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ir Extension | 모발 연장 이야기

in #kr6 years ago (edited)

출근길이 급했다.
워낙 늦었기에 샤워를 마치고 머리는 그냥 젖은 채 집을 나서 사무실에 왔더니 몰골이 가관이다. 나는 왁스를 바르지 않으면 붕 뜨는 모발을 가지고 있어, 젖은 머리를 자연스럽게 말리면 머리 크기가 두 배는 되어 보인다. 영락없이 아재의 형상을 하고 앉아있으니 주변 꼰대들이 오늘따라 살갑게 말을 건다. 같이 늙어간다는 걸 확인하자니 동질감을 느꼈을라나.



머리에 대해 얘기를 해보자면 긴 머리가 짧은 머리 보다 훨씬 편하다. 긴 머리의 기준은 아래 사진 정도의 장발로, 대단히 편하다. 아마 대부분의 남자들에게는 미지의 영역이겠지만, 머리가 뜨는 타입이든 뭐든 상관없이 머리 감고 가만있으면 알아서 차분하게 펴진다. 막연히 편하다고 할 게 아니라 스타일링이 편하다고 해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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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긴 머리를 갖추기까지의 과정이 굉장히 험난하다.
평균적인 남자들의 헤어스타일에서 머리 길이가 점점 길어지기 시작해 귀를 덮어가는 과정은 엄청 답답하고 지저분해 보이며 스타일링이 힘들다. 귀를 넘어 턱 선까지 가는 동안은 스타일링이 웬 말. 한마디로 추하다. 그나마 턱 선을 지나면 이제 좀 사람 같아 보이기 시작하지만 스타일링이 엄청 힘들고, 턱 선도 완연히 지나쳐 이제 좀 편할라나 싶으면 곧 머리가 어깨에 닿아 머리끝이 제멋대로 뻗치기 마련이다. 어깨를 완전히 넘어서야 이윽고 관리가 편해지는데, 어깨선은 여자들도 포기하는 빈도가 높은 난관이다.



이렇게 긴 머리로 스타일링을 하자니 거쳐야 하는 과정이 번거롭고 머리가 길어가는 동안의 수개월 동안 감수해야 하는 짜증과 포기해야 하는 깔끔함 때문에 마음 상한 사람들은 아예 비용을 지불하고 hair extension 을 결정하기도 한다. 보다 빠르고 간편함을 추구하는 세태와 맞물려 이 hair extension 서비스는 점차 수요가 많아지는 중으로, 미국의 통계를 살펴보면 여성 세 명 중 한 명은 이제 귀찮고 번거롭게 머리를 기르기보다는 붙여버리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여성 38% 는 hair extension 서비스 사용
이들의 87% 는 친구 및 가족에게 비밀로. 굳이... 왜...?
대략 70%는 흑인, 나머지 30%가 백인 및 라티노로 추정.



2015년에는 마켓의 규모가 약 5천억 수준이라고 하더니, 최근에는 마켓 규모가 1조에 육박한다는 리서치가 많이 보인다. 그만큼 hair extension 서비스를 이용하는 빈도가 늘어나는 추세인가 본데, 시장의 파이가 커지다 보니까 다양한 기업들이 경쟁 중이다. 이 기업들은 단순히 머리의 길이와 볼륨이라는 사업 영역에서 컬러 쉐이드까지 영역을 넓혔고, 재사용 가능한 모발로 아이템을 확장하기에 이르렀는데, 카운터가 바로 살롱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기 위해 영업 직원들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정도로 시술 난이도를 낮춰나가는 경쟁이 한참 진행 중이다.



형태도 엄청 다양해서 단순히 기장을 늘리거나 볼륨을 더할 뿐만 아니라, 포니테일, 헤어번, 스크런치 같은 헤어 피스 아이템 판매도 성행 중이다. 헤어 뷰티 기업들의 홈페이지를 구경하다 보면 드는 생각이 하루아침에 분위기를 180도 바꾸는 재미가 대단하겠구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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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airtrade.com 포니 테일 헤어 피스들. 고데기로 말고, 지지고, 펌하고 하느니 그냥 달고 말자 싶어질 법하다.



