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건강한 삶을 위한 자가조절 장치

in #kr7 years ago

아기를 데리고 놀이방에 매일 가는데 

그곳은 겉으로 보기엔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뛰어노는 곳으로만 

보이지만 사실은 투쟁이 난무하는 긴장 속의 작은 사회이다. 


 이제 막 기기 시작한 아기부터 초등학교 다 큰 어린아이까지 여러 연령대의 아이들이 노는데 

겉으로 보기엔 어쩌면 동심이 그리 아름다울 수가 없다. (그리고 실제로 동심이 아름답기도 하다) 

그래서 나도 저렇게 아무런 사심없이 뛰어놀고 싶다는 생각에 그들이 부러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을 (그 아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또 딱히 그런 것만은 아니다.

 (역시 찰리 채플린이 말했듯이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한번은 우리 아기 옆에 비슷한 개월 수의 아기가 기어 다니며 놀길래 

우리 아기도 그 옆에 같이 기어 놀게 했다. 그런데 그 아기가 갑자기 빨라지는 발걸음

(기는 걸음)으로 오더니 갑자기 우리 아기 싸대기(!!)를 찰싹 하고 때리는 것이었다!!


그 쪽 아빠 엄마는 미안해하며 나에게 사과를 했고 본인의 아기의 손을 때리며 그러면 안된다고 했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속으로는 쟤 뭐지?!라고 생각했다. 그러고나서 보니 우리 애를 때린 아기가 인상이 

갑자기 나빠 보였다..ㅋㅋ)우리 아기는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몰라 울지도 않고 그 아기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하는지 몰라 주위상황을 살펴보는 것 같았다)


 또 한번은 아이들의 관용을 본 적도 있다. 


우리 아기는 미끄럼틀 계단을 이제 겨우 혼자 잡고 기어 올라갈 수 있게 됐는데, 

미끄럼틀에서 놀고 있는 초등학생 남자아이들은 우리 아기를 아기라고 이뻐해주며 공놀이에 같이 끼워 주었다. 

오빠들과 같이 공놀이를 하게 된 우리 아기는 기뻐하는 듯 했고 같이 공 던지기를 했는데 우리 애가 공을 잡고 놓지를

 않는 것이었다!


옆에서 보는 나는 빨리 공던지기를 하라며 공을 오빠에게 주라고 했지만 

아기는 기뻐하며 꽉 잡고 놓지를 않았다. 나는 왠지 애들한테 미안해졌고 

아기 손에서 억지로 공을 뺏으려 했으나 우리 아기는 공놀이에 참여하게 됐다는 기쁨에 그 공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남자아이들이 오히려 그런 나를 보고 괜찮다며 아기가 공을 계속 가지고 놀 수 있게 해주었다. 


 또 한번은 우리 아기가 앉아 있는데 어디선가 자동차 장난감이 날라왔고

새 장난감을 보게 된 아기는 눈이 반짝였다. 그런데 장난감 주인 아기가 경계심에 가득찬 눈으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더니 자동차를 낚아 채 가는 것이었다. 우리 아기가 자기 장난감을 뺏어 갈까봐

 마음이 어지간히도 조급했던 모양이다.


 한번은 다른 아이들의 다툼인데,

네다섯살 정도의 아이가 미끄럼틀에서 타려고 앉아있는데 

밑에서 다른 아이가 미끄럼틀을 걸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위에 앉아있던 아이가 주저하지 않고 역시 싸대기(!!)를 찰싹 

때리는 것이었다! (순식간이었다) 밑에서 맞은 아이의 엄마는 이 상황을 보더니

 더이상 싸움이 일어나지 않게 자기 아이를 데려갔는데 그 아이는 분이 안 풀렸는지 

자기 엄마를 때리며 분풀이를 했다. 엄마는 때리는 것은 안 좋은거라고 자기 아이의 분노를 삭히려 했다.

 (우리 아기는 미끄럼틀을 잡고 아래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 아기가 미끄럼틀 계단을 조심조심 기어 올라가면 다른 아기들은(조금 큰 아기) 

그 옆으로 올라가도 되는데 꼭 굳이 우리 아기가 기어가는 쪽으로 올라가려 한다. 

조심스레 아기를 안아주는 아이도 있으며 우리 아기가 미끄럼틀을 잡고 있는 두 손 사이에 

굳이 자기 발을 올려놓을까 말까 하는 행동을 하는 아이도 있다. -_-;;


 그리고 미끄럼틀에서 (놀이방의 중심에 미끄럼틀이 두개가 있어 모두 미끄럼틀에 관한 사건이다) 

한 아이가 "Get away~~!!!" 하며 괴성을 지르자 나머지 옆에 있던 멀쩡하던(?) 아이들도

 "Get away~~!!!"하며 괴성을 지르며 달려나가는 것이었다. 


 이제 태어난지 짧게는 몇 개월부터 길게는(?) 몇 년 정도의 인생을 살아온 아이들도 

이렇게나 다양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나온지 얼마 안된 아이들은 이렇게 서로 교류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영문도 모른채 맞기도 하고, 억울함을 풀 길이 없어 분노를 삭히지 못하기도 하며, 

다른 아이들이 하는 것이 무조건 좋아보여 자기 길은 냅두고 다른 아이들의 길로 가려고 하고, 

관용을 베풀기도 했다가 가만히 있는 사람한테 괜히 시비(미끄럼틀 잡고 있는 아기의 두 손 사이에 발 올려놓기)를 

걸기도 하고, 멀쩡하게 있다가 누가 괴성을 지르며 달려가면 자기도 모르게 똑같이 따라하기도 하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천사같은 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서로를 배려하며 마냥 즐겁게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가 사는 세상처럼, 우리가 사는 인생처럼 마냥 행복하고 즐겁고 편안하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마치 천진난만하게 천사처럼 서로를 배려하며 서로를 사랑하며 

자기 능력을 발휘하며 즐겁게 인생을 즐기며 사는 것만 같다. (최소한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나의 인생은 항상 누군가한테 영문도 모른 채 당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사회는 착해지라고 우리한테 강요하기에 그냥 내가 이해심이 부족한거겠지..

