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다는 것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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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함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책을 엄청나게 사들였던 나는

요즘은 좀 자제하고 있다.

책에서 세상을 배우려고 했던 나는

요즘은 세상에서 어떠한 나만의 느낌과 교훈을 얻으려고 하고 있으며

또 매운 불닭같은 자극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던 것에서

요즘은 심심한 밥알을 씹는 것과 같은 생활에서 나름

은은한 만족감을 누리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척 하지만 사실은 이해력과 인내심이 떨어지는 나는

끝까지 완독한 책이 정말 드물며, 예전에는 그런 사실이 부끄러웠으나

이제는 한권에서 단 몇 줄이라도 내 인생에 도움되는 것을 건졌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 아닌가 이렇게 나를 위로하고 있다.

그러한 나조차도 끝까지 읽게 만들었던 소설이 몇권 있는데

그 중에서 [채식주의자], [살인자의 기억법], [편의점 인간]이다.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지만 주인공 영혜를 둘러싼

영혜의 남편과 형부, 언니의 관점으로 영혜를 바라보았는데 같은 사람을 두고

이렇게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흥미로웠다.

영혜는 반복해서 꾸는 꿈으로 인해 고기를 먹지 않기로 결심하는데 그 결심은

다른 사람들의 반발을 일으켰고 결국에는 이혼을 하고 정신병원에 들어가 죽음을 맞게 된다.

영혜의 남편은 영혜를 세상과 동떨어진, 이상하고 속을 알 수 없는 무서운 여자로 여겼으며,

영혜의 형부는 영혜를 신비롭고 매력적인 여자로 여겼고,

영혜의 언니는 동생을 내내 이해하지 못 했고 그저 갑자기 미쳐버린 동생을 가엽게 여기다가

자신의 남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동생을 정신병원에 넣고 자신의 가정이 동생으로 인해 파괴되고

동생의 병원비를 자신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에 동생을 원망하고 자신의 팔자를 가엽게 여긴다.

나무가 되고 싶다며 금식으로 목숨을 끊길 원하던 동생에게 억지로 음식을 주입하던 내용이 기억난다.

한 사람을 이렇게 여러 관점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흥미로웠고,

과연 영혜라는 사람은 이 관점 중에서 어디에 가장 가까울까,

과연 어떤 것이 올바른 것이고 어떤 것이 틀린 것인지, 과연 그것을 정의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은 살인자의 1인칭 관점으로 서술되는데 내내 본인을 좋은 사람으로 기억했는데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보면, 진실은 얼마나 우리 기억과 차이가 날 수 있는가.

우리가 생각하는 '나'는 과연 진실에 걸맞는 것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착한 나'는 그저 우리의 기억이 조작한, 우리의 환상이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소설이다.

마지막으로 편의점에서 십년 이상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일본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 [편의점 인간]은,

제목 그대로 일정한 직장을 구하지 않고 계속 편의점에서 일을 하는 여성에 대한 글이다.

일정한 직장도 구하지 않고 남자친구도 사귄 적이 없고 계속해서 편의점에서 일을 하는 이 여성은

살면서 많은 사람들의 의문과 질책어린 관심을 받았고 평범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한 여러가지 노력들을

하며 세상을 살아나가는데 나중에는 평범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동거까지 하게 되고 나중엔 결국 다시

'편의점 인간'으로 돌아가게 된다.

[편의점 인간]을 보면 사람들이 얼마나 자신과 다른 것에 대해 이질감을 갖는지,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얼마나 우리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평범함을 가장'하며 살아가고 있을지

우리는 왜 다름에 대해서 이토록 인색한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소설이다.

내가 이 세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너무나 나와 비슷해 감정이입이 되었기 때문인데,

누군가는 나를 영혜처럼 속을 알 수 없는, 이상한 사람으로 여겼고, 누군가는 나를 매력적인 존재로,

누군가는 나를 그저 이해하지 못 했다..

다른 사람과 조금 달라보이는 나를 누군가는 흥미로운 눈으로, 누군가는 경계심이 있는 눈으로 바라보았으며,

그래서 나는 영혜처럼 정신병원에 넣어지기 전에 평범한 사람인척 가장했다.

그리고 나를 포장하면 포장할 수록 나는 더 공허해졌고 이제는 이러한 나의 모습도 조금씩 드러내려 하고 있다.

그리고 [살인자의 기억법]에 나오는 살인자처럼 나도 오랜 기간을 나를 참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좋은 사람'으로

여기고 또 무언가 많이 깨달았다고 여겼지만 가끔은 내가 무언가 크게 착각하는 것이 아닌가.

사실은 내 생각과 나의 진실은 많이 다를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줄곧 내가 피해자, 세상은 가해자 라고 여겼지만 이제와서 내가 어쩌면 그 누군가의 가해자였을지도 모른다고

인정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종종 착각을 한다.

모든 것을 '내 기준'으로 보고 종종 나는 좋은 사람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다른 이들도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편의점 인간]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주인공 여성이 자신의 일터, 편의점에서 계속 일을 해나가기 위해

평범함을 가장하는 장면인데, 주인공은 자신이 몸이 안 좋아서 다른 일은 구할 수 없으며,

남자친구를 사귀어 보지 않았다는 것을 숨기고, 같은 편의점 직원이 즐겨 입는 옷이나 신발 브랜드를 몰래

메모해서 그대로 따라하며, 나중엔 정상적인 여자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동거까지 하게 되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본성에 따라 편의점으로 돌아가게 되는 스토리가 역시나 나를 떠올리게 했다.

