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른다...

in #kr7 years ago (edited)

나는 홍콩에서 중국어 교육 석사 학위를 받았는데
딱히 공부에 열정이 있어서 시작한게 아니라
(절대 노력형이 아님)
학교를 다니면 학교 다니는 동안 비자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에 그래서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다행히도 결과적으로 졸업은 했지만 역시나 자존감이 낮은 나로서 온통 중국인인, 나 혼자 외국인인 그 환경에서 나는 수업을 그닥 잘 따라가지 못 했고 2학기가 끝난 무렵엔
학교에서 참으로 친절하게도 경고문을 집에까지 보내주더라..(귀하는 지금 이 성적으로는 졸업할 수가 없으므로 더욱 더 분발하기 바랍니다..)

첫 학기 때는 첫 학기라 더 긴장해서 나름 수업에 따라가려고 했고 또 좋은 중국 친구를 알게 되어 그 친구 도움을 많이 받아 겨우겨우 경고 수준은 면했는데,
2학기 때는 그 친구가 졸업을 해버려 나는 다른 마음에 맞는 친구를 만나지 못 하고 딱히 친화력도 있는 것도 아니라
혼자 겉돌며 수업도 종종 빠지고 수업 시간엔 딴 생각 혹은 핸드폰이나 쳐다보는 한심한 학교 생활을 하다 보니
2학기 성적은 정말로 말 그대로 犬판...

3학기가 마지막 학기였는데 집에 경고문까지 날라온 터라
이번에도 전 학기처럼 그딴 식으로 했다가는 정말 졸업을
못 하겠다는 생각에 아무리 무기력한 나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좋은 성적으로 장학금까진 못 받아도 최소한 졸업은
해야 할 것 아닌가.
가족들, 주위 사람들 다 내가 언제 졸업하는 거 아는데
성적이 안 돼 졸업 못 한다는 말을 어떻게 전할 것인가.

휴, 그 생각을 하니 정신이 번쩍.

마지막 학기는 전 학기처럼 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진짜 수업 시간에도 집중하고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은
내가 말귀를 잘 못 알아 들으니 혼자 도서관에서 교재를
사전을 찾아가며 단어 정리를 하고 줄을 긋고 내용을 이해
하고 외우려 노력.

마지막 학기에는 정말 아침부터 학교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하긴 했는데..

근데 원래부터 꾸준히 공부하던 스타일이 아니라
공부가 집중이 그리 쉽게 될리가 없었다 ㅠ.ㅠ

공부에 집중을 하려고 하면 할수록 자꾸만
부정적인 느낌이 온몸을 감돌고...

부정적인 생각에 온통 사로잡히다 보면 정말 그 도서관에
앉아 있는 시간이 그렇게 곤욕일 수가 없었다.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 부터 시작해서,
남들은 다 열심히 하는데 나만 왜 이모양인가
이런 식으로 또 혼자 자책 또 자책.

그러던 와중에
유튜브에서 윤홍식의 "대학생을 위한 몰입 학습법" 이라는 강연을 들었는데 그 강연을 듣고 그 방법대로 해봤는데
정말 효과가 있었다.

강연의 내용은 이를테면
컴퓨터를 오래 켜놓으면 느려지듯이
우리의 뇌 역시 자주 리셋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리셋을 해주면 그 뒤에 우리의 뇌의 작용이 빨라져
몰입도 한결 수월하다는 것이다.

뇌 리셋의 방법은 아주 간단한데

내 자신에게 "이름이 무엇인가?" 묻고
진심으로 "모른다"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 어디인가?" 하고 내 자신에게 묻고
진심으로 "모른다"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 몇시인가?"하고 묻고
"모른다"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

모른다.

일명 '모른다' 명상인데
참 어찌보면 황당한(?) 명상 방법일 수 있지만
(모른다고 한다고 모르게 되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해보니까 꽤 효과가 있었다.

우리는 자아 의식이 커서 언제 어디서나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라는 생각을 잊을수가 없는데
나의 이름은 무엇인지, 여기가 어디고 몇시인지 조차
순간적으로나마 정말 모른다고 (모른다고 진심으로 상상해야 한다) 생각할 수 있으면 우리의 뇌는 깨끗하게 리셋이 되는 것이다.

