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in #kr9 years ago

짧은 두달여간의 직장생활을 끝내고
다시금 가정으로 돌아왔다.

하루종일 봐야하던 상사 눈치,
언제 여섯시가 되나
아침부터 시계만 바라보던 나날들.
진짜 나의 시간을 이렇게 버리는 대가로
시간당 돈을 쳐주는 구나 싶은 하루하루.

예전에 가정주부로 있었을 때는
참으로 마음이 답답했다.
나도 무언가 나의 가치를 발휘하고 싶은데,
현실의 나는 항상 청소 걱정, 밥 걱정.
밥 먹으려고 사는건가
청소 빨래 하려고 사는건가
무언가 가치있는 것을 찾아야 하지 않나 하며
남편이 그토록 스트레스 받는 직장생활을
열심히 하는 와중에 나는 집에서 그런
쓸데없는 방황을 했었더랬다.
남편한테 미안하고 무지 고맙다.

직장마다 다르겠지만 짧았던 이번 직장생활은
노예와 다름없었다...
(노예라고 하지만 나름 본인이 갑이라고 자부하는 상사한테도 대들고...
직장생활 중 내가 한 것 중에 가장 뿌듯한 일이다.ㅋㅋ
나는 가끔 현실과 어릴 적 도덕책에
나왔던 것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현실은 남들이 하지 말라는 것을 결국 해봤을 때 쾌감을 느끼고 남들이 하라는 것을 따라했을 때 무언가 계속 답답하고 공허하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도덕책은 아마도 지도자들이 국민들 말 잘 듣게 하기 위해 만들어낸 노예
지침서인지도 모르겠다..)

어찌됐건
출근 마지막날,
마침 한 홍콩 여동료의 결혼식에 참가하는 것으로 나는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려 했는데 신랑과 함께 동료의 결혼식에 참가해
사람들에게 신랑을 소개시키고
남편은 우리 회사에서 술이 센 과장님과
주거니 받거니 하더니
어느새 술이 약한 남편은
곤드레 만드레가 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신랑이 그저 업(?)된 상태로
남한테 피해주지는 않는 정도로
취해 있길래 나는 또 콩깍지라 그런 신랑이
귀엽다고 생각하며 ㅋㅋ
(막 자리에 앉아서 혼자 흥얼거리며 공중에서 피아노를 치질 않나..)
그닥 만류를 하질 않았는데 점점 시간이 갈 수록 심하게 취해가는 신랑을 보며 (과장님을 끌고 앞에 가서 둘이 노래 부르자고 하질 않나)
이제 집에 가야할 시간이라고 여겨
민폐 끼치기 직전인 신랑을 끌고
결혼식장을 유유히 나왔다.
(나를 노예처럼 느끼게 했던 직장 상사는 우리 신랑의 취한 모습을 보고 계속 표정이 굳어 있었다.. 그 상사는 모든 매뉴얼대로 정석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인데 우리 신랑의
취한 모습을 보고 얼마나 자기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었겠는가.. 하지만 난 그 상사를 더 이해할 수 없다..)

암튼 그러고 며칠이 지난 오늘,
신부였던 동료에게서 문자가 왔다.

결혼식을 했던 호텔 측에서
술이 두병 없어졌는데
우리 신랑이 집에 가져가는 것을
봤다는 것이다......!!

나는 그 문자를 보고 너무 황당해
아니 내가 신랑이랑 집에 같이 갔는데
설마 내가 가져가게 냅뒀겠느냐
너희도 우리 신랑이 집에 가는 모습
다 보지 않았느냐
아니 술을 왜 집으로 가져가냐
아니 오해를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하며
답장을 보냈다.

그 동료는 너희 신랑이 술에 취한 것은
자기가 봤지만 술 가져가지 않았을 것으로
믿는다며.... 그렇지만 호텔측에서 그렇게 말하니 나도 확인측에서 물어본 것이라며..
아니면 됐다며 안심하라고 한다 ..,ㅡㅡ;

생각해보니
호텔측에서 와인을 계속 제공했는데
와인을 과장님과 주거니 받거니 하던 신랑은 술이 어느정도 오르자 홀로 어디를 가더니
위스키가 있다며 위스키를 가져왔었다..
그 위스키는 얼마 남지 않았던 거라 금방 다
마셔버리고 또 어디론가 가더니
또 다른 위스키를 가져왔다..
와인과 위스키를 섞어마신 신랑은 그렇게
곤드레 만드레가 되었는데..

동료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다던 그 술 두병은 아마도 출처가 그렇게 된 것 같다.. 홀로 어딜 가서 가져온 그 두병일게다...

하지만 집에 가져간건 아니었는데...
집에 가져간 걸 본 사람이 있다고 말하니 굉장히 억울하다..ㅋㅋ

나는 동료에게
집에 왜 술을 가져가.
술이 없어졌다면 아마 다른 사람(우리 신랑)이 두병을 다 결혼식장에서 마신 거겠지..
라고 대답했고 그 동료는 마지못해
아마도 그런 것 같아.....하하
하며 문자로 억지 웃음을 보냈다..

