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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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 하자

현실과 동떨어진 시대나 장소를 배경으로 할 땐 그 세계관을 잘 설명하는 것이 필수다. 우리가 역사공부를 했다고 해도 사극에는 그 시대와 장소의 문화를 설명하는 장면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라면 계급이나 성별의 차이로 발생하는 갈등을 보여주는 씬같은 것을 보여줌으로써 시대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대화가 귀에 쏙쏙 들어와야 한다. 현학적으로 이야기하거나 뜬금없이 비유를 하거나 은유가 담긴 대사를 한다고 해서 철학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쉬운 말로 해도 알아듣기 어려운 게 철학이다. 물론 철학 알지도 못하지만 적어도 철학을 영화로 풀고 싶다면 그래야 한다. PK같은 영화는 종교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중학생 수준에서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세계관 이야기를 인랑에 대입해보면 내레이션으로 세계관 설명을 퉁치려고 한다. 학창시절을 떠올려보자. 선생님이 아무리 설명해도 직접 문제를 풀어보지 않으면 와닿지 않는다. 그런데 인랑은 방대한 세계관을 보여주려 하면서 이걸 발음도 발성도 안 좋은 분이 내레이션을 한다. 세계관을 전달하는데에 최악의 조건이다. 이입은 커녕 이해도 어렵다.

(아래는 네이버에 나와 있는 줄거리)
남북한 정부가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강대국의 경제 제재가 이어지고, 민생이 악화되는 등 지옥 같은 시간이 이어지고 있는 혼돈의 2029년. 통일에 반대하는 반정부 무장테러단체 ‘섹트’가 등장하자 ‘섹트’를 진압하기 위해 설립된 대통령 직속의 새로운 경찰조직 ‘특기대’가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한다. 이에 입지가 줄어든 정보기관 ‘공안부’는 ‘특기대’를 말살할 음모를 꾸민다. 절대 권력기관 간의 피비린내 나는 암투 사이, ‘특기대’ 내 비밀조직 ‘인랑’에 대한 소문이 떠도는데… 늑대로 불린 인간병기 '인랑'(심지어 문장을 끝내지도 않았네)

줄거리만 보면 통일한국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갈등을 다룰 것 같다. 영화는 이런 세계관과는 전혀 관계없이 진행된다. ‘섹트’와 ‘특기대’와 ‘공안부’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처럼 줄거리를 써놨지만 결국 제일 심도있게 다룬 것은 강동원과 한효주의 러브라인이었다. 한국영화는 언제쯤 러브라인 없는 영화를 만들까.

철학적인 이야기를 잘 했느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대사가 철학 비슷한 느낌을 주려고 노력한 것 같았지만 어색함만 가중시켰다. 대사들이 문어체를 넘어서 거의 시 같았다. 부정적인 의미로. 시를 읽는 거면 다시 읽고 곱씹어서 그 맛을 즐길텐데 이 영화의 장르는 SF, 액션이다. 그럴 시간 없이 빠르게 진행해야 하는 영화다. 그런데 대사가 당최 와닿지를 않는다. 뜬금없이 빨간망토 이야기를 일러스트로 풀어내는데 그냥 초반에 죽은 소녀가 빨간 망토를 하고 있었다는 것과 정우성이 강동원을 ‘인간의 탈을 쓴 늑대’라고 지칭하는 것 말고는 저 이야기와 접촉점은 없다.

전체적으로 겉멋만 잔뜩 든 느낌을 준다. 강동원의 연기도, 한효주의 연기도 그렇다. 우울하고 심각한 연기를 하는데 중2병 같다고 느꼈다. 2편이라도 찍었다가는 흑염룡이 깨어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액션이든, SF든, 하다못해 멜로든 제발 하나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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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에 강동원이 잘생기긴 했네요.
보는사람이 없는건 다 이유가 있었군요
추석때 나오면 그때 봐야겠어요 ㅎㅎ

강동원과 정우성 잘생기고 한효주는 예쁜데 영화는 망했죠 ..

영화관 가서 볼 생각도 없었지만... 저도 명절때를 봐야겠네요^^

명절에도 시간 없으시면 안 보셔도 됩니다ㅋㅋ시간이 아까울지도 몰라요 !

일단 2029년까지도 통일인 안되었다는 설정이 마음에 안드는군요.^^ 강동원은 잘 생기긴 했습니다.

  ·  last year (edited)

강동원이 잘생겨서 개연성은 개나주고 갑자기 갑옷 가면을 벗어요. 얼굴 보여줘야 해서. 정우성이랑 같이 ..

현실과 동떨어진 시대나 장소를 배경으로 할 땐 그 세계관을 잘 설명하는 것이 필수다. 우리가 역사공부를 했다고 해도 사극에는 그 시대와 장소의 문화를 설명하는 장면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라면 계급이나 성별의 차이로 발생하는 갈등을 보여주는 씬같은 것을 보여줌으로써 시대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특히 이 부분은 저와 영화를 보는 관점이 같으시군요! 디제시스는 언제나 중요하죠. 좋지 않은 영화도 그 나쁜 점을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떤 점에선 유익한 것 같습니다 :)

요즘은 너무 재미 없는 영화를 많이 봐서 좋은 영화에 목 말라요 ㅠㅠ ㅋㅋ

이오스 계정이 없다면 마나마인에서 만든 계정생성툴을 사용해보는건 어떨까요?
https://steemit.com/kr/@virus707/2uepul

너무 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애니를 보았습니다. ^^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