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 혹은 오만

in #kr8 years ago

아기를 키우고 시간이 없다보니 (사실은 게으르다보니) 가끔씩 필리핀 가사 도우미를 부릅니다.

지금까지 세 명의 가사 도우미가 왔었는데
다들 친절하고 근면 성실한 그런 분들이었어요.

홍콩에서 번 돈을 필리핀으로 보내 자식들은 좋은 교육을 시키려 하는 그런 헌신적인 엄마들이었어요.

한 60대인 가사 도우미분은 홍콩에서 20대부터 일을 해서 이제 퇴직할 준비를 하시는데 지붕이 튼튼한 집을 사는 것이 목표인데 곧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좋아하셨어요. (필리핀은 비가 많이 오는데 지붕이 튼튼하지 않은 집이 많아 비가 샌 적이 많다고 하셨어요)

암튼, 가끔씩 이렇게 필리핀 도우미분들과 만나게 되는데, 저는 그 분들을 대할 때 굉장히 조심스러워져요,

왜냐면, 그 분들은 홍콩이라는 곳에서는 대접을 받지 못하는 그런 직업을 가지신 분들이라 제가 혹시 말 실수나 어떤 행동에서 혹시 기분 나쁘실 수 있을지 모른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보다 더 조심스러워지고 말과 행동을 더 예의있게 하려고 하지요.

근데요.
첨엔 그게 제가 좋은 의도에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제가 그 분들을 맘 속으론 오히려 나보다 낮게 봐서 더 그렇게 조심스럽게 대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그 분들도 떳떳하게 본인들의 힘으로 열심히 돈 벌고 계시는 분들인데, 어찌보면 저 같은 홍콩에 사는 전업주부들도 하루종일 하는 일이 집 치우고 하는 일이잖아요. 일 적인 면에서는 우리랑 그 사람들이랑 다를 바가 없어요. 근데 우리는 돈을 안 받고 집안일을 하고 그 분들은 돈을 받고 집안일을 해준단 차이 뿐이지요.

그런데 제가 평소보다 더 오버스럽게 그 분들에게
친절을 베풀려고 하고 평소보다 훨씬 조심스러워졌던 것이 어쩌면 내 마음 속에서 그 분들을 낮게 본 마음이
있었기에 그랬던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그 분들을 저와 완전히 동등한 위치로 생각했다면 저는 오히려 평소와 똑같이 저의 다른 지인들을 대하듯이 편하게 대했겠지요. 그런데 마음 속으로 그 사람들은 나와 다르다. 위치가 낮은 사람들이니 내가 조심해서 대하지 않으면 그 사람들이 상처 받을 수도 있다. 이렇게 제 마음 속에서 저도 모르게 생각한게 아닌가 싶어요.

누군지 이름은 기억이 잘 안나지만
테드 강연에서 어떤 장애인
영국 코메디언이 한 말이 생각 났어요

그 분이 말씀하시길,
"우리는 특별대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동등하게 대해주길 원한다."

누군가가 나를 동정해서
나에게 친절을 베푼다면,
그걸 제가 알게 된다면
과연 제 기분은 어떨까요?

저의 의식에서는 그것이 친절에서
나의 선의에서 나온 행동이라 생각했는데

저의 무의식에서는 아마도
친절이 아닌 저의 오만에서 나온
행동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참,
사람이란..

저도 별거 없으면서

저도 모르게
친절을 빙자한
오만을 부리고 있었던 듯 싶습니다.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어야지
라는 생각보다는,

누군가도 나처럼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그 사람도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겠지

그렇게 생각한 뒤 나오는 행동은
아마도 그게 진정한
친절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우리는 모두 동등합니다.

기 죽을 필요도,
어깨에 힘 주고 다닐 필요도
없는 듯 해요.

우리 잘 살아봐요.

우린 다 소중해요.

모두 다 똑같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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