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의 리더십 : 카밀루스 (9)
☐ 이기는 리더, 승리하는 리더십
- 위기 극복의 리더십 : 카밀루스 (9)
수도 이전, 즉 천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의 체제와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사였다.
카밀루스가 거의 무혈로 정복한 베이이는 로마와 달리 갈리아인들의 침략으로부터 전화를 입지 않았다. 대중선동에 능한 자들이 이 사실을 주목하지 않을 리 없었다. 선동가들은 카밀루스 개인의 야망과 명성을 높여주기 위해 로마인들이 단체로 힘들게 삽질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베이이로 천도하자고 떠들었다. 선동가들은 카밀루스가 로물루스를 제치고 로마의 창건자가 되려는 야심이 있다는 비난 역시 보탰다.
이번에는 원로원이 카밀루스를 도울 차례였다. 원로원은 또다시 낙향하려는 카밀루스를 만류하면서 그가 1년 동안 더 독재관으로 재임하도록 명령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카밀루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원로원의 활약이 더욱 빛난 것은 회의장이 아닌 길거리에서였다. 원로원 의원들은 가두로 나가 시민들을 붙잡고는 로마는 조상들의 무덤이 있는 유서 깊은 땅이자 수많은 신전과 성소들이 있는 거룩한 곳이라고 이야기하며 로마에 머물 것을 일일이 설득했다. 그들은 하늘이 내려준 것 같은 몇 가지 징조들을 로마를 지켜야만 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첫째는 카피톨리움을 재건하려고 새롭게 주춧돌을 놓을 때 사람의 머리통이 발견된 일이었다. 원로원 의원들은 잘려나간 지 얼마 안 되는 이 머리통이 로마가 이탈리아 반도 전체의 우두머리가 될 조짐이라고 해석했다.
둘째는 베스타 신전의 여사제들이 성화를 재점화한 일이었다. 의원들은 성화가 한 번 더 꺼지면 로마는 영원히 야만인들의 놀이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로원 의원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소리들만 일방적으로 상의하달 식으로 늘어놓은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민중의 이야기를 낮은 자세로 경청하며 시민들과 애환을 함께하려고 노력했다.
공은 다시 원로원으로 넘어왔다. 카밀루스가 연단에 섰다. 그는 고향을 버려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여러 사람이 이어가며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고, 상정된 안건에 대해 관례상 제일 먼저 표를 던지게 되어 있는 루키우스 루크레티우스도 드디어 발언할 차례가 되었다. 루크레티우스가 막 발언을 시작하려는 찰나 회의장 바깥으로부터 한 백인대장의 목소리가 우연히 들려왔다. 그는 의사당을 경비하는 보초병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이봐, 바로 거기에 깃발을 꽂으라고!”
그는 앞장서 걷고 있던 병사에게 땅에 무엇인가를 표시하기 위해 깃발을 꽂으라고 명령한 참이었는데, 수도 이전이라는 나라의 운명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를 결정해야만 하는 원로원 의원들에게 이 백인대장의 목소리는 신의 음성처럼 받아들여졌다. 루크레티우스를 필두로 대부분의 의원들이 로마에 남는 쪽으로 투표를 했고, 그러자 천도로 쏠리던 민심이 놀랍게도 로마 잔류 쪽으로 급선회했다.
시민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건만 일제히 길을 닦고, 집들을 짓기 시작했다.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며 진행된 자발적 공사였으므로 중앙의 통제나 계획 같은 것은 없었다. 따라서 도시는 좁은 골목과 미로 같은 건물로 가득 찼다. 건물과 도로 공사가 얼추 완성되자 마지막으로 도시를 둘러싼 성벽을 쌓았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늘도 로마 재건에 축복의 뜻을 전했다. 갈리아인들에게 파괴된 마르스 신전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옛날에 로물루스가 새들이 비행하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점을 칠 때 사용했던 지팡이가 발견된 것이다. 주변이 온통 잿더미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리투우스라 불린 이 오래된 지팡이만은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리투우스가 멀쩡하게 모습을 드러낸 일을 로마가 영원한 안정을 누릴 것임을 예고하는 희망적 징조라고 해석했다. 자작극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으나 이때의 로마인들은 우직함을 넘어 바보스럽다고 할 만큼의 긍정과 낙관의 힘으로 이 미증유의 국난을 이겨내야만 했다.
