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父수첩2]너의 눈,코,입,손,발,척추,심장,그리고 뇌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6 years ago



아내가 20주가 넘어가면서, 눈에 띄게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아내는 아기가 집을 늘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기집이라..재미있는 표현이다.

가끔씩 아기가 발로 차는지 꾹~꾹 찌르는 느낌마저 든다고 했다.

볼록 나온 배에 귀를 대고 있으면, '꾸르륵~~'소리가 들린다.

뭔가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기분 탓인가?

양수에서 잘 놀고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튼 아내의 입덧은 슬슬 마무리 단계인 것 같다.

가리는 음식은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냄새에 민감하다.

특히 밥짓는 냄새는 사라지는 입덧을 다시 소환시킬 정도다.

그래도 잘 먹을 수 있으니, 천만다행이다.

냄새와 입덧 

두가지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라면 금상첨화겠지만, 두가지 모두 만족스럽지 않은 설상가상보단 천만다행인 지금이 낫다.


아침 8시30분 산부인과에 도착했다.

9시 정밀초음파검사 예약이었기 때문에, 조금 서둘렀다.

접수 후, 정밀초음파실 앞에서 대기했다.

9시에 정밀초음파실로 들어오라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내는 커튼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커튼 밖에 있는 모니터를 통해 정밀초음파 결과를 확인하게 되었다.


손가락과 발가락의 숫자

입술의 모양과 눈의 상태

척추의 모양

신장,심장,다른 장기

그리고 뇌까지

하나하나 확인할 수 있었다.

고작 500g밖에 되지 않은 내 아이의 생애 첫 정밀초음파검사는 이렇게 끝이 났다.

이제 나는 답을 들어야 한다.

"이상없습니다. 모두 정상이예요."

그렇다. 나는 이말을 듣기 위해 40분 간 커튼 밖에서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었다.

담당 산부인과 전문의의 진료까지 마친 후, 아내와 병원을 나섰다.

한달 정도 후에 입체초음파검사를 하게 된다.

입체초음파검사를 통해 아기의 실제 얼굴을 어느정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설레인다.

그리고 아내의 임신 당뇨검사도 함께 진행된다.

아기만큼 아내도 건강하고 정상이라는 결과를 받았으면 좋겠다.



아내와 함께 점심을 먹으며 계획을 세웠다.

임신 중에는 장기적인 계획이나 목표가 무의미한 것 같다.

몸과 마음의 변화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냥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편이 맞다고 생각했다.


1.밥짓기 도전

아마도 아내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 같다.

고시히카리 같은 좋은 쌀을 사다주면 밥짓는 냄새가 덜 할까?

아니면 밥하는 동안에는 안방 문을 닫아 놓을까?

어떤 방법이든 밥짓는 냄새에 익숙해져야 해결이 될텐데..

결국 아내와 나는 힘들더라도 4월 중에 한번은 '집에서 밥짓기'에 도전해보기로 결정했다.


2.채식비중 높이기

야채를 지금보다 조금 더 먹어야 할 것 같다.

이상하게도 임신 후, 아내는 소고기를 그렇게 찾는다.

그 좋아하던 새우나 해산물은 입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돼지고기는 냄새도 별로라고 했다.

닭고기는 먹을 수는 있지만, 맛이 없다고 했다.

결국 소고기가 선택되었고, 거의 매끼 빠지지 않고 소고기를 먹고있다.

나는 아내가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것보다 이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내는 조금 걱정되는 모양이다.

아내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임산부용 비타민도 사줬지만, 걱정하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그래서 아내와 아이의 건강을 위해 야채 먹는 횟수와 비중을 늘리자고 목표를 정했다.


3.대중교통 이용해보기

이건 아내와 나의 의견이 충돌했다.

산부인과까지 택시비는 만원 정도 든다. 

나는 그냥 택시타자고 얘기했다. 

그런데 아내는 조금이라도 절약하고 싶은 모양이다.

병원에 같이 올때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해보자고 했다.

음..기특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다.

생각해보자고 말했지만, 그냥 아내의 이쁜 마음만 받는 것으로 만족할 생각이다.

택시가 더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그냥 택시로 편하게 병원을 다녀왔으면 하기 때문이다.



아빠가 되는 건 생각보다 쉽지않다.

당연하게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아빠들, 힘냅시다!!

   

**minsky 블로그 산父수첩 관련 포스팅

"[산父수첩1] 검사결과는 정상, 하지만 걱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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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찬 하루 보내요!

넵^^
짱짱맨도 힘차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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