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인간사

in #kr8 years ago

우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분투한다.
인간의 본성 중 하나가 쉽게
만족되지 않는 면인 것 같다.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에서는
우리가 쉽게 만족하지 못하는 면을
가진 것이 생존을 위해서라고 하는데
(쉽게 만족해버리면 더 이상 노력하지 않아
결국 생존에 실패할 것이므로)

어찌됐건 우리는
쉽게 만족하지 못하는 본성을 타고났고
그래서 우리는 자신이 원하던
어느 위치에 올라가도 또 금새
공허함을 느끼고
또 그 위로 또 그 위로 올라가길 바라며
노력하고 경쟁하고 피땀을 흘린다.
그러면서 저 위에만 올라가면 나는
드디어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지금 직원이 열댓명인 홍콩 회사에서
일을 하는데 그 중 삼분의 일은 한국 사람이고
나머지는 홍콩 사람이다.

나는 회사를 들어간지 얼마 안 됐지만
지내다보니 윗 분들의 스타일과 그 분들
나름대로의 고충, 또 동료들의 관계도
(누구랑 누구가 사이가 좋고 누구는 아웃사이더고 등등) 이 이제 눈에 보이는데
자세히 지켜보면
이게 바로 인간사인가 싶다.

과장님은 항상 사장님한테 깨지시는데
사장님은 과장은 하라는 것도 제대로
안 한다며 매일 울화통이시다.

과장님은 집에 아기가 있는데도
매일 야근으로 집에 늦게 들어가시니
집에서도 깨지고 회사오면 또 깨지신다.
과장님은 사장님이 한말 또 하고 또 하고
차라리 잔소리 듣는 시간에 일을 빨리 하고
가고 싶은데 자기가 화풀이 대상 같다 하신다.

나는 차장님한테 종종 깨지는데
내가 워낙 느긋한 성격이라 뭘 시키면 한참 기다려도 결과가 나오지 않고
화장실을 가도 감감무소식이니
나를 보며 울화통이 터지시는 듯 하다.

나는 또 나 나름대로 회사에 적응한다고 하고
밤 열시까지 야근하며 계속 일에 적응하는데도 일 빨리 못 한다며 한소리 들어야 하는
상황이 썩 탐탁치는 않다.

홍콩 여자 동료들 사이에서는 이미
친한 그룹과 은근 아웃사이더가 이미
형성이 되었는데 친한 그룹은 나한테 몰래
쟤는 예의가 없다며 너도 그걸 느꼈냐고 해서
나는 같이 얘기해볼 기회가 없어 모르겠다고 했다.

은근 아웃사이더인 홍콩 여동료는
다른 여동료들이 자신을 안 좋아해서 그런지
항상 걸을 때도 아래만 보고 걷고
자신이 없어 보이지만 고객과 통화할 때는
천진한 웃음을 짓는다.
원래 저렇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구나 싶다.
그 아웃사이더 동료를 보면 안타깝지만
내가 마땅히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냥 화장실 가던 길에 우연히 만났길래
너는 어쩌면 그렇게 피부가 좋냐고 칭찬해주었더니 기분 좋아하는 눈치였다.
나는 이 정도밖에 해줄 수가 없다.

홍콩 남자동료들 사이에서도 역시
친한 그룹과 아웃사이더 동료가 있었다.
그 아웃사이더 동료는 결국 한달 일하고
버티질 못하고 점심시간에 밥 먹으러
가는 것처럼 하고 알고보니 과장님 책상에
몰래 사직서를 놓고 갔다.

딴 남자 동료들 말로는 그 사직서 내고 간
동료가 일을 하나도 안했다며 진짜 별로라고 했는데나는 그를 엘리베이터에서 만나고
회식할 때잠시 얘기했었지만 딱히 나쁜 사람 같진 않았다.

아웃사이더를 보면 쉽게 사람들 사이에
융화되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안타깝다.
그러나 역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인간사가 참 이렇다.
각자의 입장을 들어보면 다 이해가 된다.
사장님 입장을 들어보면 사장님이 이해되고
과장님 입장을 들어보면 과장님이 이해된다.

누가 딱히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다 자기 입장에서 보면
자기 나름의 이유가 있다.

내가 이 모든 사람들이 이해되는 이유는
나는 특정한 지위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한 지위를 갖게 되면
그만큼 많이 가지면
남들을 보는 눈이
그만큼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자신의 가진 지위가
상대를 그대로 바라보는 것을 막는다.
특히나 자기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된다.
혹은 지위를 가졌으면 그만큼 의무도
커지기 때문에 그 의무를 행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더 압박하거나
더 날카로운 눈으로 쳐다볼 수 밖에 없다.

내가 만약 돈이 많다면
나는 내 주위에 있는 사람이
과연 내 돈을 보고 남아 있는 것인가
진정한 친구인가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
내가 처한 상황이 상대를 올바로 볼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많은 것을 가지는 것이 과연 우리를 위해
좋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뭐, 많은 것을 이미 가졌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다.
가진 것을 굳이 다 버리고 홀로
산중에 들어가 산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 내가 가진 것이 많이 없어도,
나의 지위가 낮아도
그만큼의 이득도 있다는 사실만큼은
기억했으면 좋겠다.

많은 것을 가지면
그만큼 나는 있는 그대로 보기가 힘들다.

다 장단점이 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단 한가지,

자유롭고 싶을 뿐이다.

모든 편견과 나만의 감옥에서
탈출하고 싶을 뿐이다.

그 외에는 나한테는 다 부수적이다.

세상 일,

모두 장단점이 있다.

Sort:  

공감되는 이야기이네요, 힘든 일상 보내시느라 수고하셨고, 좋은 글 읽고 갑니다^^

많은 것을 가지면
그만큼 나는 있는 그대로 보기가 힘들다.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알기 힘든 거 같네요ㅎㅎ 관조적인 분이신가봐요, 행복의 기원은 저도 봤는데 책을 참 재미있고 쉽게 쓰셨더라구요
암튼.. 저 또한 내가 만든 감옥에서 탈출하고 싶습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19
TRX 0.16
JST 0.029
BTC 63491.17
ETH 2618.75
USDT 1.00
SBD 2.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