암튼 나는 그 문자를 받기 전에
노예같았던 직장생활을 마치고
따뜻한 햇살 아래서 나의 사랑스러운 보물과 '꿀'같은 산책을 하던 중이었다.
이런 일상이 바로 행복이지~ 음~ 하며
행복을 음미 중이었는데..

그 문자를 보는 순간 나의 얼굴은 굳어지고
갑자기 기분이 확 나빠졌다 ..,ㅡㅡ;

나는 그 동료를 위해서 퇴사를 한 마당에
굳이 참석하고 싶지도 않은 결혼식을
참석해준건데..... 비록 예상치 못하게
술이 약한 신랑이 민폐를 끼칠 뻔했지만
민폐를 끼치기 직전에 나는 데리고 나왔고
나는 동료에게 결혼식에 가겠다고 한 약속을
지켰더랬다.
그런데 결국은 술 도둑으로 오인을 받다니.....

음... 차라리 신랑이라도 곤드레 만드레 취해 혼자 공중에서 피아노 치고 나름 신랑 혼자라도 그날 즐겼던 것이 얼마나 다행이던지...

신랑도 나도 즐기지 못했는데 이런 오해마저 받았다면 진짜 억울하고 분통이 터질 뻔 했다..헌데 신랑이 그날 흥에 취해 충분히 즐긴 것을 나는 보았기에 (ㅋㅋ)
나는 그나마 억울해지려 한 마음을 워워 하며 다잡았다.

글쎄~
생각해보면 대학원 다닐 때 학교 편의점에서 나는 신문을 돈을 주고 샀고 나가려던 참,
'거기~ 돈 안 냈잖아~' 라고 당당하게
나를 손짓하던 편의점 아저씨 직원말에
그때도 바로 표정이 굳어지며..
돈 냈어요...........라고 했던 나...

또 가끔 옷가게에 가면
이유없이 삑 소리 나서 '저기 잠깐만요~' 하고 제지 당했던 경우는 대부분 많이 있을 것이다.

오해라는 것은
진실과는 무관하게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이번에는 무관하진 않았다..술을 가져온 건 사실이었다 ㅜㅜ ㅋㅋ)

암튼 세상을 살면서
나의 뜻과 다르게
나의 의도와 다르게
내가 나쁜 사람처럼 오해 받고
나의 의도를 다른 뜻으로 비꼬아서
해석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간혹 가다가는 나는 좋은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닌데 좋은 뜻으로 혼자 해석하여 나를 좋은 사람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 라는 것이 좀 일리가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번에 느낀 것은
그게 사실이 아니라면
아무리 오해를 받아도 인간이니까
살짝 기분이 상할 수는 있어도
그것에 내가 좌지우지 당할 정도로 흔들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 스스로
나는 못 났어.
혹은
남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사실
형편없는 사람이야.
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남들의 그냥 지나가듯 나를 비난하는
작은 한마디에도
나의 뿌리는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
그러면서 민감해진다.

내가 못나긴 뭐 못 났어!!!
그러는 너가 더 못 났지!!!
라며 엄청 민감해하며 엄청 반발하게 된다..

자존감이 굳건한 사람들은
남들의 비난에도 잠시 휘청할 수는 있어도
뿌리가 흔들리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의 말이
사실이 아닌 것을 본인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말 중에서 진실이라고 여기는 것은

그래 그건 정말 맞아.
나는 그런 단점이 있어.
고치려고 하는데 잘 안 되네. 하며
순순히 수긍한다.

절대,

내가 무슨 단점이 있어!!
너가 단점이 더 많아!!!!!
라며 눈에 쌍심지 켜지 않는다...

우리는 살면서 별의별일 다 겪을 수 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 안에 우리는 같이 모여 살고 있다.

이런 일 저런일
이런 오해 저런 오해
이런 비난 저런 비난

모두 살면서 피할 수 없다.

뭐 백프로 피할 수 있다고
백프로 피하는게 좋을지도 확실치 않다.

나름 그런건 인생의 양념이라고도 생각된다.
인생에서 다들 나를 좋아하는 사람,
너무 행복만 있으면
그 행복은 또 일상이 되어버리니까.

내가 노예 생활에서 벗어나
예전의 그 일상으로 돌아왔을때
그 일상이 꿀같은 행복으로 변했듯이.

어느정도의 나를 향한 비난,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 나를 향한 오해들도
인생의 양념으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내가 다시금 느낄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면 좋을 것이다.

그냥 물 흐르듯이.

유유히~

파도가 밀려왔다가도
물은 다시금 고요해지듯이

우리 인생에 파도가 밀려와도

우리의 마음은 다시금 고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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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생각이 드네요 ^^ 아무튼.. 행복한 가정생활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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