헤어를 연장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가 있어, 전통적인 clip-in, tape-in 방식에서 두 가지 방식을 적절히 섞기도 하고, 최근에는 micro link 라고 기존 모발을 무수히 많게 나눈 다음에 일일이 미세한 매듭으로 묶기도 하는 모양이다. 시술에 드는 품이나 시간을 대충 상상해보자니 이거 일이백 불 가지고는 안 해주겠구나 싶어서 찾아봤다.

Full Micro link $900
Full tape-in $700
Full fusion extensions $900
partial 은 full 대비 80%-90% 의 가격
Quarter 는 50% 정도



차라리 기르지.
직접 길러 봤기에 하는 말이지만 좀 추하더라도 조금만 참으면 될 것을 저 돈을 주나 싶었으나, 시술 전후 사진을 비교하면 혹하기는 하겠구나 싶어서 마냥 비난만 하지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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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luxyhair.com

저렇게 굵고 크게 웨이브 지는 머리를 하려면 길이도 길이요, 펌을 한다 한들 성공률이 얼마나 될까. 안 하면 되지라고 생각하기에는 before / after 의 차이가 너무 확연하니 소비자들이 혹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머리숱이 부족한 사람이 만약 내 평생 이런 머리를 해보는 게 소원이었어요. 라고 말한다면 그래도 비난할 수 있을런지. 소원이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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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luxyhair.com

모델이 이뻐서라고 치부할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 뒷모습 비교 사진을 찾아봤다. 찾아본 결과 뒷모습은 오히려 hair extension 의 필요성에 대한 설득력이 더욱 강해질 근거로 보인다. After 사진은 길 가다 저기요. 소리 좀 듣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효과가 좋지 않나 싶으니 말이다.



이렇게 극적인 변신 효과를 누릴 수 있는 hair extension 사업이 그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음을 확인해볼까. 조금 오래된 자료지만 ITC 자료로 모발 수출 현황을 살펴보면 미국, 중국, 인도, 홍콩, 나이지리아 5개국에서 2010년 12,000톤이 수출되었는데, 2011년에는 16,194톤으로 수출량이 늘었다. 2018년 현재는 아마도 훨씬 규모가 커졌을 것이다. 그럼 이 많은 머리카락은 어디서 오는 걸까.



일단 상품으로 쓰일 머리카락은 잘 알다시피 염색 등을 한 적이 없는 오리지널이어야 한다. 머릿결도 좋아야 하고. 따라서 문화나 풍습 등의 영향으로 염색을 잘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얻어야 한다. 남미의 일부 국가들이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고, 다음이 아시아 그중에서도 동남아시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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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사진 촬영 중인 베트남 학생들.

베트남, 인도,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등지의 여성들은 머리를 길게 기른다. 이들 나라에서 전통적인 미인상을 찾아보면 대체로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 모습이다. 최근 들어서는 적극적으로 꾸미기에 나서기 시작했지만, 일부 도시 지역을 제외한 시골 지역에서는 아직도 전통적인 풍습에 따라 그저 머리를 길게 기르기 마련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들은 기본적인 소득이 많이 낮다. 우리나라도 못 살았던 시절에는 긴 머리를 팔아 남동생의 학비를 마련하는 서글픈 누이들의 스토리가 꽤 많지 않았나. 동남 아시아나 인도에서는 아직도 생산되고 있는 이야기들이며, 베트남에서는 애지중지 길러온 머리를 잘라서 건네주고 최고 70,000 VND, 대략 우리 돈 3,500원을 받아 쥔다. 이 삼천오백 원은 삶을 이어나가는 데 쓰인다.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팔린 3,500원의 머리는 곧 뉴욕과 런던에서 100만 원을 지출한 소비자 머리 위에 얹어진다. 이 사업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머리카락을 모으는 collector 들이 동남아시아 시골 지역을 돌아다닌다. 이들은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지닌 사람을 찾아다니고, 흥정을 하며, 가격을 매긴다. 미얀마에서는 hair trade 가 붐을 이루기 시작했고, 머리카락이 잘려나가는 것이 싫어 도망가다 부모의 손에 붙잡혀 끝내는 머리카락이 끊겨나가는 꼬마들의 얘기도 전해진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머리카락을 강도 당하는 일도 벌어지며, 인도에서는 종교적인 신념하에 신도가 바친 머리카락이 수출되기도 한다. 그리고 여전히 수요는 공급을 압도한다.



