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기

나는 요즘도 어떤 사람이나
어떤 일을 경험할 때 아주 자주
불편함을 느낀다.

내가 편하게 느끼는 사람이나
편하게 느끼는 일은 아주 극히 적다.

자기 계발서를 보면 모두가
"좋아하는 일에 미쳐라." 라고 주장한다.
나 또한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하고
한번 뿐인 인생은
마땅히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과연 좋아하는 일은
처음 딱 볼때부터 이건 내가 좋아하는 일이야
혹은
이 사람은 내가 좋아할만한 사람이 아니야
라는 것을 알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나는 남자를 불편해한다.
어릴 적엔 아빠와 살지 않았고
아빠와 살고 부터는
사이가 안 좋은 부모님 때문에
아빠와는 서먹했고 남자 형제도 없어 그런지
여자는 편하지만 남자는 불편했다.

그래서 대학교를 들어가서도 몇년동안이나
남자친구는 커녕 친하게 지내는 친구도
다 여자였다.

그러던 내가 남자를,
그것도 우리 나라 사람이 아닌
남자를 좋아하게 되고 이 남자는 이제 유일한
그나마(?) 내가 제일 편해하는 남자가 되었다.
이 남자가 처음부터 좋았느냐.
절대 아니다.
딱 내가 싫어하는 스타일이었다.

나는 부드럽고 유머있어 나를 그나마
편하게 만들어주는 남자가 이상형이었는데
이 남자는 우리 나라 사람도 아니어서
원래 불편한데다가 유머라곤 없고
만나서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내 외모 지적 작렬, 내 영어실력 지적 작렬이고 만나서는 인상만 쓰고 자꾸 어디가 아프다고 한다 ㅡ_ㅡ;

내가 자신감이 없고 금방 상처를 받는
스타일인터라 잘난척하고
남을 깍아내리는 사람을
제일 꼴뵈기 싫어하는데
이 남자는 말만 하면 자꾸 나를 깍아내린다.
나 저 남자 싫어... 하고
다른 친구한테 얘기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그 남자는
내가 가장 편해하는 나와 일생을
함께 하는 남자가 되었다.
다시 태어나면 굳이 또 만나고 싶진 않지만
하늘도 무심하시어 나를 또 이 남자랑 만나게 하시면 뭐 그것도 그닥 나쁠 것 같지는
않을 정도다.
장족의 발전이다.

중국어를 시작한지 15년이 되었고
지금도 매일 중국어로 대화하고
중국땅에서 산다.
지금은 중국어는 참 매력있는 언어라고
생각한다.
한자의 생김새나 기원 등 자세히 살펴보면
한자 자체는 쓰기는 어려워도 나름
재미가 있다.
중국어 발음도 성조가 있어 까다로우나
성조가 있어 단조롭지 않고 말할 때 재밌다.

지금은 중국어를 좋아하지만
처음부터 좋아했느냐.
절대 아니다.
대학 1학년 초급 중국어에서
F를 받은 적도 있고 D도 수두룩.

지금은 영어를 안 좋아하지만
그때는 중국어를 하느니 차라리 영어를 하겠네 싶었다. 그래서 다른 전공으로 바꾸고 싶어
편입 준비를 했는데 사범대 편입을 모조리
실패하고 다른 언어 전공을 붙었는데
사범대가 아니라서 합격을 포기하고 그냥
중국 유학을 가게 되었다.

그런 연유로 지금의 그 잘난 척 하는 남자를
만나게 되었고 본의 아니게 이렇게 오랜 세월동안 중국어를 하게 되었고
그 싫던 사람과 그 싫던 언어가
이제는 가장 좋아하는 사람,
가장 좋아하는 언어가
되었다.

이제는 불편한 사람 불편한 일을 만나면
무조건 회피하려 하지 않고
불편한 것을 즐기려 한다.

불편할 때 느껴져 오는
불편한 몸의 느낌이 있는데
그냥 내가 또 불편해하는구나 하고
나를 가만히 지켜보려 한다.
가만히 불편해하는 나를 지켜보면서
그냥 그 순간을 받아들인다.

나는 말을 조리있게 잘 하지 못 한다.
사람과의 대화가 항상 어색하다.
잘 감추어서 티가 안 날지는 잘 모르겠으나
나 혼자서는 엄청 불편해하고 어색해한다.
그래서 혼자가 있는 시간이 좋지만
이젠 그 불편한 시간도 피하고 싶지 않다.

그냥 받아들인다.

할말이 없으면 그냥 어색하더라도
가만히 있거나 미소를 짓거나
따뜻한 눈빛을 보내거나 안부를 묻는다.

그런 나의 회피하는 행동들이
나를 옥죄어 온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가 피하는 것은 끈질기게 나를 따라온다.

받아들이면 나를 옥죄어 오던 것이
서서히 나를 놓아준다는 것을 느낀다.

아직도 갈 길이 멀었지만
이제는

옛날로 돌아가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