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이야기] 11. 싼게 비지떡? SSD를 통해 보는 좋은 부품 고르기 (18.09.20)

in #kr6 years ago

소비자 입장에서 물건을 고를 때는 가격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지갑 사정이 좋지 못할 때는 정말 꼭 사야 할 브랜드의 제품이 아니라면 가격이 제품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치죠.

치열한 가격 경쟁을 하고 있는 PC 부품 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많고 이슈가 끊이지 않는 부분이 파워와 SSD입니다.
아무래도 다른 부품에 비해 시장에 뛰어든 업체들이 많고 소비자가 제품 간의 우위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고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격이 미치는 영향이 다른 부품들보다 크고 이로 인해 저가 부품으로 인한 피해 역시 크죠.

이번 포스팅에서는 최근 SSD 시장의 이슈들을 통해 과연 저가 경쟁이 소비자에게 유리한지 그 효용성을 따져 보겠습니다.


'WD Green SSD 속도 이슈 , 이유는?'

HDD 시절부터 대표적인 저장 장치 생산 기업으로 이름을 날린 WD(웨스턴 디지털 , 보통 국내 유저들은 '서부 전자'라는 애칭으로 부릅니다.)는 역시 저장 장치 시장에서 이름을 날리던 샌디스크 사의 SSD 사업부를 인수하며 시장에 뒤늦게 뛰어듭니다.
당시 시장은 고급 제품은 삼성이 , 중저가 시장은 샌디스크가 이름을 날리던 시절인데 WD는 이러한 시장 장악력을 고스란히 가져오고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를 더해 빠른 속도로 성장합니다.

저 역시 브랜드에 대한 믿음과 번들 소프트웨어의 제공이 장점이라 줄곧 WD의 GREEN 라벨 제품을 애용했는데 어느 날 다나와 유저 평가를 통해 속도 저하 이슈가 문제가 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결과만 말씀드리면 초기에는 2D TLC 낸드를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되어 이후 3D TLC로 교체가 되었으나 여전히 트림이 실행되지 않아 속도 저하가 발생하는 이슈입니다.

WD green ssd 120gb 모델 3대 중 2대 속도저하...

wd green ssd 는 되도록이면 쓰지 마세요

추가적으로 설명드리면 SSD는 낸드라고 불리는 메모리 칩에 데이터를 저장합니다.
이 낸드의 발전 역사를 통해 SSD는 지금처럼 대중화가 되었습니다.
초창기의 SSD는 아주 비싼 부품으로 용량은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았습니다.
윈도우 정도만 겨우 설치할 정도였고 당시 SSD 사용자 층에게는 낸드 수명 및 용량 확보를 위해 램 디스크(메인 메모리 일부를 가상의 드라이브로 사용하는 프로그램)를 쓰는 것이 기본일 정도였죠.

어느 정도로 비쌌냐면 초창기 SSD는 서버 데이터 저장용으로 쓰던 물건입니다.
당시는 주로 SLC라는 낸드를 주로 썼는데 낸드의 발전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SLC > MLC > TLC

오른쪽으로 갈수록 용량 대비 가격은 급격히 내려가나 수명과 속도가 팍 떨어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걸 '컨트롤러'라는 펌웨어의 효율과 데이터 쓰기 방식 , 낸드 구조의 개선 등으로 개선해서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큰 용량의 SSD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공정의 변화가 만능인 것은 아닙니다.
MLC에서 TLC로 전환하던 시기에는 업계 1위였던 삼성조차도 속도 이슈가 문제가 될 정도로 가격과 성능은 항상 SSD 시장의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삼성 840 EVO SSD 성능 저하 문제, 그 실체를 파헤쳐 보자


'가격 하락 , 정말 대량생산의 축복인가?'

일반적으로 대량 생산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공산품은 생산 수량이 늘어날수록 제작 단가는 내려가는 구조입니다.
공장의 라인을 돌리는 방식에서는 소량 생산은 생산 비용이 높아지는 원인이며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소비가 늘수록 생산이 늘어서 제품 가격이 하락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180920_01.jpg

(실제로 이렇게 단순하지는 않지만 지금은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개념을 말하기 위해 가정해 보겠습니다.)

실제로 동일한 제품의 가격 변화를 보면 이러한 주장이 어느 정도는 타당해 보입니다.

그럼 WD와 삼성 두 제품의 가격 변화를 보죠.

