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의 밀접한 관계

in #kr8 years ago

홍콩은 여자가 살기 편한 나라라고들 한다.
한국 여자인 내가 보기에는 정말 그렇다.

우선, 외식문화가 발달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바쁜 직장인들 제외하고는
아침을 밖에서 먹는 것이 흔하지 않은데
홍콩은 나이 드신 분들도 아침을 밖에서 먹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초라하거나 이상한게 아니다.
그래서 꼭 주부의 집밥의 부담감이 한국만큼 크지 않다.

그리고 홍콩으로 일하러 오는 필리핀 혹은 인도네시아
가사 도우미(헬퍼)가 많아 한국에 비해서 인건비가 싸기 때문에
전업주부들도 입주 헬퍼를 두는 경우가 많아
아마도 그런 면에서 그런 말이 나온 것 같다.

나도 아침을 비롯,
종종 밖에서 식사를 하는데
그러다보니 단골집이 생긴다.
식당 카운터 홍콩 아줌마들이랑
안부를 전하는 사이가 되었다.
임신해서 배불러서도 그 메뉴를
먹고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또 그 메뉴
(생선까스와 에그스크램블과 토스트와 밀크티)
를 먹는다.

그 중 카운터 보시는 홍콩 한 아줌마와
유독 안부를 잘 나누고 친한 편인데
그 아줌마와는 나이 차이가 분명 있으나
내 마음 속에서는 마치 아는 친구를
대하는 것과 같다.
어른을 어려워하는 나로서는
쉽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게 왜일까 생각해보니
그 분을 대하는 내 몸의 '동작'과
내가 말하는 '언어'에
그 답이 있는 것 같다.

그 분을 만날 때는
여느 외국인과 인사할 때와
마찬가지로 손을 좌우로 흔들며
"헬로~(홍콩말론 네이호우~)"하면서 인사를 한다.
우리나라 아줌마와 인사할 때는
아무리 친해도 손을 좌우로 흔들며
인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언어다.
우리나라는 존댓말이 발달된 언어라
상대의 연령과 지위,또 사람간의 친분 관계에
따라 존댓말을 쓸지 안 쓸지,
극존칭을 쓸지 일반 존칭을 쓸지의
이 복잡한 머릿 속 계산이 우리는 상대를 본 순간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그토록 빠른 생일에, 한두살
많은 거에, 또한 지위 즉 상하관계에 집착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외국은 그런 존칭이 없으니
아무리 머리가 희끗한 분이라도
아이한테 하는 언어와 똑같은 존댓말이 없는 언어를
쓰니 대화를 하면서도 이 분은 나보다 어른이야.
나는 이분을 더 높게 대해드려야 해.
이런 생각을 쭉 하면서 대화를 하지 않으니
(우리 한국인들은 자기도 모르게 꾸준히 그런 생각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게 된다.
존댓말 속엔 어른을 공경하게 되는
장점과 그 사람과 거리를 두게 되는 단점이 공존한다)

마치 내 마음 속에서는 그 분의 나이와 상관없이
그는 나의 친구다.
그래서 그 분을 대할 때의 나의 표정과 마음은
한국 어른들을 대할 때와는 달리 한결 가볍고 편하다.

우리 나라에서처럼 존댓말과 또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인사법은 장단점이 다 있다.
상대를 공경하게 하지만,
또 그에 걸맞게 상대는 나와 같은 위치의
친구는 될 수 없다.

상대는 나보다 윗사람,
나는 연령 혹은 지위에서
그보다 아랫사람. 이라는 인식이
우리의 몸을 통해서,우리의 말을 통해서
계속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을 통해
우리는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관계에서라면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자기 표현도
이러한 우리의 몸과 말에서 이미 전해져오는
수직관계에서라면 하지 않게 된다.
예의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 결과 예의는 지킬지 몰라도
관계가 좀 더 깊게 진전되는 것은
아마도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한 심리학자의 테드 강연을 보니
우리가 십분만 가슴을 쫙 펴고 원더우먼과 같은
그런 자신감 넘치는 동작만 해도
그 동작에 걸맞는 자신감이 저절로 나온다고 한다.
나도 해봤지만 효과가 있었다.

우리의 허리를 굽히는 인사법은
상대를 우리보다 높은 사람으로 공경하는 데에는
탁월한 효과가 있겠지만
우리 동작으로 인해
자연스레 우리를 상대보다 낮추는
인식, 그와 거리를 두는 인식이
우리의 마음 속에 생기는 것이다.

그것은 그와 나와의 관계의 더 나은
진전을 방해할 수 있으며,
또 우리의 자유로운 자기 표현을
은연중에 막을 수도 있다.

존댓말과 우리의 인사법에
상대를 공경하게 되는 좋은 효과가
있다는 것은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 지나쳐
자기도 모르게 자기 표현을
억누르고 상대와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다.

우리가 상대의,
또한 나의 나이(나는 너보다 나이가 많아.
나는 벌써 나이가 이렇게 먹었어)나
지위(저 분은 높은 분이야)에
자기도 모르게 괜한 신경을 많이 썼었다면,

그것은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의 동작과 언어에서 자연스레
나왔던 그런 인식일 뿐이다.

나이 한두살에,
지위가 나보다 좀 더 높고 낮음에
집착하지 말자.

알고보면 그나 나나
크게 다를 바 없다.

우쭐댈 필요도,
굽신댈 필요도 없다.

우리는 알고보면

다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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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내가 저사람과 다를 바 없다. 어느부분에서 내가 좀 더 특출나듯이, 다른부분에선 부족할것이다. 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야겠지요.

아마도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문화때문이겠지요.
한국에서는 한국의 생활문화가 필요하고
다른 나라에서라면,
역시 다르겠지요.
행동은 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단지
"우쭐댈 필요도,
굽신댈 필요도 없다.우리는 알고보면
다 비슷하다."
좋은 의견입니다^^

살아가는 사회의 문화가 그 사람의 정신과 행동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어떤 문화든 다 장단점이 있으니 우리 스스로 갖고 싶은 점은 갖되 문화가 가져다준 우리가 갖고 싶지 않은 부분들은 스스로 개선해나갈 수도 있을것 같아요~~ 그것은 알고보면 우리의 신념에서 나온 행동이라기 보다 우리의 문화가 가져다준 것이니까요~~~

홍콩 한번 가보고 싶네요~^^

놀러오게 되면 미리 연락 주세요~~ 딤섬 쏘겠습니다^^

아까 보니 ned가 홍콩 갔더라고요 ㅎ sweetsssj 도 홍콩 사는 것 같던데요~

ned님이 홍콩 여행 오셨나보군요!! 반갑네요!! sweetsssj님도 홍콩 사신다니 더욱 반갑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뵈면 더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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