다. 따라서 USD/KRW은 하락하게 됩니다. 따라서 원화 절상은 USD/KRW 환율이 하락했다는 것과 동일한 것입니다.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원화 절하는 KRW의 가치가 하락했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따라서 원화의 가치가 하락했다면 더 많은 원화를 줘야만 $1를 살 수 있습니다. 따라서 USD/KRW 환율은 상승합니다. 원화 절하는 USD/KRW 하락과 동일한 것입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USD/KRW 환율 상승 = USD 가치 상승 = KRW 가치 하락 = 원화 절하
  • USD/KRW 환율 하락 = USD 가치 하락 = KRW 가치 상승 = 원화 절상

좀 더 일반화 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A/B 환율 상승 = A 통화 가치 상승 = B 통화 가치 하락 = B 통화 절하
  • A/B 환율 하락 = A 통화 가치 하락 = B 통화 가치 상승 = B 통화 절상

평가절상과 평가절하

평가절상과 평가절하는, 절상과 절하와 실질적으로 같습니다. 이 용어를 사용할 때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원래 용어들은 원래 고정환율제도에서 통화당국이 시장에 개입해 통화의 가치를 조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지금 같은 시장에 어울리는 단어가 아닙니다. 하지만 절상과 절하와 같은 의미로 가끔씩 혼용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보너스: 가상화폐의 환율 BTC/USD, STEEM/SBD

오늘의 직집적인 주제는 아니지만, 환율에 대한 지식은 가상화폐의 시세를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가상화폐는 상품처럼 가격이 매겨져있지 않고 화폐로서 다른 화폐와의 교환비율, 즉 환율로 표시됩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의 가격(USD 환율)은 BTC/USD라고 표현합니다. 이는 곧 1 비트코인을 달러로 표시한 가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USD가 중요한 통화이다 보니 환율 표기에서는 A/B에서 A통화(기준 통화)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의 경우 워낙 가치가 높다보니 비트코인을 기준통화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USD/BTC를 계산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0.0001보다 작은 값이 되어버려서 직관적인 이해도 어려워지고, 계산도 불편해집니다.

이렇듯 환율이란 두 통화에 대한 상대적인 가치이며, 어떤 통화를 기준으로 정할지는 상황에 따라서 다르다는 것을 기억해두시면 좋습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스팀을 스팀달러로 교환할 때의 환율은 어떻게 불러야할까요? 앞에서 배운대로 Currency pair를 따르면 STEEM/SBD입니다. 하지만 스팀 공식 거래소에서조차도 이를 SBD/STEEM이라고 잘못 표기하고 있습니다.

잘못 표시된 STEEM/SBD 환율

환율표기법의 원리를 이해하고,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이런 잘못들이 금세 눈에 들어옵니다.

마치며

원달러 환율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나요? 환율의 세계에서 해메고 계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기를 바랍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한 투자 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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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고, 프로그래밍하고, 투자하는 @mishana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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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배우고 가네요 !
SBD/STEEM의 경우는 아마도 스팀잇에서의 SBD는 STEEM의 가치와 상관없이 1달러의 가치를 가진다는 대전제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셨기를 :) SBD/STEEM은 맥락상 여전히 잘 이해가 안 되지만, 다른 사연이 있는 지 백서나 청서를 읽어봐야겠네요.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쉬워보여도 헷갈려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잘 정리해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좋은 컨텐츠가 즐거운 스티밋을 만드는거 아시죠?
짱짱맨이 함께 합니다

자세한 글 감사합니다!! 환율이 개념만큼 전체를 이해하기가 쉽지 많은 않죠 ㅎㅎ

아무래도 정확한 개념을 설명해주는 경우가 많지 않은 듯 합니다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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