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父수첩1] 검사결과는 정상, 하지만 걱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in #kr6 years ago

며칠 전, 드디어 기다리던 문자가 도착했다.


통합검사 결과는 저위험군입니다.


다시 말해, 정상이라는 내용의 문자였다.

다행이다..정말로..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며칠동안 왠지 모를 거북함과 무거운 느낌이 있었다.

신가하게 문자 한통에 거북함과 무거움이 나아지는 것 같았다.

어쩌면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이 맞는 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임신에서 출산까지 가장 힘든 사람은 의심의 여지 없이 '아내'다.

그런 아내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줄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예비아빠로서 열심히 임신과 출산에 대해 공부하는 것 아닐까?

솔직히 공부하는 척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적어도 내 자식이 어떤 과정을 통해 태어나는지는 상세하게 공부하고 기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와이프와 산부인과를 다니면서 출산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많은 검사가 필요한지 솔직히 처음 알았다.

사실 나는 건강검진 말고 검사라는 걸 받아보지 않았으니, 이 모든 게 신기했다.

그 중 임신 초반에 가장 신경쓰이고 걱정되는 검사는 단언컨대 '기형아 검사'다.

이름부터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기형아 검사라..뭐..어쩌겠는가..그쪽 업계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용어라면,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다.


보통 기형아 검사는 2번에 걸쳐 진행된다.

1차 기형아검사는 임신 10~12주 사이 받게 된다.

와이프도 딱 그 시기에 받았다.

방법은 초음파검사를 통해 아이의 목투명대의 두께를 측정하는 것이다.

그 수치가 3mm 미만이어야 정상으로 판단한다고 한다.

병원마다 정상으로 판단하는 수치는 약간씩 다를 수 있다.

나는 검사실에 무슨 모니터가 이렇게 많나 했는데, 남편도 확인할 수 있도록 모니터를 별도로 준비한 산부인

과 였다.

입체초음파 검사실에서 나는 아주 작은 내 아이의 모습을 그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어떻게 생겼는지 아직 알 수도 없었지만, 뭔가 뭉클했다.

1차 기형아 검사는 바로 검사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잘 크고 있다는 말과 함께 목투명대 두께가 정상범위 안에 있다는 말을 듣게 되면, 유쾌하고 행복한 기분으

로 병원을 나설 수 있게 된다.

 

그로부터 한달 후, 2차 기형아 검사가 진행된다.

보통 임신 15~17주에 받게 되며, 일종의 피검사라고 볼 수 있다.

1차와 2차 기형아검사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일주일 정도 후에 결과를 통보해준다.


통보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문자로 통보하는 방법과 유선(전화)로 통보하는 방법이 있다.

검사결과가 정상(저위험군)일때는 문자로만 통보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문자 내용에 정상이나 저위험군이라는 단어가 없고, 정밀검사가 필요하다고 메세지를 받게 된다면, 고

위험군에 해당하거나 의사와 상담이 필요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사실 그런 경우라면, 보통 전화(유선)로 통보해준다고 들었다.


생각해보니,그 이유는 간단했다.

만약 정밀검사가 필요하다고 의사가 판단했다면, 당사자에게 정밀검사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물어봐야 한

다.

그리고 정밀검사를 한다면, 일정을 잡기 위해 통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좋은 않은 소식을 달랑 문자 하나로 통보받는다는 건 산모와 가족 입장에선 충격이나 상처가 될 수

도 있을 것 같았다.


고위험군으로 분류될 확률은 사실 굉장히 낮은 편이다.

그런데 건강에 대해서 확률을 따지는 것은 어쩌면 가장 의미가 없는 짓 일 수도 있다.

아무리 이성으로 단단하게 무장한 사람일지라도, 자신과 가족의 건강 문제에 대해 확률과 과학의 관점만으로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의사가 어떤 산모에게 이런 식으로 말했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은 기형아를 출산할 확률이 0.5%정도로 확인됩니다.


물론 이런 식으로 말하는 의사는 드물 것이다.

하지만 가정은 해볼수 있다.

만약 그 상황이 내 일이 아니라면, 냉철한 이성이 작동해서 이렇게 위로했을지도 모른다.


0.5%면 200명 중 1명 꼴이라는 얘기잖아. 걱정하지마~


하지만 만약 이 상황이 내 일이라면, 과연 냉철한 이성이 작동할 수 있을까?


1%도 안되지만, 만약 200명 중 1명이 내 아이라면 어떡하지?


이런 식으로 확률적으로 굉장히 낮아보이는 위험에 감정이입 하게 되면 위험은 엄청나게 뻥튀기된다.

그렇다면 그렇게 걱정하는 것이 비정상적인 걸까?

전혀 그렇지 않다.

사실 다른 일이나 결정도 실패하면, 결과를 되돌리거나 복구할 방법은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몸이 건강하다면, 다시 도전하여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라는 게 존재한다.

그런데 만약 그 중요한 건강을 잃는다면, 어떻게 될까?

다시 도전할 수도 없고, 결과도 만들어낼 수 없다.

모든 가능성이 '0'이 되는 순간에 도달한다.

그래서 위험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는 건 어쩌면 인간의 본성에 가깝다고도 볼 수 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우리 아이는 정상이라는 검사결과를 받았다.

그런데 만약 태어난 아이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다면, 나는 실망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장애를 가진 아이조차 사랑스럽게 바라볼수 있는 아빠가 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한치의 망설임 없이 "그렇다!"는 답변이 나와야 하는데, 나는 아직도 망설이고 있다.

그래서 더욱 제대로 된 아빠가 되기 위해, 제대로 된 가장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나는 어떤 아빠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어떤 가장이 될 수 있을까?

글을 올리며 그런 생각들을 해봤다.


내가 쓰는 글들이 나중에 내 아이가 봤을때 도움이 될만한 컨텐츠가 됐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조금 더 다양한 컨텐츠를 담아내야 하지 않을까?

꼭 전문적인 영역이 아니더라도, 내 아이가  읽는 것이 가능할 때,

"아빠의 이야기 창고에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어서 참 좋아!" 

갑자기 이런 말이 듣고 싶어졌다.


이제 한달 반이 지나면, 정밀초음파 검사를 하게 된다. 

이때는 조금 더 분명해진 아이 몸와 장기의 모양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다시 나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혼란스러워 질 것이다.

아내가 출산할 때까지 내 감정의 줄타기는 끝나지 않겠지만...

Sort:  

저도 기형아 검사할때 정말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히 모두 정상이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좋은 결과 있으실거에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긍정적으로 아이를 기다릴 생각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건강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건강한 아이를 잘 출산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

맞아요.
건강이 최고죠. 댓글 감사드려요.
님도 건강하시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Coin Marketplace

STEEM 0.16
TRX 0.16
JST 0.030
BTC 58416.09
ETH 2514.67
USDT 1.00
SBD 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