나도 직장을 다닐 때 평범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그들의 화제거리에 딱히 관심이 없어도 그들의 화제거리에

관심있는 척 했고 마찬가지로 관심없는 그들의 옷 브랜드 등에도 관심을 가지는 척 했다.

그들이 관심 가지는 많은 것들에 나는 관심이 없었으나 나는 소설 속 여성처럼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아무도 나를 더이상 침범하지 못 하도록 평범함을 가장했다.

그러한 가장은 대체적으로 성공했으나 그 가면은 날이 갈수록 두꺼워져

결국 나는 점점 더 공허해져만 갔다..

<화장>편 참고.
https://steemit.com/kr/@megaspore/93mkk

글을 써가면서 조금씩 나의 내면을 내보이고

이러한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그리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그러한 내면을 드러내놓지 못해

두꺼운 가면에 숨을 쉬지 못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이상한 사람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렇게 글을 쓰고 소통하면서 알게 되었고

그리고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 아닌가 혼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세상에는 평범함을 가장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고,

또 평범하지 않다고 해서 이상한 것은 아니다.

그저 우리의 개성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저 우리를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는 우리의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비밀은 우리를 지켜주는 보호막이 되줄 것이며,

우리의 비밀은 우리를 진정 아끼는 사람들에게만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나쁜 것은 아니나,

세상은 다르다는 것에 이질감을 느낀다.

그들은 알 수 없어 보이는, 미지의 세계처럼 보이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사실은 우리는 두려운 사람이 아닌데 알 수 없는 내면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이질감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를 필사적으로 본인들과 비슷한 사람으로 만들려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오프라의 말로 마무리를 짓고 싶다.

"실패는 언제나 찾아와요. 그런데 한가지만 유지하면 언제나 행복함을 유지할 수 있어요.

그것은 바로

최상위의, '진실한' 자신을 표현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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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을 인정한다는 것...

머리로는 이해하지만(100%로 다 이해하기는 힘들거예요..)
인정함으로써 본인이 감당해야할 부분도 있을거라 생각해요..

결혼을 해서 부부간의 문제는 더 그렇죠..

부부간은 어느 정도 다름도 인정하겠지만

일정부분 희생과 포기도 있지않은가요?

결혼 전에는 나와와이프만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처가와본가일로 인해 서로 다름을 알았지만

아직도 상대방을 진심으로 인정하지 않을 때도 있어요..

마지막 글 '진실한 자신을 표현하는 것'

이러면 정말 행복을 유지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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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제 생각은 어떤 책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는 겁니다.
좋으면 좋아서, 나쁘면 아 그런것은 나쁘구나 해서...
진실한 자신의 모습은 자신만의 유니크함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에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당신만의 독특함, 개성등에
피해의식도 또 꼭 평준화할 의무도 없지 싶습니다.
사람이 무지개빛을 다 갖고 있다고 해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그걸 다 보여주지 않아요.
이사람에게 빨강색의 나를
저사람에겐 보라색의 나를...
하지만 빨강도 나고 보라도 나예요.
단 상대에 따라 내보일 수 있는 편한 색깔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megaspore 님도 크게 이질감 드는 사람은 아닐겁니다.

Thanks for sharing :-) @megaspore I am following. Best of Luck !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저도 예전에는 책을 지루하거나 어려워도 그냥 완독 했었는데 요즘은 맘에드는 부분을 발췌해서 모아 놓고 있습니다. ^-^
팔로우 & 보팅 하고 갑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한다. 좋은 말씀입니다. 인생의 주인공은 각자의 자신이며, 나의내면속에 진실을 알아주고 같아주길 바라는등 , 오늘좀 어렵네요, ㅜㅜ 좋은하루 되셔요~~

인생의 주인공은 각자의 자신이라는 말씀이 참 좋습니다^^ 참 그게 정답인데 종종 잊어버리네요

참 어려운 일이죠 . 우리나라사람은 다수에서 벗어난 다른 소수로 살아가면 불안함을 더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 획일된 패션을 통해 드러난다고 해요 . 옷을 조금만 이상하게 입고 다니면 , 느껴지는 시선들 . 그 시선마저도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책을 완독하기란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도 책사는 것을 좋아해 종종 알라딘 서점에 가곤합니다. 하지만.... 읽지도 않은 책도 있어 양심의 가책(?)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쓰신 내용 중 한 문장이라도 건졌으면 된 것 아니냐라는 문구 덕분에 마음이 놓였네요 ㅎㅎ

맞아요! 한줄이라도 도움되는 것을 건졌다면 책값은 건졌다고 생각해요 ㅎㅎㅎ

그 사람은 자신의 모든 지식과 생각들을 그 한권에 압축해 넣었을텐데 우리가 한꺼번에 그 사람의 생각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은 좀 힘든 일 같아요~~

읽혀지면 읽혀지는대로 또 안 읽혀지면 안 읽혀지는대로
저도 이제는 편안한 마음으로 읽으려해요~~^^

남들과 다른 부분을 들키게 되면 평범하지 않은게 되고, 평범하지 않으면 배척당할까 두려워져서 애써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오프라윈프리의 말이 가슴이 확 꽂히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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