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에 즈음하여

in #krlast year

로마인들은 참 대단했다.

테베레 강가의 조그마한 마을에 살던 로마인들은, 생존을 위해 주변의 부족들과 끊임없이 전쟁을 했다.

에트루리아 인, 삼니움 족, 켈트족, 그리스인, 페니키아인, 게르만족과 맞붙어 전부 굴복시켰다.



그리고 그들을 구축하지 않고,
건축은 에트루리아 인에게,
교육과 철학, 통상 및 해운은 그리스 인에게 맡겼고,

밀은 시칠리아에서,
광물은 페니키아 인으로부터,
게르만족과 켈트족에게서는 군사력을 빌었다.



승자임에도,
로마를 따르라!
요구하거나 명령하지 않고,

네가 잘하는 걸 제공해 줘라 요청했다.



강력한 적이었던 에트루리아 인들과의 전쟁에서 로마가 승리했다. 그리고 한 세대가 지나기도 전에, 에트루리아 인이 로마의 왕좌에 앉았다. 그렇게 에트루리아의 건축술은 로마 속에 녹아들었고, 천 년 전에 놓인 로마와 칼라브리아 지방 사이의 도로가 2023년 현재도 기능을 한다.



로마인들은 모국어 라틴어가 있음에도 그리스어를 익히는데 열심이었다. 전쟁의 승자가 앞다퉈 패자를 찾아와 선생님으로 모셔가고, 더듬 더듬 패자의 언어로 대화를 시도했다. 그렇게 찬란한 그리스 정신은 로마법에 녹아들어 오늘날 서구권 대부분의 법률 속에서 기능한다.



로마인들이 카르타고 세력을 시칠리아 섬에서 몰아내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세율을 낮춘 채, 밀을 로마에 우선적으로 팔아달라. 는 요청이었다. 거 밀 좀 잘 키우시는 거 같은데, 많이 좀 팔아주소. 물주가 있으면, 열심히 생산성을 올리는 것.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기능하는 진리. 시칠리아에서 값싼 밀이 안정적으로 로마로 흘러드니, 이탈리아 반도 내 밀 농장들은 전부 사라지고, 와인을 위한 포도밭과 올리브 재배지로 변신했다. 그리고 이 농장들은 2천 년이 지난 지금도 부를 창출한다.



로마군의 핵심은 하스탈리-프린키페스-트리알리-레기온으로 대표되는 중무장 보병이다. 그렇다. 기병 전력은 항상 척후나 패잔병 추격 정도에만 활용했다. 기병 양성이 어려워 수도 항상 적었다. 그래서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에게 이탈리아 반도 안방을 내준 채로 수십 년을 털렸다. 한니발을 극복하고 갈리아를 정복하면서 켈트족을 품 안에 안은 로마인은 그들 켈트족에게 기병 전력의 일익을 담당하게 했다. 그리고 제국을 세웠다.



게르만 족에게 국경을 맡겼다가 뒤통수를 맞아 서로마 제국이 무너졌으나, 게르만 족이 로마에 편입되지 않았다면, 로마는 2천 년 제국이 아닌 천 년 제국으로 우리들 사이에서 이야기되고 전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로마는 전혀 배타적이지 않았다.
끊임없이 상대를 받아들였고, 상대를 바꾸려 하지 않은 채, 상대가 잘하는 것을 더욱 잘하도록 부추겼다.

당시 지중해를 둘러 싼 지역에서 철학, 교육, 건축, 무역, 자원, 정치, 해운, 그 어느 것 하나 뛰어나게 잘 하는 것이 없었던 로마인들이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인류 역사상 가장 영향력이 강하고, 가장 오랜 기간 지속된 제국을 세웠다.



로마인들이 잘 했던 건,
선악 구분이 없었다.

각자가 잘 하는 일을 계속 잘할 수 있도록 판을 짜는 능력이 뛰어났고, 이웃에게 강요하지 않았으며, 배타적이지 않았다.

제국은 그 위에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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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웃!! 굿굿!! 따봉 백만개!! 👍👍👍

나도 작금의 이슈에 대해
포스팅을 할까 싶었는데,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 거의 다 들어있어서
포스팅 따로 안 하고 리스팀만 해도 될듯 'ㅡ' ㅋㅋㅋ

그럼 이제,
스팀잇의 유흥과 즐거움만큼은
이 뉴발에게 맡기라규!! 😉👍

그래 유흥과 즐거움은 형만한 사람이 없다.
뉴발형이 도맡아서 C스러웠던 형들의 영광을 재현 해 줘.ㅋㅋㅋㅋㅋ

잘 모르는 이야기 였는데.. 참 재밌게 잘 읽히네요~ ㅎㅎ
재밌는 이야기 잘 봤습니다..!!
멋쟁이!!

ㅎㅎ감사합니다.
키체인 등등 잘 쓰고 있습니다.
개발 너무 잘 하시는 거 같아요.

그래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계속 신박한 걸 만들어주세요..!

전 열심히 쓰겠습니다!ㅋㅋㅋㅋ

재미있게 읽고 팔로우 & 리스팀합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귀하신 분이세요. 요즘 같은 때 남의 글도 읽어봐 주시고요.ㅎㅎ

저도 팔로우 하겠습니다-

글이 재미있게 잘 읽히네요. 앞으로도 재미있는 글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게을러서 자주 포스팅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고.. 눈팅은 잘 합니다!ㅎㅎㅎㅎ 앞으로도 관심 가지고 열심히 눈팅을... ~.~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이블 마켓도 기대가 큽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장점을 선보이며 잘 어울렸으면 좋겠습니다.

모시쏘 모시쏘 모시쏭!!!

첫째 관찰기(??) 잘 보고 있어!!ㅋ

갑의 입장에 있으면서,
을을 짓누르거나 컨트롤하려고 하지 않고,
인정해 줄 때, 갑은 더욱 강력한 힘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갑의 입장에서 을을 짓누르고
말살하려고 했을 때는 일시적으로는 더 많은 것을 얻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그 화를 당할 수 밖에 없겠지요!

로마가 식민지들을 상대로 어떠했는지, 저는 상세히 몰랐는데 이런 측면들이 있었군요
좋은 글은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같습니다.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0^

요새 일이 넘 재밌어서 스팀잇에 잘 들르지 않았던 터라 댓글이 달린지도 모르고 있었네요. 죄송합니다. ^^;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명쾌하게 풀어주셨네요. :D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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