180920_02.jpg

WD 제품만 보면 위의 이론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집니다.
거의 6만 원에 근접하던 가격이 4만 원대로 낮아지더니 급기야 3만 원 벽까지 돌파했습니다.
30GB 정도의 SSD를 10만 원이 넘는 가격에 샀던 시절에 비하면 꿈같은 일이죠.

그런데 삼성 제품은 조금 다릅니다.
7만 원에서 출발해서 5만 원 벽을 허물었지만 최근에는 다시 5만 원 위로 올라왔습니다.

두 가격 그래프를 자세히 보시면 위의 WD 이슈가 왜 중요한지 설명이 됩니다.


'제품의 품질 붕괴 , 결국은 소비자 피해'

시장에서 가장 인기를 얻고 점유 1위인 삼성 제품의 가격 변화를 보면 생산을 통한 가격 하락이라는 것이 일정 부분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저가형 시장의 경우 그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마침내 가격이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죠.
업계 1위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삼성보다도 저가 브랜드들이 생산 단가를 무기로 싸울 수 있을까요?
불가능한 일입니다.
삼성은 반도체 생산량만으로 경쟁 회사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회사입니다.
결국 비결은 제품의 질을 낮추는 거죠.

한정된 브랜드에서만 생산되는 CPU나 그래픽카드 , 메인보드 등의 다른 부품과 달리 파워와 SSD는 그야말로 별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회사들까지 경쟁하는 치열한 시장입니다.
파워 시장이 저가 경쟁으로 인해 '뻥 파워'라는 폭탄을 만들었다면 SSD 시장 역시 가격 경쟁 탓에 '중간' 시장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다양한 중간급 브랜드를 썼지만 이제 그 회사들 중에서 남아있는 회사들은 없습니다.
시장은 그저 그런 품질의 저가와 소수의 고급 브랜드들만 남은 상태입니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피해를 느끼기 힘듭니다.
저가 SSD의 스펙이 떨어져도 HDD보다는 빠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프리징(SSD 특유의 장애로 컴퓨터가 순간적으로 멈추는 증상)이나 속도 저하 같은 문제는 저가 SSD라면 피하기 힘든 고질병이며 이것은 곧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부분입니다.
저처럼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을 찾는 소비자를 위한 시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비양심적인 업계 특성상 이러한 속도 저하를 파워나 메인 보드 탓으로 돌려서 불필요한 수리비를 발생시킬 수도 있죠.
그야말로 '창조경제'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제 SSD 시장이 더 저렴한 QLC 방식으로 전환된다는 것에 있습니다.
지금보다 수명과 속도가 더 떨어지는 QLC 방식이 도입되면 이러한 진흙탕 싸움이 얼마나 더 심해질지 걱정됩니다.


우리 옛 속담에 '싼 게 비지떡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류가 달에 가고 머지않아 인공지능이라는 큰 변화를 앞둔 시점에도 그 말이 여전히 유효한 걸 보니 인간의 욕심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제가 직접 테스트한 결과입니다.

크루셜MX500_250G_180731.jpg

삼성 제품 다음으로 좋은 성능과 높은 가격을 보여주는 크루셜 제품입니다.
MX500 250GB 제품으로 읽기/쓰기 성능이 모두 500GB 이상 나옵니다.
제일 중요한 4K 성능도 읽기 44MB , 쓰기 100MB입니다.

참고로 이슈가 된 WD GREEN의 경우 읽기는 500MB로 유지되나 쓰기가 100MB 중반으로 떨어지고 4K 성능도 낮습니다.
정상 상태일 때도 읽기/쓰기 모두 20~30MB 부근이며 성능 하락 시 읽기는 6MB까지 기록했네요.

WD_BLACK_NVME_250GB.jpg

같은 WD의 고급 라인인 BLACK 250GB 제품입니다.
NVME가 적용된 m.2 사양으로 일반 SATA 방식 SSD보다 훨씬 고성능입니다.
4K는 일반 SATA 보다 조금 빠른 정도이나 순차 읽기/쓰기 속도는 비싼 가격만큼의 속도를 보여주네요.



여러분 ,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Sort:  

마지막 줄이 확 와닿네요.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죠.

네 , 사실 이름값만 비싼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선'이라는게 있죠.

Congratulations @madefromreality! You have completed the following achievement on the Steem blockchain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Award for the total payout received

Click on the badge to view your Board of Honor.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To support your work, I also upvoted your post!

Support SteemitBoard's project! Vote for its witness and get one more award!

Coin Marketplace

STEEM 0.30
TRX 0.12
JST 0.034
BTC 64136.70
ETH 3128.20
USDT 1.00
SBD 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