- 위기 극복의 리더십 : 카밀루스 (9)
수도 이전, 즉 천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의 체제와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사였다.
카밀루스가 거의 무혈로 정복한 베이이는 로마와 달리 갈리아인들의 침략으로부터 전화를 입지 않았다. 대중선동에 능한 자들이 이 사실을 주목하지 않을 리 없었다. 선동가들은 카밀루스 개인의 야망과 명성을 높여주기 위해 로마인들이 단체로 힘들게 삽질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베이이로 천도하자고 떠들었다. 선동가들은 카밀루스가 로물루스를 제치고 로마의 창건자가 되려는 야심이 있다는 비난 역시 보탰다.
이번에는 원로원이 카밀루스를 도울 차례였다. 원로원은 또다시 낙향하려는 카밀루스를 만류하면서 그가 1년 동안 더 독재관으로 재임하도록 명령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카밀루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원로원의 활약이 더욱 빛난 것은 회의장이 아닌 길거리에서였다. 원로원 의원들은 가두로 나가 시민들을 붙잡고는 로마는 조상들의 무덤이 있는 유서 깊은 땅이자 수많은 신전과 성소들이 있는 거룩한 곳이라고 이야기하며 로마에 머물 것을 일일이 설득했다. 그들은 하늘이 내려준 것 같은 몇 가지 징조들을 로마를 지켜야만 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첫째는 카피톨리움을 재건하려고 새롭게 주춧돌을 놓을 때 사람의 머리통이 발견된 일이었다. 원로원 의원들은 잘려나간 지 얼마 안 되는 이 머리통이 로마가 이탈리아 반도 전체의 우두머리가 될 조짐이라고 해석했다.
둘째는 베스타 신전의 여사제들이 성화를 재점화한 일이었다. 의원들은 성화가 한 번 더 꺼지면 로마는 영원히 야만인들의 놀이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로원 의원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소리들만 일방적으로 상의하달 식으로 늘어놓은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민중의 이야기를 낮은 자세로 경청하며 시민들과 애환을 함께하려고 노력했다.
공은 다시 원로원으로 넘어왔다. 카밀루스가 연단에 섰다. 그는 고향을 버려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여러 사람이 이어가며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고, 상정된 안건에 대해 관례상 제일 먼저 표를 던지게 되어 있는 루키우스 루크레티우스도 드디어 발언할 차례가 되었다. 루크레티우스가 막 발언을 시작하려는 찰나 회의장 바깥으로부터 한 백인대장의 목소리가 우연히 들려왔다. 그는 의사당을 경비하는 보초병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이봐, 바로 거기에 깃발을 꽂으라고!”
그는 앞장서 걷고 있던 병사에게 땅에 무엇인가를 표시하기 위해 깃발을 꽂으라고 명령한 참이었는데, 수도 이전이라는 나라의 운명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를 결정해야만 하는 원로원 의원들에게 이 백인대장의 목소리는 신의 음성처럼 받아들여졌다. 루크레티우스를 필두로 대부분의 의원들이 로마에 남는 쪽으로 투표를 했고, 그러자 천도로 쏠리던 민심이 놀랍게도 로마 잔류 쪽으로 급선회했다.
시민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건만 일제히 길을 닦고, 집들을 짓기 시작했다.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며 진행된 자발적 공사였으므로 중앙의 통제나 계획 같은 것은 없었다. 따라서 도시는 좁은 골목과 미로 같은 건물로 가득 찼다. 건물과 도로 공사가 얼추 완성되자 마지막으로 도시를 둘러싼 성벽을 쌓았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늘도 로마 재건에 축복의 뜻을 전했다. 갈리아인들에게 파괴된 마르스 신전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옛날에 로물루스가 새들이 비행하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점을 칠 때 사용했던 지팡이가 발견된 것이다. 주변이 온통 잿더미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리투우스라 불린 이 오래된 지팡이만은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리투우스가 멀쩡하게 모습을 드러낸 일을 로마가 영원한 안정을 누릴 것임을 예고하는 희망적 징조라고 해석했다. 자작극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으나 이때의 로마인들은 우직함을 넘어 바보스럽다고 할 만큼의 긍정과 낙관의 힘으로 이 미증유의 국난을 이겨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