깨끗하게 리셋된 뇌는 몰입이 한결 수월하다.

암튼 이러한 방법으로 정말 괴로웠던 공부의 시작이
한결 수월하게 몰입의 시간으로 집입할 수 있었다.

서울대 황농문 교수의 '몰입,두번째 이야기'라는 책을
인상깊게 읽었는데,

여기에서 인상깊었던 구절은

'좋아하는 일을 함으로써 행복해지기보다
해야하는 일을 좋아함으로써 행복해지면 우리의 행복은
무한대가 된다'

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몰입의 방법은

우선 처음에는 쉬운 것부터 워밍업을 하고,
기억해야 할 중요한 것은
몰입의 시작 부분에서는 누구나 부정적인 감정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 자신을 계속 격려해주며
마음을 '편하게' 갖도록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 그 편한 마음이 몰입의 상태로 이끈다는 것이다.

일단 몰입의 상태로 들어가면
부정적인 감정이 사라지고, 그 일(혹은 공부)에 대해
오히려 재미까지 느끼게 되고 누가 중간에 그만하라고 하면
성질 날 정도로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나 또한 그 괴로웠던 대학원 공부 내용이
몰입의 상태로 들어가자 어?이게 알면 알수록 재밌네?
라고 (지금 생각하면 참 기특한)생각을 하고 정말 교재에
코를 박듯이 완전 집중해 그 공부의 세계로 빠져들었던
적이 나에게도 분명 있었더랬다..

(도서관에서 몰입의 상태에 들어갔는데 중간에 그닥 친하지
않은 과친구가 나의 집중을 방해하고 나에게 말을 걸면
(공부 잘돼?!) 그처럼 화가 날 수가 없었다...
(보면 모르냐..왜 물어..-_-+)
다시 몰입하려면 또 그만큼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왜 몰입이 필요한지 묻는다면,

물론 몰입을 하면 최대의 집중된 상태로 하기 때문에
그만큼의 성과를 얻는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나같은 경우는 내가 인생에서 꼭 필요한,
해야만 하는 일을 할 때
덜 부정적으로 그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몰입의 초반대에는 부정적인 감정이 온몸을 휩쓸지만
그 초반대만 지나면 그 뒤의 많은 시간을 부정적인 감정
없이 오히려 그 일에 대한 재미를 느끼며
(내가 왜 이 재밌는 걸 지금 시작했을까 싶을 정도로)
그 시간을 긍정적으로 보낼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 때문
일 것이다.

인생은 참으로 짧고도 짧은데
그 많은 시간을 어떤 성과를 위해 괴롭게만 보낸다면,
얼마나 낭비인가.
(괴로운 노력의 시간은 그토록 길고 달콤한 성취의 시간은 짧기에)

그러니 인생을 최대한 덜 부정적으로,
긍정적인 느낌으로 살면서 성과까지 덤으로 얻으려면

몰입은 진정 '필수'이다.

오늘 해야 할 일.
이왕이면 몰입해서 하면 어떨까.

'내 이름이 뭐지?"

"모른다.."

"여긴 어디지?"

"모른다.."

"지금 몇시지?"

"모른다.."

뇌를 자꾸 리셋 또 리셋하여
산뜻하게 좀 더 수월하게
몰입에 진입하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이왕이면 조금 더 즐겁게,
덜 부정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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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사람은 흔히들 이길수 없다고 하죠 ㅎㅎ

화이팅입니다!!

leecho님 화이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팀이 성공 할 가능성이 있는가? 모른다
스팀이 나에게 행복하게 해주는가? 맞다

맞아요!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일을 하는게 좋은거같아요! 결과도 중요하지만 역시 과정을 즐길수있는게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자아를 잊어버릴 정도로" 집중한다 ... !! 저도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

nps0132님~ 네~ 자아를 잊어버릴 정도로 !!
쉽지는 않겠지만 초반에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 자꾸 자신을 격려하고
나 지금 잘 하고 있어 하고 토닥토닥 해주면 정말 책에서 말한대로 편안한 감정이
몰입에 한결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같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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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학부생인데, 굉장히 흥미로운 명상법이네요 ㅎㅎ 저도 해봐야겠습니다!

lhamed님~~ 저도 해보니까 효과가 있더라구요^^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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