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분노를 삭히려 노력하기도 한다. 


가만히 내 시간을 즐기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손 사이에 발을 넣기도 하며, 

내가 뺏고 싶지도 않았던 (아니 뺏을 겨를조차 없었던) 어떤 것을 내가 뺏어갈까봐 

나를 경계심 가득찬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나는 그럴 생각조차 없었는데도) 


그런가 하면 나는 누군가와 교류를 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서 그 교류에 기쁘게 참여했을 뿐인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게 된 적도 있다.

 (나는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어서 그저 장난을 친건데 그 장난으로 상처를 받았던 누군가가 있었다. 

나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상처를 줄 수 있는 사람이구나 깊이 느꼈다..그래서 슬펐다..) 


 인간 본성에 대해서 성선설, 성악설, 백지설이 있지만 

내가 보기엔 성선설도, 성악설도 아니고 백지설도 아니다. 

(백지설이라 하기엔 이미 타고난 유전자의 힘도 크다) 


아이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은 착하기도 하며 악하기도 하다. 

나의 환경이 아무리 좋아도, 나에게 다 우호적으로 대해도 

나는 불행을 느끼기도 하고 심지어 가끔 나쁜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나는 어떤 사람에겐 한없이 베풀고 싶기도 하며, 

또 어떤 사람에겐 아주 냉정한 존재가 되기도 한다. 


 인간은 모든 감정들을 다 겪어야하는, 겪을 수밖에 없는, 겪어야 사는 존재가 아닌가 싶다.

 이 태어난지 얼마 안된 어린 아이들조차 이 모든 감정을 다 겪고 사는데 몇 십년을 산 우리야 어떻겠는가.


미끄럼틀을 타고 올라가다가 위에 있던 아이에게 맞아 분노를 삭히지 못하던 아이 생각이 난다. 

그 아이는 억울하게 (본인 입장에선 억울하게, 하지만 위에서 미끄럼틀을 타려던 아이 입장에선 정당하게) 

맞은 그 분노를 배출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이 엄마는 때리는 건 안 좋은 거라며 그 분노를 억누르려고만 했다. 


 우리는 인간이라 모든 감정을 느끼고 또 그 감정들을 안고 살아가는데 

제때 배출해내지 않으면 안에서 곪고 썩어 나중엔 그게 병이 되는 것 같다. 


 나는 착해야 한다고, 부지런해야 한다고, 기뻐야 한다고

그렇게 우리 자신을 한쪽 방향으로만 몰아세운건 아닐까.


 나도 악한 생각을 가질 때가 있다고, 

마냥 게으르고 싶어질 때도 있다고, 

긍정적인 생각일랑 벗어던지고 그냥 슬퍼하고 싶을 때도 있다고, 

누군가를 이해하지 않고 그냥 막 원망해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고.


 나라도 나 자신을 그렇게 허락해주면 어떨까.


 모든 감정은 정당한 것이고, 

제때 배출이 되어야 하는데


삶이란 것은, 

우리 사회의 도덕이라는 것은,

그것을 다 배출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며

또한 다 배출해서도 안 된다.

 (악한 감정을 느낄 수는 있으나 악을 행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예술은 그 돌파구가 되어 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작품에서,

우리의 그림에서, 

우리의 노래에서, 

우리의 춤에서, 


그 감정들을 정당하게 표현할 수 있으며

그럼으로써 우리는 다시 건강해질 수 있다.


 다시 건강해진 우리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기쁨을 선물해 줄 수 있으며,

그 기쁨의 기운으로 다른 사람들도 다시 하루를 

살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 작품이 보잘 것 없다고 

형편없다고 자신없어 하지 말자.


나는 이것으로써 곪은 감정을 털어냈고

그럼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것에 이미 예술의 의미는 있는 것이다. 


예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인류가 존재할 때까지는.


 왜냐면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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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응어리를 해소하는 것이 예술인 듯 합니다. 내가 그리는 그림, 내가 부르는 노래들이 비록 형편없을지라도 내 감정을 해소하는 수단으로써의 감정탈출구 역할을 할 수 있겠죠.

라디오스타에 정만식 나와서 얘기한 에피소드가 생각나는군요
연기 안하고 돈만 벌면서 지내면서 스트레스가 쌓여가던 어느날
행인이랑 부딪혀서 행인이 사과하니깐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지?"
각자의 예술로 배출이 되어야 합니다.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지? 이게 왠지 웃기면서도 상황이 공감이 가네요~~ 어쩔때는 저 상대방이 진심이라는걸 알면서도 내 상황이 혹은 내 감정이 해소가 안 된게 있으면 그 진심도 곱게
받아들여지지가 않고 꼬아서 받아들이거나 혹은 그냥 그것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다른 사람이 아무리 나에게 잘해주고 이 모든 세상이 천국이라고 하더라도
내 마음이 지옥이면 천국도 나에겐 천국으로 다가오지 않는것 같아요~
천국은 왜 이렇게 지겨워~ 할지도요. 무엇보다 우리의 쌓여가는 감정을 수시로 우리만의 조촐한
(우리 눈엔 화려한) 예술로 배출이 되어야 합니다~ 그게 결국 모두에게 좋은 길 같아요~^^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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