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동서고금을 막론하는 말장난, 해외의 언어유희에 대하여

in #kr6 years ago (edited)

허재가 농구허재 

- 아 쟤 또 아재개그하네

오늘은 조금 특이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리말로 '언어유희', 일본어로 '다자레', 영어로 '펀(pun)'.

흔히 '아재개그'라고 불리는 유머에 대한 얘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단어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아재개그는 만국공통이었나 봅니다.

아재개그인데
아재개그인지 몰랐던 것?

뇨타로 : 그럼... 사과.
스케키요 : 생선!

스케키요 : 미션 클리어~~!
뇨타로 : 너 룰을 전혀 이해 못하고 있잖아! 

- <바보 고양이와 고양이 바보> 中

고양이 '스케키요'와 집사 '뇨타로'가 끝말잇기를 하는 장면입니다.

아마 일본어를 모르시는 분이라면 "엥? 이게 뭐가 웃겨? 대체 무슨 뜻이야?"라며 고개를 갸웃거릴만 합니다.

아쉽게도 저 역시 이 책의 원서를 찾을 수 없는 고로, 이 문장만이라도 일본어로 바꿔보도록 하겠습니다. 

뇨타로 : 그럼... 링고(りんご;사과).
스케키요 : 교(魚(ぎょ);생선)!

글쎄요. 이래도 영 맛이 살지를 않는군요.

아마 번역가분께서 다른 단어로 바꾸셨거나, 스케키요가 아예 멋대로 이상한 단어를 외친 거였을 겁니다.

그럼 이걸 우리 말에 맞게 바꾸면 어떻게 될까요?

뇨타로 : 그럼... 녹차(茶).
스케키요 : 차(車)! 

 아마 이렇게 되지 않을까요?  

오역을 부르는 언어유희 

- 덕분에 번역가들은 죽어납니다

원문
食を断たれるのはショックね.  (쇼쿠오타타레루노와쇼쿠네; 식량(食;쇼쿠)이 없어진다니 쇼크네요.)

애니플러스 번역
전술이라는 말을 들으니 전 술이 생각나네요.

─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애니메이션> 5화 中

이 언어유희에 가장 고통을 많이 받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이 언어유희를 자신의 문화권의 자신의 언어로 바꾸어야 하는 사람, 번역가들입니다.

잘못 번역하면 문맥과 유흥을 살리지 못할 뿐더러, 최악의 경우 '오역'이 되어버리니까요.

위에서 예시로 들은 대사는 정말 최선을 다해 언어유희를 살린, 번역의 좋은 예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にゃにゃめ にゃにゃじゅう にゃにゃどの にゃらびで にゃくにゃく いにゃにゃく にゃにゃはん にゃにゃだい にゃんにゃく にゃらべて にゃがにゃがめ(냐냐메 냐냐주 냐냐도노 냐라비데 냐쿠냐쿠 이냐냐쿠 냐냐한 냐냐다이 냥냐쿠 냐라베테 냐가냐가메 ;  경사 77도로 배열로, 울고 울고 크게 우는 오토바이 7대 무난히 세워놓고 오랫동안 바라보기)

국내 번역본 : 냐랑 너랑 봄냐들이 배냥 매고 봄냐들이 버드냐무 냥창냥창 냠실바람 냠실냠실 개냐리 꽃에 냐비가 하냐 배냥 속에 바냐냐가 하냐 .

─ <괴물 이야기 >中

개중에는 도무지 뜻을 살릴 방법이 없어 다른 언어유희로 대신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장 우리나라의 대표 언어유희 중 하나인 '간장 공장 공장장은 강 공장장이고 된장 공장 공장장은 공 공장장이다'를 다른 언어권으로 번역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Soy Sauce Factory's owner is... 뭐 이런 식으로 번역해야 할까요? 이래가지고서는 전혀 유흥이 살지 않네요. 

하는 수 없이 그 문화권에서 사용하는 언어유희로 바꾸는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영어권의 'Ms.Smith's fish sauce shop.'이나 중국의 '시씨식사사' 등 역시 이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다뤄보겠습니다.

에리스드 스트라 에루 오이트 우베 카푸루 오이트 온 워시

─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中

언어유희 번역의 나쁜 예시는 이런 걸 들 수 있겠죠.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수많은 오역을 남겨버린 <해리 포터 시리즈>의 오역 중 하나입니다.

이 문장은 대사만 봐서는 무슨 마법 주문이나 라틴어를 적어놓은 것 같지만, 실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Erised stra ehru oyt ube cafru oyt on wohsi

이 문장을 뒤에서부터 읽어볼까요? 

그대의 얼굴이 아니라 그대 마음 속 소망을 비추노라.
(I show not your face but your heart's desire.)

이 문장을 '거울'이 가지고 있는 특성에 맞게 거꾸로 써놓은 것이죠.

충분히 번역하면 '라노추비 을망 소속 음 마 대 그라니아 이 굴 얼의대그' 쯤 되지 않을까요?

(영어 2~3음절을 한글 1음절로, 영어 4음절은 한글 2음절, 영어 5~6음절은 한글 4음절로 바꾸었습니다)

이 밖에도 해리 포터 국내판은 자잘하고 다양한(?) 오역이 넘쳐난답니다.

