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연결

in #kr8 years ago

우리 아기는 15개월이 되었다.
아기는 발달단계에 따라
처음에 그냥 가만히 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 뒤에는 손으로 물건을 툭 치기,
손가락을 사용해 잡기,
잡히는대로 입으로 물고 빨아
사물을 느껴보기,

그 뒤에는 지금 단계인
물건과 어떠한 의미를 연결시키기
단계가 있다.

이전에는 그냥 이것은 물건이다 하고
무작정 느껴봤다면
지금은 그 물건의 쓰임새를
본인 스스로 추측해
다른 것과 연결시켜 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현대인의 필수품,
스마트폰.
(우리는 이제 스마트폰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조차 없다)

아기는 진작부터 아이폰의 밑에
동그라미 부분을 눌러야 한다는 걸 알고
시도때도 없이 동그라미를 누르는데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네모난 물건 (스마트폰)을
귀에 갖다댄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아기는 그걸 왜 귀에 갖다대는지는 모르지만
그 네모난 것을 귀에 갖다대고
무슨 알 수 없는 말을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귀에 갖다대던지 아님
동그라미를 누르던지 둘 중 하나다)

그래서 자기도 그 네모난 것을
귀에 갖다대고 자기도 아아 하는 소리를
내는데 (우리가 그걸 귀에 대고 무슨 말을
하는 것은 알지만 아직 따라할 수 없다)

그런데 아기는 항상 이렇게
물건과 제대로 된 용도를 연결시키기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네모진 것은 (교통카드 등) 무조건 귀에 대고
진지하게 아아 소리를 내며
화장품을 귀에 대고 아아 하고
심지어 열쇠도 귀에 대고 아아 한다.

뚜껑을 보면 이것은 어떠한 것을
덮는 거라는 걸 확실히 알았지만
그 뚜껑도 내 귀에 대주기도 한다.

아기를 보면 어른의 행동을 파악할 수 있는데
얼마나 핸드폰을 손에 놓지 않았으면
아기는 모든 것을 다 귀에 갖다대고 아아 한다.

이처럼 태어나서 얼마 안되서부터
어떠한 것과 어떠한 것을
제대로 연결시키기를 시도해보는데
그 연결은 맞는 것보다는
틀리는 것이 더 많다.
틀리고 틀리다보면 마침내 어느날
그것과 그것의 쓰임새를
제대로 연결시키기에 성공하는 것이다.

성인이 된 우리도 어떠한 것과 어떠한 의미를
연결시키기를 계속 시도한다.
하지만 아기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제대로 된 연결 시키기에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맞는 것보다는 틀린 것이 더 많다.

예를 들면,
우리는 여유를 게으름으로 연결시키고,
신중함을 소심함으로 연결시킨다.
편안함을 안일함으로 연결시키며,
안정을 지루함으로 연결시킨다.
도전은 두려움과 연결시키며
실패는 무능함과 연결시킨다.

아기는 지금
자신의 연결이 맞는 걸로 믿고 있다.
그래서 열심히 모든 걸 귀에 갖다댄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의 연결이 맞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열심히 자신을 채찍질한다.

하지만 그 연결이 과연 맞을지는 미지수다.
아기도 지금 엄청 진지하다.

우리도 엄청 진지하다.

우리는 지금 이런 방식으로
연결시키는데 익숙해져 있다.

앞으로 한번 우리의 연결 방식을
다른 방향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우리의 게으름을 여유로,
소심함을 신중함으로,
안정을 편안함으로,
도전을 설레임으로,
실패를 배움으로.

우리도 계속 연결시키기를 시도하다보면
언젠가 제대로 된 연결시키기에
성공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 모든 것을 귀에 갖다대는
아기일지도 모른다.

그게 정답인 것으로 굳게 믿으며.

엄청 진지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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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유를 게으름으로 연결시키고,
신중함을 소심함으로 연결시킨다.
편안함을 안일함으로 연결시키며,
안정을 지루함으로 연결시킨다.
도전은 두려움과 연결시키며
실패는 무능함과 연결시킨다.

우리는 지금 모든 것을 귀에 갖다대는
아기일지도 모른다.
그게 정답인 것으로 굳게 믿으며.
엄청 진지하게 말이다.

사실 내가 생각하는 '진리'는 그렇게 대단하지 않고, 위대하지 않죠. 아기와 별 다를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우리는 '고집'이 추가되서 연결고리를 다른 연결로 바꾸기 어렵다는 점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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