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투자일기(9)

in #kr6 years ago

-자기야, 라이트코인하고 아더가 많이 오르는 것 같아유. 그래도 라이트코인이 더 많이 올랐으니까, 아더를 사는게 좋을 것 같아유.

어제의 폭등을 보면서 남자는 그제야 많이 오르는 코인을 사는게 좋은 것이라는 관념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다만 호재가 끝났다는 사실이 악재라는 것은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 여자는 남자의 말에 코인을 샀는데, 코인 이름에 집중하느라 수량에 대한 언급은 잊어버리고 말았다.

회사에서도 두 사람은 일에 집중하기 어려워했는데, 코인의 가격이 등락할 때마다
[어떡하면 좋지? 팔까? 살까?]
라는 식의 톡을 주고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른다는 사실, 손실이 줄어든다는 사실에 두 사람은 신이 난 것이 사실이었고, 잘못된 구입으로 손해를 볼 때에도 괜찮다며 서로를 위로해줄 수 있었다.

이 날 오후에는 관계부처긴급회의가 화제였다. 코인가격에 붙어있던 프리미엄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이미 발표 내용이 별 것 없다는 찌라시가 돌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아무 불안감 없이 오후를 보냈다.
[아무 내용도 없다는데 굳이 왜 판담?]
[그러게나 말이어유]
라며 궁금해하면서도 으시대기도 했는데,
발표가 끝나고 다시 프리미엄이 붙기 시작하면서 그 것이 고점매도, 저점매수 였구나 하고 아쉬워할 따름이었다.

남자는 떨어지기 시작할 때 이를 따라해보려 매도를 하였으나, 결국 더 높은 가격에 매수를 하면서
본인의 손이 많은 코인러들이 보유하였다는 똥 손이 아닌가 자못 심각하게 의심해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결국은 장기 투자를 생각할 수 밖에 없을텐데. 너무 늦게 들어온 것은 아닌가.

회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안일했던 지난 날을 후회했다.
-집 값이 오르지 않을 줄 알았어.
-하긴 뭐, 오를 줄 알았다면 그 때 집을 샀겠지.
-그러면 빚이 많아져서 여행 다닐 생각을 하지도 못했을테지만 말야.
-응. 게다가 주변 집값도 다 올라서 어디 이사 가지도 못하고.
-그래도, 전세값 올려달란 이야기 들었을 때에 은행에 대출 받을 생각하지 말고 코인을 샀을 걸 하는 후회가 계속 들긴해유.
-괜찮아. 지금부터 잘 하면 되지.

결론은 언제나처럼 여자가 울보 남자를 다독이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기야. 이것 봐유. 집에 오면 자기 사주려고 했던 리플이란 코인인데, 400원에서 벌써 550원 되었어. 사주려했던 코인이 올라버리니까 너무 속상하다, 자기야.

라이트코인의 가격은 떨어지고 있었고, 리플의 가격은 오르고 있었다. 게시판에서는 리또속 이야기가 줄어들고 있었고, 그들의 포트폴리오에는 리플이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12월 13일의 밤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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