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도 저녁이면 노을이 진다 day3
앙뚜앙의 가족은 한국에 대해서 거의 아는 게 없는 듯 했다. 요새 올림픽으로 떠들썩한 김연아 라던가 축구선수 박지성 등에 대해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단다. 그나마 아는 거라곤 강남스타일 이었는데 그것도 한국에서 나온 노래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을 것이다. 앙뚜앙은 도착한 날부터 자기 집의 바나나, 귤 등의 과일을 보여주며 한국에도 그것들이 있냐고 물었고, 나는 당연히 있다고 했다. 그러자 그 다음에는 자동차나 텔레비전을 가리키며 되물었다. 솔직히 우리나라가 반도체 생산으로 성장한 국가인데 약간 자존심이 상한다랄까 하는 기분이 들어 내 핸드폰을 꺼내어 보여주자 그와 그 가족은 놀라움을 표현했다. 아무래도 아직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별로 유명하거나 거대한 나라가 아닌 것 같다는 현실이 가슴을 후벼 팠다.
아침식사 후에는 베르사유 궁전으로 가는 계획이 잡혀 있었다. 베르사유 궁전이라도 이름만 들어 보았었던 지라 뭐가 있는지 하나도 모른 채 지하철을 타고 도착했다. 거대한 궁전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 주위로 축구장 몇 개를 합쳐 놓은 듯한 정원이 존재했다. 친구 성윤이 말로는 그 정원이 해리포터와 불의 잔을 찍은 장소라는데 진위여부는 모르겠다. 궁전 내의 수많은 벽화와 조각상들을 지나쳐 점심을 먹으러 가려던 참이었는데 뒤에서 프랑스 현지인이 나와 준우에게 프랑스어로 무언가를 물어보려했다.
당연히 우리는 불어에 약했기에 모른다고 둘러대었는데도 계속해서 무언가를 물어보자 그냥 인사를 하고 나와 버렸다. 그런데 이미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점심을 먹으러 어디론가 사라진 뒤였고, 우리는 단 둘이서 프랑스 미아가 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절실하게 사람들을 물어가며 우리 사정을 이야기했으나 소용없었다. 유럽은 개인주의 사회가 확산되어 있다는 말처럼 아무도 우리를 도와주려 하지 않았고, 관계자들이나 직원들도 그냥 잘 모르겠다며 우리들을 피했다. 한창 서러워하며 기다리는데 비까지 내렸다. 때마침 선생님께서 준우에게 문자를 보내지 않으셨다면 얼마나 더 거기에 쭈그려 앉아있었을지 상상하기도 싫다.
합류하여 점심을 먹고 나서는 노트르담 대성당까지 걸어갔다. 어렸을 때 노트르담의 꼽추라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영화에 나온 그 그림 같은 성당의 모습이 맞는 지는 모르겠으나 외관만은 아름다웠다. 단지 내부가 그리 아름답지 않아서 약간 실망했는데 너무 황량하고 넓기만 하여 여백의 미 만을 강조한게 아닌가 싶었다. 성당을 나오니 주변 거리는 라틴 가 라고 우리나라의 인사동을 생각나게 하는 거리였다. 개인적으로 기념품이나 간식거리들을 살 기회라 생각하여 나도 작은 열쇠고리들을 몇 개 샀다. 아이들 모두 돌아다니며 군것질을 하길래 나도 몇 입 얻어먹어 보았는데 가격이 비싸다는 점만 제외하면 전부 괜찮았다.
모든 일정이 제외된 뒤에는 나도 앙뚜앙과 함께 그의 집으로 갔다. 이제 슬슬 익숙해지는 느낌이었지만 길거리의 건축물들이나 조각상들은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니 아주머니께서 저녁을 준비해 주셨는데 내심 느꼈던 것이지만 양이 정말 많았다. 프랑스에서는 아침에 소식 점심에 중식 저녁에 대식 하는 것이 몸에 베여 있단다. 우리나라는 대개 저녁을 적게 먹는데 말이다. 나도 함께 ‘대식’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밤 열시. 한국에서라면 상상도 못할만큼 이른 시간이었다.
담백한 여행기가 취향을 정조준하네요ㅋㅋㅋ 팔로우합니다
프랑스의 조각상, 예술품은 저도 한번 보고 싶네요. 특히 노트르담 대성당... 가고일들과 카지모토가 생각나게 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