가장 유명한 걸 꼽자면 역시 '헤르미온느 그레인저'가 있겠죠.

자막에는 분명 '헤르미온느'라고 적혀있는데, 영화관에서 들어보면 '허마이어니'로 읽지 않았던가요?


토르 : 후회하게 될 거다.
발키리 : 아니, 돈을 받았지.

─ <토르:라그나로크> 국내 자막판 中

이 역시 원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토르 : You'll pay for this.(대가를 치를 거다.)
발키리 : I got paid.(이미 받았는데.)

'(값을) 치르다'라는 뜻을 가진 pay를 이용해 발키리가 위트 있게 받아치는 장면이죠.

이처럼 언어유희를 그저 의미만 맞게 번역하거나 아예 엉뚱한 말로 번역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럴 경우 관객들이 웃어야 하는 타이밍인데도 웃지 못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에 난항을 겪게 만듭니다. 

아재개그도 잘만 하면
멋있는 명대사가 된다 

Voila! 
In view, a humble vaudevillian veteran cast vicariously as both victim and villain by the vicissitudes of Fate. This visage, no mere veneer of vanity, is a vestige of the vox populi, now vacant, vanished. 
However, this valorous visitation of a bygone vexation stands vivified and has vowed to vanquish these venal and virulent vermin vanguarding vice and vouchsafing the violently vicious and voracious violation of volition...!!!

The only verdict is vengeance; 

a vendetta held as a votive, not in vain, for the value and veracity of such shall one day vindicate the vigilant and the virtuous.

Ha, ha ha ha ha... Verily, this vichyssoise of verbiage veers most verbose, so let me simply add that it's my very good honour to meet you 

and you may call me "V".
여기에!(Voila)!
모습이(view) 미천한 보드빌식 연극(vaudevillian) 베테랑(veteran)인지라
운명의 장난(vicissitudes)에 따라 피해자(victim)나 가해자(villain)의 역할(vicariously)을 맡고.
이 모습(visage)은 덧없는(vanity) 겉치레(veneer)가 아닌,
이제는 사라진(vanished) 공허한(vacant) 민중의 소리(vox populi) 의 자취(vestige)라.

그러나(However),

이 과거의 원통함(vexation)에 대한 용감한(valorous) 천벌(visitation)인 나는 되살아나고(vivified)
악(vice)의 선봉(vanguarding)에 서며 민중의 의지(volition)에 대한 폭력적이고(violently) 잔인한(vicious) 탐욕적인(voracious) 침입(violation)을 옹호(vouchsafing)하는 이 썩고(venal) 유해한(virulent) 버러지들(vermin)을 무찌를(vanquish) 것을 맹세(vowed)하나니!

유일한 판결(verdict)은 복수(vengeance)뿐.

가치(value)와 진실(veracity)을 위해,
신에게 축원하는(votive), 하지만 헛되지(vain) 않은,
언젠가 조심성 있고(vigilant) 고결한(virtuous) 자들을 해방(vindicate)시킬 피의 복수(vendetta)….

허허허, 허허. 아무래도(Verily), 쓸데없이 긴 말들(verbiage)의 비시수아즈 수프(vichyssoise)에
너무 장황(verbose)하게 빠졌었군(veers),
이쯤 하고, 간단히 덧붙이자면 자네를 만나 정말(very) 영광일세.

브이(V)라고 부르게.

─ <브이 포 벤데타> 中

<브이 포 벤데타>의 주인공 '브이'가 자신의 이름 '브이(V)'에 맞춰 언어유희를 섞어 일장연설을 합니다.

이 장면을 어느 분께서 우리말에 맞게 내용을 살린 번역이 아주 인상깊었습니다.

라! 

기에는 잘 것 없는드빌 테랑인지라 
는 대로 척 당하기도 하고 척 하기도 하는 라 

인의 장은 뜻 없는 장이 아니라 
바랜 성의 램이 남긴 자욱이라 

그러나,

과거의 통함으로 려낸 장한 수가 활하여 
선을 패시키는 의와 정을
력 같이 어내고 수고 살내고 스러트릴 것이니! 

법은 수뿐: 

라보면서 밑도 듬는, 
언젠가 참한 자들과 른 자들을 호할 정한 수 

루한 언으로 심을 이려는 건 보의 짓이니 
이쯤하고 간단히 덧붙이자면 자네를 만나 정말 영광일세. 

'비읍'이라고 부르게.

(출처 :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comm&wr_id=7825400)

웃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공부하면 웃을 수 있는!

오늘은 여러분의 기분을 전환시켜드리고자 언어유희에 대한 이야기를 좀 풀어보았습니다.

쓰기에 따라서는 '허재가 농구허재' 같은 썰렁한 농담에서부터, '내 날는 요 없이 나 / 필에 취한 날는 바람 못지 않' 같은 멋진 가사도 될 수 있답니다. 


오늘부터 하루 한 번 언어유희 어떠세요? 


- 2018년 2월 7일 수요일, 김누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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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브이 포 벤데타 저 대사는 진짜 소름끼치게 멋있죠! :)

저 대사를 만드느라 고생하신 작가분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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