한쪽에선 착취라 이름 붙이고, 한쪽에선 자존감을 채워준다 하고 있는데, 아름다움에 대한 소비자의 욕망은 비난하지 못하겠고, 판매자의 돈에 대한 갈망도 비난하지 못하겠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임대료를 감당하며 본인의 기술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는 사업자도 비난하지 못하겠으며, 판매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collector 들도 비난하지 못하겠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이어놓고 보자면 뭔가 마음에 들지가 않는다.
왜 이건 아닌데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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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머리가 편한건 그냥 암시롱 걱정없이 내비두고 기를 수 있을때 뿐..

기르지 못할 때도 오는 건가요...?
이건 또 몰랐던 사실.. -.-!

오랜만이십니다. :))

추워져서 머리 말리는게 넘 귀찮아지긴하지만~
똥머리가 너무 편해서 못자르고 있어요~디쿨릭~꾸욱

맞아요. 추운날 안 말리고 밖에 나가면 얼어 붙기도 하고요.ㅋ

거의 헤어 박사시군요^^
잘 읽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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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님이 박사시죠.ㅎㅎㅎ
전 검색만! xD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대박사건!!

이쯤되면 논문 수준이죠. ^&^

열심히 써보려고는 했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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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 많으십니다. :))

머리에 대해선 늘 고민이 많은편이에요. ^^ 사람이 태어날때 장모/단모로 태어나는것은 아니건만 사회에선 긴머리가 여자들에게만 강요되는 분위기는 부정할 수 없죠. 이것을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건 알지만 한편으론 씁쓸하네요..

헤어 익스텐션에 쓰이는 머리가 어디서 오는건지 궁금했는데 포스팅에 적혀있는 출저가 맞을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ㅎㅎ;;

출처 생각하면 조금 그렇죠?ㅎㅎ
머리 길러보니 호의적이지 않은 시선이 굉장히 많다는 것에 적잖이 놀래기도 했었습니다. 오지라퍼가 너무 많은 세상. xD

머리털이 없어서 빡빡 밀어볼까 생각중입니다. ㅠㅠ

흙.ㅠㅠ
기술은 진보하는데 왜 많은 분들에게 시급한 탈모가 정복이 안되는 걸까요.ㅠ

어깨선은 여자들도 포기하는 빈도가 높은 난관이다.

제 와이프에게서 느꼈는데...ㅋㅋㅋㅋ
그래서 걍 턱선까지 짤라버리던데...ㅎㅎㅎㅎ

어깨 선에 닿아서 막 이리저리 뻗치면 하루 종일 신경 쓰이고 굉장히 승질납니다.ㅎㅎㅎ

마첼린님 긴머리 고우시네요. 프사도 마첼린님이실까 했는데 오늘 포스팅보니 맞군용^^
전 왜 비포어가 더 예쁜지 허허헛~~

어렸을 때 길러봤어요.ㅎㅎㅎ
비포가 더 이뻐보이세요? 전 저런 컬이 굵고 큰 웨이브 머리를 좋아해서 그런지 애프터가 훨씬 나은 거 같으네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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